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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솜사탕 Apr 26. 2022

16화. 두통 일기와 뇌졸중 센터

만 28세, 뇌경색 판정받았습니다. | 얼렁뚱땅 써보는 투병일기

 이대목동병원 1층 로비에서 복도를 따라 한참 들어가다 보면 한쪽에 뇌졸중 센터가 있다. 신경과 진료를 이곳에서 보기 때문에 외래진료마다 찾아오는데, 올 때마다 괜히 무섭고 두려운 느낌이 드는 곳이다. 



'뇌졸중 센터'


 내가 뇌졸중 환자라니!(발병 두 달 차인데 아직도 못 믿는 중) 내가 왜 여길 다니지! 금색 표지판이 붙여진 이곳에 갈 때마다 속으로는 이렇게 현실 부정을 하고, 겉으로는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착실히 말을 듣는다. 접수를 하고 대기 의자에 앉아 내 이름이 뜨는 전광판을 보며 차례를 기다리기! 대기 중 혈압을 잰 다음 바로 인쇄되어 나오는 결과지에 이름을 적어 간호사에게 주는 건 필수!


 이 날은 퇴원 후 두 번째로 보는 신경과 외래 진료일이었다. 지난번 진료 이후 새로 생긴 증상들이 꽤 있어서 이를 모조리 적어왔는데, 의사 선생님이 다시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할까 봐 사뭇 긴장해 있었다. 혹시 몰라 입원생활에 필요한 짐을 가방에 바리바리 싸들고 오기까지 했다. 로션, 충전기, 휴지, 세면도구 등. 입원을 해야 할 경우 주변에 민폐 끼치지 않기 위해 아예 짐가방을 매고 병원에 왔다. 최근 없던 증상들이 새로 생겼고, 나 스스로도 몸 상태가 이전보다 안 좋아진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썩 좋은 일은 아닐 것 같았다.


 예약 시간을 잘 맞춰온 덕분에 얼마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나한테 새로 생긴 증상은 편두통시력저하, 그리고 흉통. 이렇게 3가지였다. 시력저하는 이미 지난 투병일기 14화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그건 안과 진료였고, 신경과 의사 선생님께는 처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나는 언제부터 어떻게 증상이 생겼는지 의사 선생님께 털어놓기 시작했다.(물론 얘기할 때는 당연히 아래보다 짧게 축약해서 한 줄씩 얘기했다.)


1.편두통


 지난 4월 3일, 그간 아파서 고생한 날 위해 가족들이 글램핑을 데려가 주었는데, 이 날 크게 체한 건지 뭔지 극심한 편두통에 시달렸다. 왼쪽 눈썹과 왼쪽 정수리, 그리고 왼쪽 뒷목(뒷골 땡긴다 할 때의 뒷골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그 부분)이 욱신거리고 너무너무 아파서 기껏 놀러 갔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앓아야 했다. 왼쪽 눈썹은 마치 멍이 든 것처럼 건드리기만 해도 아팠고, 나도 모르는 사이 어디에 박아서 부은 거 아냐? 싶을 정도의 통증이었다. 놀러 와서 신났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모조리 깨지고 동생과 엄마는 차디찬 내 양팔을 하나씩 잡고 혈액순환이 될 때까지 한참 동안이나 주물러야 했다. 사실 점심 이후로 계속 안 좋았는데 곧 괜찮아지겠지 하고 버틴 탓에, 더 이상 못 견디고 주저앉았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편의점도 문을 닫았을 시간이라 두통약을 살 곳이 없어서 대신 엄마 가방 속에 있던 소화제 한 알을 먹고 견뎌야 했다. 그래도 가족들이 끊임없이 마사지를 해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 줘서 한 3시간 만에 안정을 되찾고 잠들었던 것 같다.


 문제는 그날 이후로 편두통이 사라지질 않고 있다는 거다. 단지 체했어서 그렇게 아팠던 거라면 괜찮아졌어야 하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도 여전히 왼쪽 눈썹이 아팠다. 뇌경색 발병 위치가 좌측 눈 신경이었기에 왼쪽만 아픈 것이 더 불안했다. 그날 이후 통증을 견디다 못해 동네 내과에서 진통제를 처방받아 매일매일 먹었다. 그 진통제가 다 떨어지고 나서는 집에 있던 타이레놀을 먹었다. 주로 무언가를 먹고 났을 때나 신경을 많이 썼을 때 통증이 심했다.


 편두통 얘길 들은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리고는 진통제를 그렇게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동네 내과 의사쌤은 아프면 아낌없이 먹으랬는데..!) 머리가 아프다고 진통제를 매일 먹으면 오히려 편두통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편두통 예방약 등 몇 가지 약을 추가할 테니 약을 복용한 지 3주가 지나도 편두통이 사라지지 않으면 머리 사진을 다시 찍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두통 일기를 줄 테니 언제 어떻게 아픈지 매일 기록해서 가져오라고 했다. (살다 살다 두통 일기는 처음 들어봤다. 그런 일기도 있단 말이야?) 정확히 뭔진 모르겠으나 알겠다고 한 뒤 다음 증상 얘길 꺼냈다.


2. 시력 저하


 입원해 있을 때 양 눈 모두 1.0이었는데 퇴원 후 몇 주 만에 오른쪽 눈의 시력이 0.6이 되었다. 퇴원했을 때는 금방 회복되어 눈이 잘 보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젠 실제 시력까지 저하되어 버렸으눈도 맘도 너무 답답했다. 이 사실을 의사 선생님께 전하자 눈썹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기셨다. 퇴원 이후 점점 시력이 떨어지고 있다. 딱히 눈을 많이 쓰고 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그냥 보통 사람들 정도?)


 의사 선생님은 아무래도 시야검사나 눈 운동검사를 다시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입원해 있을 때 너무 힘들어서 진저리가 났던 검사인데 그걸 또 해야 한다니 벌써부터 걱정에 숨이 막혔다. 그렇지만 검사는 해야겠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 검사를 해야 뭐라도 알게 되겠지. 이제 다음 증상!


3. 흉통(혹은 식도염..?)


 흉통은 4월 13일에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그날 사내에 프랑스로 출장 다녀오신 이 사 온 초콜릿이 있었는데 그게 맛있어 보여 몇 개 집어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미 누가 뜯어놓은 봉지를 아무 생각 없이 집어 종이컵에 부었고, 자리로 가서 일하며 5개 정도 먹었다.(한 개가 엄지 손가락 반만 한 크기의 초콜릿이었다.) 하필 내가 먹은 것이 그중 카카오 함량이 제일 높은 쇼콜라였다는 건 나중에 심장이 너무 아파서 봉지를 뒤적여보고 알았다.(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카페인 함량도 높다고 한다. 평소 커피를 즐기는 건강한 동료도 그 초콜릿을 먹고 심장이 뛰어서 혼났다고 하니 카페인이 정말 센 초콜릿이었나 보다.) 물론 그 초콜릿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 뒤로 종종 심장 부근이 아프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가슴 정가운데에 흉통이 있는데, 이게 심장이 아픈 건지 식도나 위가 아픈 건지는 알 길이 없었다. 콕콕 찌르기도 하고 조이기도 하는 통증이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그 뒤로는 카페인도 신경 써서 피하고 있다.


 이 얘길 전하자 의사 선생님은 이 역시 검사 없이 넘어갈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상관관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근전도 검사를 다시 하게 되었다.(퇴원을 해도 검사는 끝이 없구나.)


 이렇게 3가지 증상들을 모두 전하고 재검사까지 잡고 난 후 진료를 마치기 전에, 나는 꼭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을 마지막으로 물어보았다.


"이게 정말...백신과 무관할까요?"


 의사 선생님은 엄청나게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성심성의껏 답해주셨다. 정말 기나긴 말로 답변을 해주셔서 한참을 듣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결론은 이거였다.


'의심스럽긴 하나 입증하기가 너무나도 어렵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정말 정말 희귀한 케이스라고 했다. (사실 이 얘기는 이미 몇 번이고 들은 얘기였지만 다시 설명해주시기에 또 들었다.) 일반적인 뇌졸중 환자와 나는 완전히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혈관도 좋고 혈전도 없고, 정말 아무런 원인도 없이 깨끗한 몸인데 그냥 그 자리에 뇌경색만 띵! 하고 있다고 했다.(진짜로 이렇게 띵! 하고 강조해서 말씀하셨다.)


 차라리 내 뇌에 혈전이 있다든지 어떠한 원인이라도 있으면 그게 백신과 유관하다는 것을 밝혀서 입증해보려는 노력이라도 할 텐데 의사들도 원인을 모르는 뇌경색이라 유관, 무관을 따지기가 너무나도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백신과 인과성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니 둘 중 하나로 답해야 한다면 무관인 쪽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고. 그리고 이렇게 원인이 없는 케이스가 오히려 조심해야 하고, 다른 환자들에 비해 더욱 검사가 많다고 했다. 원인이 있으면 그걸 치료하면 되는데 원인이 뭔질 모르니 모든 걸 다 조심하고 다 검사해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새로운 증상이 생겼을 때는 무조건 병원에 와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이해하지 못했다. 의료진도 나의 발병 원인을 못 찾았다면서, 왜 백신은 용의 선상에 올리려고 하지 않지? 백신과 병이 유관한지 몰라서 입증을 못한다면, 백신과 무관한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정말 사소한 요인들까지 범인으로 의심해 수많은 검사를 해보면서 왜 백신만 늘 무고한 시민으로 여기는 걸까? 아무도 범인이 누군지 모른다면, 의심스러운 용의자 모두 상세히 조사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누군가 팬데믹과 전 국민 백신 접종은 이전까지 한 번도 없던 사태이기 때문에 현재의 의사들도 이게 진짜 유관한 지 무관한지 모르는 거라고 했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의사도 진짜 백신이 사람들을 아프게 했는지 모르는 거다.  

모르는 데 어떻게 입증을 해요?


 아무튼 오늘도 옥순이를 죽인 범인 검거에 실패한 나는 다음 검사들을 차례로 예약한 뒤 병원을 나왔다. 온 김에 바로 검사까지 하고 가면 편할 텐데, 다른 사람들의 예약이 꽉 차 있으니 가능한 날에 예약을 해서 여러 번 내원해야한다.(큰 병원은 이게 문제야..)


 그 뒤로는 꼬박꼬박 두통 일기를 쓰고 있다. 매일매일 편두통 약과 진통제, 두통 일기와 펜을 지참해 다닌다. 추가된 약 중 입을 마르게 하는 성분이 있어 껌이나 사탕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귀찮아서 가방을 잘 안 들고 다니는 성격인데 어쩔 수 없이 챙겨 다니는 중)

요즘 매일 들고다니는 두통일기
내가 쓴 두통일기의 일부. 이렇게 세세하게 작성하도록 되어있다. 악필은 무시해주길...머리가 아플 때마다 쓰는거다보니 신경써서 적을 겨를도 없다. (사실 원래도 악필이긴 하다)

 진료 후 일주일 가량이 지났지만 새로 받은 편두통 약은 여전히 통하질 않고 있다. 두통 일기는 매일 늘어만 가고, 계속되는 편두통 속에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막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질 정도는 아니라서 괜찮지만, 그래도 꽤 아프다. 최근 소중한 가족을 잃기도 하고...접촉 사고도 나는 등 신경 쓸 일이 참 많았는데 그래서 더욱 편두통이 생겼나 싶다. 맘을 편안히 먹어야 하는데 슬픔과 걱정으로 머리가 가득 차서 그게 잘 안 된다.


 우선 시키는 대로 두통 일기 잘 쓰고 다음 주에 다시 검사를 받아볼 예정이다. 다음 진료 때는 병원에서 해줘야만 진행할 수 있는 백신 이상신고도 부탁드려볼 생각인데 입증불가로 일관하시는 의사 선생님이 과연 해주실지 의문이다. 시야검사와 근전도 검사 등 검사 결과와 함께 진료 후기를 담아 다음 일기를 남기도록 하겠다. 그럼 오늘 일기 끝!



 

+  참, 병원을 바꿔볼까도 생각 중인데 혹시 이대목동 말고 뇌졸중 치료 잘하는 서울 소재 병원을 아신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 위 일기는 며칠 전에 써둔거고, 새로 업데이트 된 내용이 있어 덧붙인다. 4월 25일에 미가드 1알 복용 후 왼쪽 머리에 소름 끼치는 듯한 증상이 잠시 나타났었는데, 4월 26일인 오늘은 오전 9시 반부터 이 증상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현재 시간 오후 10시가 넘었으니, 12시간 넘게 강제로 소름 끼쳐하는 중이다.) 몸이 저릿저릿하고 조여 오는 듯하면서도 말 그대로 몸에 닭살 돋듯이 소름이 끼치는 증상인데, 왼쪽 머리부터 시작되었다가 귀 뒤쪽, 목덜미, 그리고 나중엔 양팔과 양다리까지 소름이 끼쳐왔다.(소름 끼칠 만한 일이 없는데 가만히 있어도 소름이 돋는 기이한 증상...) 몸을 반으로 나눈다면 몸의 왼편이 조금 더 저리다. 이전까지는 없던 증상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모두 응급실에 가라고 했지만, 병원에 전화해보니 오늘 담당 의사 선생님이 안 계신다고 하여 내일 제일 빠른 시간에 급히 진료를 받기로 했다. 일기 쓰는 이 순간에도 소름이 끼쳐서 죽겠다. 이 저릿저릿하고 소름 돋는 증상이 내일 되면 없어질 수 있을까? 내일부터는 바빠질 예정이라 이 와중에도 미리 일기를 남겨본다. 내일 갑작스레 잡힌 진료와 원래 잡혀있던 다음 주 검사까지 마치고 나서 다음 일기로 돌아오겠다. 그럼 몸이 저려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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