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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귀고리 Sep 29. 2022

INFJ의 달리기

달리기에 배려가 더해지면...... INFJ는 오늘도 그렇게 달린다.

출발선에 4명이 달릴 준비를 하고 섰다. 어떤 녀석은 더 빨리 달리기 위해 신발까지 벗었지만, 크게 효과는 없어 보였다. 출발 총성과 함께 힘차게 달리기를 수십여 초! 운동장 트랙 커브 구간을 돌아 설 때 난 2등이었는데, 뒤 따라오던 녀석이 넘어졌다. 난 달리기를 멈추고 뒤돌아가서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워 함께 걷듯 뛰듯 해서 들어왔다. 당시 운동장이라고 해봤자, 흙반 모래반이었으니 넘어진 친구 녀석은 무릎이 다 까졌다. 그 사이 4등은 앞질러 2등이 되었다. 


1980년대 정확히 몇 학년이 었을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기억 속 초등학생 때 정확히 말하면 그 당시 국민학교였고, 달리기가 있는 날이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지금은 2022년.


아침에 일어나 씻고, 중학생인 딸아이를 학교 앞까지 태워주고 출근해서 일 보고 퇴근 후 적당히 헬스장 들렀다가, 집에 와서 취침하고 또 그러고 나면 다시 반복되는 일상!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일상! 이따금 마음속으로 회사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모두가 다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물밀듯 밀려왔다. 다들 각자 다른 삶이지만, 저 하늘 위에 드론을 띄워 보듯 멀리서 바라보니, 바글바글 아등바등, 먹잇감에 몰려있는 개미떼 같기도 하고, 그냥저냥 직장 조직 안에서 다른 생각 못하며, 서로 헐뜯고 싸우고, 남을 밟고 눌러가며,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마저 든다. 


그래서, 시작한 달리기! 



모닝 러닝 인증!    달리기 후 쿨 다운할 때 주변 눈치 보며 INFJ 답게 조용히 셀카



나 또한 그 우물 안에 있지만, 그래도 뭔가 다른 삶을 살아보고자 시작한 달리기. 운동의 목적도 있었지만 남들과 다른 뭔가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7월 중순 시작한 달리기가 이번 추석을 지나며 거의 2개월째 접어든다. 한결 가벼워지는 일상생활과 정신적 리프레쉬에 효과가 상당함을 느낀다. 누군가는 달리기는 동적인 명상이라고 했던 기억이... 진짜 힘들게 몸을 움직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명상에 잠기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달리기를 하며 문득 초등학교 저학년 때, 정확히는 그 시절 국민학교였지만~ 지금도 그렇게 달리기 시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4명이서 출발선에 서서, 기록을 남기고 순위를 매겼던 기억이 난다.


난 극도로 내성적이었다. 세월이 한참 흘러 지금에서야 내가 INFJ라는 좀 더 구체적인 나의 성격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시절에는 그냥 내성적이구나라고 밖에는 알 수 없었다. 


출발선에 4명이 달릴 준비를 하고 섰다. 어떤 녀석은 더 빨리 달리기 위해 신발까지 벗었지만, 크게 효과는 없어 보였다. 출발 총성과 함께 힘차게 달리기를 수십여 초! 운동장 트랙 커브 구간을 돌아 설 때 난 2등이었는데, 뒤 따라오던 녀석이 넘어졌다. 난 달리기를 멈추고 뒤돌아가서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워 함께 걷듯 뛰듯 해서 들어왔다. 당시 운동장이라고 해봤자, 흙반 모래반이었으니 넘어진 친구 녀석은 무릎이 다 까졌다. 그 사이 4등은 앞질러 2등이 되었다. 


그날 난 왜 그랬을까? 그때 기억으로는 넘어진 친구가 아플 테고, 일으켜줘야 된다고 생각했다. 도와줘야 된다는 생각뿐이었던 거 같다. 그렇게, 둘이서 터벅터벅 걸음을 맞춰 함께 달리기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달리기를 시작한 나의 기억 속에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INFJ는 극도의 배려심, 남을 생각하는 이타성이 강하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의 기억 속 달리기는 분명 서로의 기록을 체크하고, 순위를 매겼는데. INFJ의 성격에는 맞지 않은 달리기 방식이었던 거 같다. 


지금의 나의 달리기는 다르다. 누구를 배려할 필요도 없고, 누구랑 기록을 다퉈야 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저 내 삶의 변화를 위한 나만의 달리기다. 



근데 그 나만을 위한 달리기가, 달리다 보니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들어, 마라톤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하는 것 같다. 이제 달리기 시작한 아마추어가 마라톤 대회 일정을 뒤져, 멀지 않은 인근에서 개최되는 안동 마라톤 대회 단축 10km를 신청해 버렸다. 차근차근 2개월 동안 주당 2~3회 달려보다 보니, 얼추 7km, 8km를 뛸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글을 쓰는 지금 대회까지는 며칠 남지 않았다. INFJ의 달리기가 공식 마라톤 대회에서는 어떤 느낌 일지 상당히 기대된다. 1년, 2년 시간이 지나 하프마라톤, 풀코스까지 한번 도전하고 싶어졌다.


INFJ의 달리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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