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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 Apr 10. 2022

가족


가족(家族) 사전적 의미는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하지만 인생이 책처럼 흘러가지 않듯이, 가족도 사전을 찾아서 외운다고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교과서적인 가치를 넘어 '추억 공동체'라고   있다. 따라서 좋은 가족은 좋은 추억이나 기억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


기억하고 싶은 추억을 많이 가진 가족일수록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일 가능성이 높다. 나눌  있는 추억이 많은 가족이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해줄 여유가 남아있어 포근한 보금자리가 된다. 누구에게나 언제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행복한 표정으로 가족과 함께한 사진 하나쯤은 있는 이유는 '가족은 추억 공동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족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운명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만들  있는 것이 가족이다. 사전에서 정의한 것처럼 가족이 부부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이유는 그러한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이며, 혈연 이외에도 가족이   있는 경우는 많이 있다. 혈연은 가족의 전부가 아니라  요소일 뿐이다.


우리는 단지 피가 이어졌다는 이유로 가족이 되었지만 증오와 혐오, 시기와 질투로 서로에게 수많은 상처를 입히는 가족을 흔하게   있다. 과격하게 말해서 선천적인 특성과 혈연만을 가족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가축과 다를  없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추억, 좋지 않은 추억이 많은 가족은  이상 안식처나 보금자리가 아니라 탈출하고 싶은 굴레가 된다.


아무리 행복한 가족이라도 상실의 과정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인간은 시간과 함께 노쇠한다. 그리고 세대는 끝없이 이어진다. 버거운 일을 만날 때마다 '엄마, 아빠'를 찾던 자식들도 이제 어른이 되어 보듬어 줄 자기 자식을 낳는다. 자기 자식들 챙기는 데 여념이 없어, 정작 나를 낳은 부모를 챙긴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 그렇게 우리를 낳고 키우며 세월의 풍파를 막아주던 부모도 결국 늙고 병든다. 내가 늙은 것보다 우리 부모가 항상 더 빨리 늙는 것 같다. 다음에 꼭 찾아뵌다는 전화만 수십 번, 마지막일지 모를 만남은 매번 다음으로 미뤄진다. 마치 미루는 것이 상실의 과정처럼 돼버린다. 우리는 부모를 잃고 나서야 부모와 작별하기 위해 가장 열심히 한 것이 '미루기'였음을 깨닫는다.


겨울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듯 완연한 봄이다. 파릇한 생명력에 놀랄 겨를도 없이 계절은 무심히 다음 계절로 나아간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의 작별은 절대로 피할 수 없다. 외면하고 싶지만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일이다. 다만,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서 더 좋은 가족은 만들 수 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과정을 '미루기'가 아니라 '행복한 추억'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강조하면, 좋은 가족이란 좋은 추억이 많은 가족이다. 좋은 추억을 많이 공유할수록 서로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추억 공동체는 상실과 작별의 과정도 행복할 수 있다. 그리움은 남겠지만.


작가  켈러는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에서 할머니를 떠나보낸 '슬픔' 희미해지지만, 할머니를 추억하는 '그리움'  깊어질  있다고 말한다. 추억 공동체인 가족에게 작별의 슬픔만큼 뼈아픈 기억은 없다. 그러한 슬픔도 무한한 시간 앞에서는 희미해지고 행복한 추억은 그리움으로 남는다. 만약에 그리움이 '후회'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너무 끔찍해서 상상하기도 싫다.


그리움을 후회로 바꾸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계속해서 행복한 추억 만들기를 미루기만 하면 된다. 계속 미루기만 하면 후회의 그림자가 당신의 인생 전체를 뒤덮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후회로 가득  인생보다 행복한 가족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속한 가족에게 서로가 어떤 공통의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가를 떠올려보자. 미루지 말고 기억하고 싶은 추억을 하나  만들어 보자.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떤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 나갈지 옆에 있는 가족과 함께 이야기해 보자.


P.S.

참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 어머니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나와의 약속을 지켜보려 했지만, 가족이 아프니 마음 잡기가 쉽지 않네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아무 말 없이 글을 올리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변명하자면 정신이 좀 없었습니다. 아마 당분간은 비정기적으로 글을 올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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