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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생 Mar 06. 2024

'682일' 만에 그를 깨운 캡틴의 한 마디

손흥민의 핀 포인트 리더십

티모 베르너는 한 때 촉망받는 독일 축구의 유망주였으나, 지속되는 부진한 경기력으로 팀 내에서 '한 물 간 선수'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토트넘은 주축 공격수인 손흥민 선수가 아시안컵 출전으로 자리를 비우며 팀의 공격 옵션이 줄어들자 그를 6개월 단기 임대로 영입했다.


그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골 결정력이 부족한 공격수로서 많은 토트넘 팬들은 그의 영입에 대한 불안함과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그는 손흥민이 결장했던 기간에도 이렇다 할 큰 활약 없이 '역시...'라는 실망감만 남기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27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토트넘 데뷔골을 터뜨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팀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32분 베르너는 브래넌 존슨이 빠르게 뿌려준 패스를 침착하게 밀어 넣어 프리미어 리그에서 682일 만에 골을 기록하게 되었다.


그는 사실 이전 경기들에서부터 이번 경기까지 많은 찬스를 놓치며 팬들은 물론 자신조차도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실제로 이 경기에서도 전반 17분에 손흥민이 완벽하게 찔러준 패스를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놓치면서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계속해!"


그때 주장 손흥민 선수는 독일어로 베르너에게 계속해서 골에 도전할 것을 독려했다. 손흥민 선수는 긴박한 상황에서 베르너가 빠르게 각성할 수 있도록 그의 모국어인 독일어로 독려한 것이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인터뷰에서 베르너는 손흥민의 그 말에 영감을 받았고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손흥민 선수도 같은 공격수이기에 베르너의 작은 실수가 플레이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알았으며, 베르너가 짧은 순간에 각성할 수 있도록  임팩트 있는 독일어로 격려한 것이었다. 아마도 베르너는 긴박한 순간 속에서도 손흥민의 독일어 독려에 순간 번뜩 정신을 차렸을 것이다.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짧고 임팩트 있는 피드백은 어떤 코칭 보다도 효과적이다.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에 구성원을 집중하게 만들고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피드백은 짧고 임팩트 있으며, 구성원이 빠르게 각성할 수 있는 그의 언어(방식, 스타일 등)로 표현할 수 있을 때 가장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손흥민 선수는 흥분되고 긴장되었던 베르너의 실수 상황에서도 효과적인 피드백으로 그가 다시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아마도 베르너에 손흥민 선수의 독일어 격려는 영국 팬들이 운집한 경기장에 울려 퍼진 신의 계시(啓示)로 들렸을 수도 있다.


이렇듯이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임팩트 있는 피드백을 주기 위해 구성원들의 성향과 패턴, 스타일 등을 미리 숙지하고 그것을 결정적인 순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보여준 핀 포인트(쪽집게) 리더십은 많은 리더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줄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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