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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 Apr 22. 2022

회복은 어떻게 하나요


인용문의 출처이자 책의 제목인 하프 브로크(half broke) 승마 용어로 ‘반쯤 길들여진이라는 뜻이다. 말뿐만이 아니라 인간도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는다.  사람이 가족에게, 사회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완벽히 적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길들여진 , 적응한 , 익숙한 척하며 다들 인생을 이어 나간다.


완전히 길들여지지 못해 낙오되고 버려진 말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일까? 인간은 어떠한가? 오히려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날  있다. 놀랍게도 반쯤 길들여진 말과 인간이 서로를 인정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갈  ‘회복'이라는 기적이 발생한다. 어려서부터 인간의 언어보다 동물의 행동에 민감했던 『하프 브로크』의 저자 진저 개프니는 길들이기 힘든 말을  다루는 ‘조교사' 성장한다.


진저 개프니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대안 교도소 목장의 말을 돌보는 기회를 얻으면서 자신의  다른 모습을 깨닫는다. 목장의 재소자들과 함께 말을 훈련시키며 상처받은 말과 상처받은 재소자들의 관계에서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면서 말과 재소자는 물론 저자 자신까지 ‘회복'이라는 기적을 경험한다.


인간의 언어보다 말의 언어는 행동과 습관을 통해 전해진다. 말들은 자신을 허례허식의 껍질로 위장하지 않는다. 인간보다 자신의 감정에 훨씬 솔직하다. 그러한 말과 교감하면서 저자도 자신을 타인에게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회복' 시작임을 독자들에게 강조한다. 결국 『하프 브로크』는 길들여지지 않은 상처받은 짐승(말과 인간)들이 서로를 붙잡아주고 구해주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모두 하프 브로크인 채로 살아간다. 자기 자신이 길바닥에 뒤집혀서는 일어나려고 날개를 퍼덕거리는 상처 입은 나방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금은 길들여졌지만 어느 정도 자신만의 정체성도 가진 상태로 살아간다. 아니면 하프 브로크인 척하는 걸까? 그게  편하니까? 그렇지만 길들여지지 않아서   없는 사람, 준비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있다. 그들에겐 말들이 펜스 안에서 사는 것처럼 어느 정도 훈련할  있는 ‘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말들처럼 자기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솔직히 자신을 드러낼 필요도 있다. 회복을 위한 첫걸음은 '자신에게 솔직해지기'이다.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하면, 회복은 그저 희망일 뿐이다. 사람들은 무엇인가 회복시키기 위해 추천할 만한  가지가 무엇이냐고 종종 묻는다. 그때마다 답은 한결같다.


잘하던 것을 다시 시작하세요.


한 생애의 전체에 걸쳐 펼쳐져 있는 회복을 향한 열망은 그 삶의 위대함을 회복시킨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의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위인들은 대부분 회복의 천재들이었다. 베토벤이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역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음악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었다면, 월광 소나타의 고귀한 위로는 우리에게 닿지 못했다. 다산 정약용이 정적(政敵)과 시대의 불합리에 굴복하고 유배지에서 주저앉았다면,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를 비롯한 위대한 저술 활동은 존재할 수 없었다. 그는 독서를 통해 시대를 앞서간 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갈릴레오가 종교재판에 순응해 종교적 핍박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그의 가설을 끝까지 증명하지 못했다면, 빛의 속도와 에너지의 관계를 알아내는 데 몇 세기가 늦춰졌을지 아무도 장담 못 한다. 실명에 가까운 역경을 이겨내며 밝혀낸 그의 과학적 업적은 가설을 넘어 시대의 상식이 되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항상 행복하기만 사람들보다는 힘들고 망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회복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회복으로 가는 길은 온통 구불구불 휘어 있다. 회복은 쉽지 않다. 과거의 평범했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일조차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회복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선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정직하고 솔직하게 스스로를 대면하고 과거와 다른 현재의 모습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잘하고 싶은 것보다는 잘할  있는 , 쉽게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회복은 열정과 희망도 중요하지만 '실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다시 일으켜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아주 작은 일일수록 오히려  효과적이다. 어렵고 힘든 일은 부담스럽고  다른 좌절로 이어질  있다. 중요한 것은 일의 가치가 아니라 실천  자체이다.


P.S.

안녕하세요. 코스모입니다.


사랑하는 글 친구 여러분 너무나 반갑습니다. 안타깝게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동안 글을 자주 올리지 못했습니다. 소중한 가족이 아프다는 것이, 무엇이든 온전히 집중하는 것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가족도 글도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대단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아픈 가족을 볼 때는 글과 책이 그립고, 막상 글을 써보려고 노트북 앞에 앉으면 가족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다행히 여러분들의 걱정과 격려의 말씀 덕분에 어머니의 상태는 어느 정도 안정되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어머님의 회복처럼 저도 열심히 회복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안 쓰던 글을 다시 쓰려고 하니 많이 버벅대게 되네요. 연로하신 부모님의 모습에 마음이 착잡한 것은 사실이나 마냥 넋 놓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글에 정성껏 달아주신 여러분들의 댓글은 저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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