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날 Nov 27. 2021

제 아들은 꼬부기입니다.

  둘째는 조금 발달과 발육이 느린 꼬부기이다. 내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에 풀어 놓는 이유는 단 한가지, 나와 같이 고군분투하는 엄마 그 한사람을 위해서다. 우리의 경험은 공유되어야 한다. 그래야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위로와 격려를 받아야 하니까. 

나도 너무 긴 시간을 아이의 문제에 함몰되어 전전긍긍하면서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우리 아이와 같은 이유로 발달이 느린 상황을 기록해 놓은 경우가 없었다.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까페에서 자녀들의 문제를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곳에서 얻은 위로는 각자 저마다의 속도로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내 아이가 느린 게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매일 반복해서 노력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힘드니 그것이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쉬지 않고 해야 하기에 자기와의 싸움을  매일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문제로다.

 그것은 어른에게도 힘든데, 어린 아이에게는 오죽이나 힘들까. 

지금부터 내가 경험한 조금 느린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까지의 과정을 나누고 싶다. 


 둘째는 발달과 발육이 조금씩 느리다. 대두증 의심으로 여러가지 검사를 해보았지만, 정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아서 게속해서 뇌파검사와 머리 둘레와 발달 검사를 하면서 지켜보다가 발달이 현저히 떨어지고 문제가 심해지면 약을 먹여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니, 지금 당장 먹이는 것을 권했었다. 그때가 두 돌 전이었는데, 간질약을 먹이자고 했었다. 다른 병원도 다녀온 뒤 결정하자는 생각에 우리 나라의 큰 병원 두 군데를 다녀오고서 일단 지금 문제가 없으니 지켜보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듣고 병원을 졸업했다. 그냥 나 혼자 지켜보기만 했다. 대학병원 한 군데를 정해서 발달검사를 하면서 체크했어야 했는데, 2년간 병원에서 들었던 얘기들이 너무나 무서워서 병원근처에도 못갔다. 가고 싶지 않아서 미루며 내가 체크했다. 

 자녀가 아프면 엄마들은 반의사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나도 꼬부기를 위해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 당시 읽은 의학과 건강 관련도서만 100권이 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읽은 것을 세자면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하게 많이 읽었다. 하루에 한권씩 읽다시피 한 적도 있었다. 닥치는대로 읽었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이렇게 책을 볼 수 있었더라면 내 인생이 달라졌었겠지? 생각을 했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읽으니 뭐라도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활자 중독인지 끊임없이 읽고 또 읽었다. 

<안녕 갑상샘> 이 나온 것도 그리고 이 책이 나온 것도 그때 읽은 책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지금 꼬부기 덕분에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해서 수년째 책을 읽고 있다. 오늘에 와서야 생각해보니 꼬부기의 문제는 나를 깨우기 위해 흔들어 대는 바람이었을 뿐이다. 어찌되었든 꼬부기는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으니까. 


6살이 된 꼬부기를 매일 걸어서 등 하원을 시킨다. 아이를 달래고 어르며 가슴 졸이며 가야 하는 길이다. 궁리를 해서 요즘은 씽씽카를 타고 가니 속도가 좀 빨라졌다. 그래도, 인도와 차도를 아슬아슬하게 긴장하며 가야 해서 나의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아이를 따라 속도를 맞추며 달리다 보니 운동시간이 되었다. 더운 날과 추운 날만 피하면 꽤 괜찮다. 

둘째의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어린이집 앞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이 하나둘 나와서 인사를 한다. 같이 놀 친구가 있으면 그곳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렇게 1주일에 한 번이상 친구들과 놀 수 있도록 한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빼빼로를 줬다. 같이 앉아서 아무 말 없이 먹다가 과자를 든 채 돌아다니면서도 먹는다. 아무 얘기 없이 먹다가 바닥의 열매를 줍고, 열매를 밟아 터뜨리며 논게 전부였다. 시간이 되어 집으로 향했다. 

아이는 그래도 오늘 많은 스토리가 있어서 기분이 좋다. 초콜릿 과자를 먹었다는 것과 친구가 초콜릿 과자를 줬다는 것, 그리고 친구랑 열매 줍고 놀았다는 것. 

그렇게 현관문을 열자마자 형에게 자랑한다.

꼬부기: "나 빼빼로 먹었다" 

9살 형이 바로 울음을 터뜨린다. 

형: "으 앙 나도 줘"

꼬부기: "(갑자기 정색을 하며) 하나만 줬는데 어떻게 해?, 나만 줬다고"

형: "나도 먹고 싶어" 

엄마: "00이 엄마가 준거야."

형: "내 거도 남겨 왔어야지"

 

그런 대화가 끝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 꼬부기의 반응이 새롭다. 원래 목소리는 항상 음정이 불안정하여 떨리는 고음인데 이 때는 음정이 안정된다. 그리고,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잘도 대답한다. 자존감이 높아지는 순간이다. '내 친구가 형은 안 줬지만, 나에게 과자를 줬고 나도 친구랑 놀다가 왔어. 형만 친구 있는 거 아니야, 나도 친구 있어'하는 자신감이 보인다. 

이런 순간들이 몇 번씩 있다. 이런 순간에 아이는 다른 아이 같다. 내가 아는 꼬부기가 아닌 거 같다. 늘 이 캐릭터로 살아준다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