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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Jun 30. 2024

아들에게 축구란?


"오늘 우리 학교 축구부가 다른 학교랑 경기하는데 친구랑 응원 갈 거야. 엄마가 데려다줘."

딸을 데리고 경기가 열리는 고등학교로 출발했다. 학교 입구에  도착하자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있는 응원단과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보였다.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두 아들이 다닌 고등학교다. 축구경기나 체육대회날에 운동장 뛰어다니던 아들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내가 주차하는 사이, 딸은 친구를 만나서 응원석으로 사라졌다.

"몇 대 몇이냐?"

응원을 하고 있는 남학생에게 물었다.

"3:0 이요."

내가 자리를 잡고 안자 마자 한 골을 더 넣었고 종료가 되기 직전에 한 골을 더 넣어서 5:0으로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얘들아, 너네 학교가 5:0으로 이겼다."

"역시."

가족톡에 올린 내용을 보고 초등학교 축구대표를 했던 큰아들이 관심을 보였다.

"우리 아들만 한 선수가 없네."

삼 남매는 같은 초등학교 동문이다. 딸이 태어나기도 전에  아들도 이곳에서 같은 모습으로 경기를 뛰었다. 아들이 경기를 할 때면 우리 가족은 함께 응원을 왔었다. 앞에서 응원하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보니 추억이 새롭다.

 

2002년도 월드컵 분위기를 느껴봐서 인지 큰아들은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 붉은 악마 티셔츠에 두건까지 맞춰서 쓰고 응원전을 함께 했던 2002년은 우리 가족에게도 즐거운 추억이다. 그 뒤로 유소년축구팀에도 가입해서 축구를 했다. 남편은 원고 마감으로 바쁜 시간에도 아들을 데리고 축구교실에 함께 다녔다. 집 마당에 골대까지 만들고 아들과 공차기 연습도 했다. 나는 쇠파이프까지 박아서 공이 집 밖으로 날아가지 못하게 그물망을 치는 것이 못마땅했었다. 지나고 생각하니 부자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다. 유소년 축구팀 선수인 아들을 따라 프로축구 경기를 보고 와서 아들 덕분에 처음으로 경기장에서 축구경기 관람했다고 즐거워했다.


남편은 군대시절 개발로 유명했다. 평발이었던 남편은  행군을 하다가도 넘어지고 공을 차다가 공하고는 상관없이 넘어지기 일쑤였다. 군대를 제대할 때까지 한 골도 못 넣고  제대한 전설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아들이 축구하는 것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주말에 아들과 근처 경기장에 가서 연습을 하고 집 마당에서 슛 연습을 했다. 아들이 하는 인터넷축구게임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응원을 하고 흥분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아들은 아직도 축구에 진심이다.


 "나는 아버지랑 함께 앉아서 밥을 먹는 것이 어색할 정도로 아버지와 함께 한 기억이 없어."

남편은 아이들과의 관계가 자신과 시아버지와의 관계 처럼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커다란 짐을 지고 혼자 가는 아버지보다는 친구처럼 옆에서 함께해 주는 아빠가 되고 싶어 했다. 물론  나머지 역할은 자연스럽게 내 몫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그렇게 싫지 않았다.


그때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남편이 살아온 인생을 어리석었다고 흔들어 놓고, 그의 삶을 예술가가 아니라 공무원 같다. 처지가 불쌍하다. 위로하는 척, 이용하고 비아냥 거리다가 사라진 사람들 말고,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기원하는 나의 기도가 부족했을까? 운동장을 바라보면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병원 간다고 딸에게 말하고 운동장을 벗어났다.


"우리가 승부차기에서 졌어."

딸이 알린 경기 결과였다.

"뭐야, 경기 이겼다며. 오늘 준결승까지 한 거야?"

내가 본 경기는 4강이고 준결승전을 이어서 했던 모양이다.


딸이 전한 정보에 의하면 축구클럽에서 활동하는 선수는 초등학교 리그에는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원래는 자기 학교가 우승팀인선수들이 빠져서 것이라고 오빠들의 모교가 패한 이유를 열심히 설명했다.

"초등학교 경기에 뭐 그런 법칙을 넣었다니."

아들의 한 마디에 우리 모두 맞장구를 쳤다.


평발 아빠가  아들에게 보여준 것은 축구 실력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축구의 모든 기억이 아빠가 아들에게 준 행복한 선물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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