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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 Jul 15. 2022

엔트로피


엔트로피(Entropy)라는 이름은 루돌프 클라우지우스(Rudolf Julius Emanuel Clausius, 1822 ~ 1888)라는 독일의 물리학자가 1865년에 붙인 것인데, '에너지'라는 말의 어원인 그리스어 νέργεια(에네르게이아)에서 전치사 ν-(엔-)을 남기고, '일, 움직임'이라는 의미의 어간 ργον(에르곤) 부분을 '전환'이라는 의미의 τροπή(트로페)로 바꾸어 조합해 만든 말이다. 엔트로피가 에너지의 변화와 관련된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엔트로피를 처음 발견한 것은 클라우지우스였지만 그 물리량이 정확히 어떠한 의미를 가진 것인지 명확하게 밝힌 사람은 루트비히 볼츠만(Ludwig Eduard Boltzmann, 1844 ~ 1906)이었다.


많은 사람이 엔트로피를 무질서한 정도, 지저분한 정도, 불규칙한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엔트로피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하려는 부가적인 설명이다. 여타의 물리학 법칙과 마찬가지로 엔트로피의 정의도 수학 방정식으로 되어있다. 그 유명한 엔트로피에 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S = k㏑W
(S: 엔트로피, k: 볼츠만 상수, ln: 로그, W: 경우의 수)


복잡한 수학 기호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릴 수 있지만 생각보다 이 방정식의 의미를 해석하는 일은 쉽다. 여타의 것들은 모두 무시해도 좋다. 그냥 'S = W'라고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글로 풀어보면 '엔트로피는 경우의 수이다'라고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처럼 엔트로피의 정의는 확률과 통계에서 자주 등장했던 경우의 수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물리학자들은 더욱 정교하게 위의 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동일한 거시(巨視) 상태에 대응되는 미시(微視) 상태의 개수" 알 것도 같지만 상당히 난해한 설명이다.


물리학자들의 뇌구조에 접근하기 위해 우선 주사위를 떠올려보자. 하나의 주사위를 던져서 3 나올 경우의 수는 1/6이다. 주사위를 던지면 여섯 가지의 경우(1~6) 발생할  있고 그중에 3 나올 경우는  가지라는 뜻이다. 이제 주사위를 하나만 추가해 보자.  개의 주사위를 던졌을   주사위 모두 3 나오는 경우의 수는 1/36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사위의 합이 6 경우의 수는 어떤가? 1/36보다는 훨씬 많은 경우의 수가 있음을 쉽게 예측할  있다.


만약에 주사위의 개수를 1,000개로 늘린다면 상상하기도 힘든 경우의 수가 발생할 것이다. '두 주사위 모두 3이 나올 경우'와 '두 주사위의 합이 6이 나올 경우'의 차이에서 엔트로피의 정의를 파악할 수 있다. 두 주사위 모두 3이 나올 경우는 한 가지밖에 없다. 이를 엔트로피 방정식(S = W)에 대입해보면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이다. 반대로 두 주사위의 합이 6이 나올 경우의 수는 상대적으로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이다. 두 주사위의 합이 6일 경우(동일한 거시 상태)에 대응되는 경우의 수(미시 상태)가 바로 엔트로피이다.


엔트로피는 열역학 제2 법칙과 함께 정의되는데, 열역학 제2 법칙이란 항상 전체 계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난다는 법칙이다. 정확히는 엔트로피의 증가량은 항상 0보다 크거나 같다. 즉,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는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증가하며 감소하는 변화 현상은 일어날 수 없다. 우리가 사무실에서 죽지 않고 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법칙 때문이다. 인간은 공기 중에 분포된 산소를 체내로 흡입함으로써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만약 공기가 균일하게 분포되어있지 않고 내 주변에만 집중적으로 존재한다면 동료들의 생명은 위태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가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없고 사무실에 골고루 펴져 있을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왜냐하면 우주의 모든 존재는 열역학 제2 법칙에 의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만 공기가 존재하는 경우가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이며, 사무실 전체에 균일하게 공기가 분포한 경우를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라고 부른다. 엔트로피가 높다는 것은 결국 경우의 수가 많다는 말이다. 당연히 복잡하고, 지저분하고, 불규칙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경우의 수가 적은 상태에서 경우의 수가 많은 상태로 변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시간이라는 개념도 잘 살펴보면 엔트로피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시간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증명할 방법이 있을까? 과거와 미래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난 주말에 애인과 행복했던 시간은 지금 어디에 존재하는가? 다음 주에 친구와 만날 시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모두 쉽지 않은 질문이다. 시간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으나 우리는 존재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인지 모른다. 인간의 인지적 시간은 사실 '기억' 때문에 존재한다. 인간에게 기억이 없다면 시간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실존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기억에 순서를 부여하기 위해 시간을 도입했다는 설명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리고 인간의 기억이 만들어질 때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뇌 가소성에 의해 그 복잡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 변화 때문에 시간을 인식할 수 있다. 이처럼 호모 사피엔스도 열역학 제2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 다시 말해 우리의 삶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존재하는 코스모스도 빅뱅 이후 계속해서 엔트로피가 증가해 왔다. 호모 사피엔스와 코스모스의 이러한 묘한 닮음을 우리는 시간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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