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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 Jul 08. 2022

영원한 존재


물리학에 의하면 빛은 진공에서 속도가 초당 299,792,458m(약 3 × 10⁸m)이고 자연의 기본 상수 중 하나이다. 이 유명한 상수는 17세기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시작으로 덴마크의 천문학자인 올러 뢰머(측정 실험을 한 연도: 1676), 프랑스의 물리학자 이폴리트 피조(1849), 레옹 푸코(1862) 그리고 폴란드계 미국인 앨버트 에이브러햄 마이컬슨(1931)을 거치며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관측장비의 발전과 과학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더욱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과학자가 빛의 속도를 알아내기 위해 도전과 실패를 거듭했다.


빛의 속도, 다시 말해 광속은 일반적으로 c로 표시된다. 라틴어에서 속도를 의미하는 celeritas 또는 정수를 뜻하는 constant에서 유래했다. c는 우주에 있어서 최대 속도이며 물리학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값이다. 실제로 오늘날에는 미터 자체를 1/299,792,458초 동안 빛이 이동한 거리로 정의하고 있다. 또 한 가지, 광속이 상수라는 사실은 빛의 속도에 절대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이 주장한 상대성이론의 핵심이다. E=mc²이라는 방정식에서 광속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빛을 발한다. 빛이라는 존재의 정확한 의미를 밝히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역사이자, 현대 물리학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3 × 10⁸m/s이라니 상상하기 힘든 속도다. 100km/h의 중압감을 견디는 일도 절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매 순간 인간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는 속도로 빛은 우리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러한 빛의 초월적인 능력 덕분에 인간은 사물을 인식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빛에 반사된 사물의 모습을 인식하고 있다. 색은 사물의 형태와 함께 우리 눈이 받아들이는 기본 요소다.


눈에 들어온 빛이 망막에 맺히면 시각세포가 빛을 감지, 신경신호로 바꿔 시각중추로 전달하면 우리 눈은 색을 인식하게 된다. 빛은 물체에서 반사되거나 투과되는 성질이 있는데 우리가 물체의 고유 색깔을 느끼는 것은 가시광선의 특정한 색을 물체가 반사하면 눈이 그 반사광을 고유색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빨간색 토마토의 경우 빨간색은 반사하고 다른 색은 흡수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빨간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밤하늘을 볼 때도 비슷하다.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밤하늘에 적당한 망원경을 들이대면 놀라운 세상이 펼쳐진다. 그곳에는 존재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진화가 함께 공존한다.


성능 좋은 천체 망원경을 동원하면 수백만 년, 또는 수십억 년 전에 방출된 빛도 볼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오래전에 수명을 다하여 죽은 별도 있지만, 빛이 지구에 도달하려면 수백만 년, 또는 수십억 년이 걸리기 때문에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빛은 물체가 현존한다는 증거가 아니라, 한때 그곳에 존재했음을 보여 주는 흔적일 뿐이다.

『엔드 오브 타임』·브라이언 그린(와이즈베리, 2021)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브라이언 그린은 존재의 시작과 끝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의 의미를 과학적 지성으로 철저하게 설명한다. 그 논거의 주인공은 엔트로피와 진화론이다. 그리고 모든 존재의 태초와 마지막에는 어김없이 물리학 법칙이 존재한다. 영원은 인간에게도 우주에게도 불가능한 것이지만 우주의 법칙, 다시 말해 물리학 법칙을 설명하는 수학적 방정식은 영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존재의 시작과 끝을 엔트로피와 진화론으로 설명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은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은 어느 정도 해냈다고 생각한다. 『엔드 오브 타임』은 그런 책이다. 존재의 의미를 물리학으로 설명한 책.


존재에 관한 고찰이 그저 과학적 접근만으로 완벽할 수 없음을 저자도 잘 알고 있었다. 전문분야인 수학을 최대한 절제하고 적절하게 배치된 인문학적 요소는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따라서 존재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행은 지적이고 우아하다. 저자와 함께 존재의 탄생에서 종말까지 함께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은 책이다. 내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기까지 어떤 과정을 지나왔는지 이해한다는 것은 대단하다는 것을 넘어 숭고하기까지 하다. 별의 탄생과 생명체의 탄생 그리고 인류의 기원은 하나로 이어진다.


빛은 증거가 아니라 흔적일 뿐이다.


절대적인 광속이지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빛의 속도는 유한하다는 말이다. 광년은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거리의 단위이다. 기호는 ly(light year)이며 1광년은 진공 상태에서 1 율리우스 년(365.25일) 동안 빛이 이동한 거리를 뜻한다. 2022년 기준 지구에서 약 135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가장 멀리 있는 은하 후보가 관측됐다. 'HD1'으로 명명된 이 은하 후보는 현재 본격적인 관측을 준비 중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통해 확인되면 지금까지 관측된 은하 중 가장 멀리서 발견된 은하로 등극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빅뱅을 138억 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우주가 탄생한 뒤 3억 년밖에 안 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135 광년이라는 거리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영원(永遠)  그대로 한없는 시간의 지속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영원의 시간이 지나면 닿을  있는 거리쯤 되지 않을까? 이렇게 위대한 빛도 광활한 코스모스에서는 담백한 조연일  주연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영원한가? 당연하게도 절대 그럴  없다. 빛처럼 우리 인간도 유한하다. 결국 영원한 존재란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몸에서 방출되거나 반사된   아무런 방해 없이 지구 탈출에 성공한 부분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방대한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자신이 유한한 존재임을 정확히 인식해도 불멸에 대한 염원을 얼마든지 가질  있는 것처럼 말이다. 존재의 시작과 끝에서는 오히려 우리 인간도 빛과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아마도 영원한 존재의 여부를 고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코스모스의 질서 안에서 함께하는 존재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런 상념으로 밤하늘을 다시 올려다보니 절대적이지만 유한한 빛이 나를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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