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제의 사례에 등장하는 인물은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몇몇의 사례에서 보편적으로 관찰된 것을 각색하여 재구성한 인물임을 알려드립니다#
요한이는 내 수업에 오기 전인 4학년 2학기까지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한 사교육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잘 놀고 성격 활달한 몸과 마음이 건강한 남자아이였다.
자기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고, 책을 잘 읽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거의 모든 부모의 로망과도 같다. 더구나 학교 선생님이셨던 요한이의 어머니는 중등때까지는 성적이 그리 좋지 않다가도 결국 명문대 가는 아이들 중에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은 경우가 많았다는 경험을 얘기하시며 책 읽기의 필요성을 늘 알고는 계셨다고 했다.
그런데 요한이는 집에서 부모님이 책을 읽는 환경도 아니었고, 어린 시절 꾸준히 책을 읽어준 시간도 부족했다. 더구나 사회성이 무척이나 발달하여 사람이나 외부상황에 관심이 많은 지극히 외향적인 아이였다. 공부나 책의 경험이 부족했던 요한이는 주변의 작은 소리에도 가사 없는 음악소리에도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요한이의 가장 큰 문제는 책 읽은 경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천천히 그림책부터 읽기 시작했고, 그리스로마신화를 거쳐 창작책과 클래식으로 천천히 넘어갔다. 다른 방법은 없다. 모든 스텝을 1단계부터 밟아가는게 중요하다. 조금 빨리 갈 수는 있지만 조급하다고 건너뛸수는 없다.
특히 요한이같이 이미 고학년이 되었고, 유아기와 저학년 때 책을 읽은 경험 없는 아이들이 책을 읽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군다나 성격도 극 외향적이라 가만히 앉아있는걸 힘들어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독서력이 올라가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수밖에 없었다.
나는 직접 책을 읽어주는것부터 시작했다. 책을 읽어주면 힘도 들지않으면서도 이해가 쉽다. 그리고 요한이에게도 소리 내서 읽게 했다. 그러다 아이가 책에 집중을 잘할 때는 묵독을 시켰다. 눈으로 잘 읽고 있나 중간에 질문을 통해 확인하며 생각을 확장하도록 했다. 그러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다시 소리 내어 읽기를 했다.
모든 아이들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나는 가급적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여 아이 장점부터 찾는다. 그걸 찾으면 최대한 그 장점을 이용하여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다. 요한이의 경우는 외향적인 성향으로 사람과 소통하는걸 좋아하고, 등장인물에게 쉽게 공감하고 상황에 대한 이해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것이 최대 장점인 아이는 책 숙제를 성실히 해왔다. 요즘 요한이 같이 별다른 사교육 없이 잘 논 아이들은 매우 드물다.
요한이는 점점 재미를 느꼈고, 책을 읽는 자신에 대해 뿌듯해했다. 읽는 양이 쌓일수록 책을 이해하는 능력은 좋아졌고, 6학년이 되어서는 혼자서 200쪽 내외의 책은 무난히 읽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책을 받아 들고 두께부터 확인하던 처음의 그 모습은온데간데 없어졌다. 어느 날은 책읽기에 자신감이 생겼던지 책이 재밌다면서 요즘 심심하니 책숙제를 더 달라고 하는 경지에 올랐다. 그때의 뿌듯함과 대견함을 잊지 못한다.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은 비슷하나, 요한이와는 이유가 조금 달랐던 4학년 준성이의 경우는 '영상과 게임 과몰입'상태였다. 더구나 준성이는 모국어 확장시기인 7.8세 때 부모님 해외 파견 근무로 미국에서 보냈다. 그래서 기초적인 그림책 읽기 조차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더구나 바쁘신 두 분은 아이를 할머니에게 전적으로 맡기셨고, 준성이는 심심할 때마다 TV 드라마, 영화를 보고, 게임은 뭐 당연한 취미 생활 중이었다. 준성이가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유튜브에서 본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준성이는 유 선생에게서 세상을 배워가고 있는 중이었다.
산만함 그 자체인 준성이가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5분. 그림책 외엔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유튜브를 통해 강한 자극적인 세상의 온갖 풍경들을 구경한 준성이에게 그림책 읽기를 시시함 그 자체였다. 이대로 안 되겠다고 생각하여 난 예외적으로 책 읽기 단계를 뛰어넘어 바로 단행본 읽기에 들어갔다.
단, 재밌어서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책, 절대 긴 서사구조를 가지면 안 되는 에피소드형 책을 골랐다. 작전은 성공했다. 5분마다 끊고 말을 걸고 딴 소리를 하는 것은 여전했지만 책에 관심을 보였다. 나와의 수업은 차차 안정되어 갔다. 집중적이 눈에 띄게 좋아진 건 아니었지만 아이가 책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갔고 책도 읽을만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책 수업시간에 내 노력만으로는 부족했고, 아이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가정에서의 환경적 변화가 시급해 보였다. 나는 준성이와의 신뢰가 어느 정도 쌓였다고 판단되어 준성이 어머니를 따로 만났다. 준성이가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정도가 좀 심각하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준성이가 집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영상과 게임 과몰입에 대해 다시 자세히 말씀드리고 당장 조치가 필요하다고. 집에서 영상 보는 시간과 게임시간을 조절하시고 특정 시간 또는 특정 요일에만 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드렸다.
이런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실 수 있도록 글로 적어 드렸다. 현재 독서력 상태를 수치로 진단해 드리고, 전문가로서의 원인과 대안책을 만나는 자리에서 읽어보시게 했다. 말보다는 글로 적어 전달하는 게 문제를 거리를 두고 보는데 효과적이다.
사실 준성어머니도 그것에 대해 걱정을 하고 계셨는데 그렇게 심각한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다고 하셨다. 난 다행히 준성이는 부모님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솔직한 아이라 대화가 잘 되니, 이 문제에 대해 가족들 모두 회의를 하시고 해결책을 찾아보라고 말씀드렸다.
이후 준성이를 통해 나는 반가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평일에는 게임과 영상을 전혀 보지 않고 주말에만 하도록 정했다고. 혹시 준성이가 조절이 되지 않아서 몰래 할 수도 있으니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평일에는 어머니가 태블릿과 컴퓨터 본채를 차에 싣고 출근하시기도 했다. 준성 어머니 브라보!!
외향적이고 말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준성이 경우에는 처음에는 무작정 책만 읽지 않고, 아이가 하는 어떤 이야기든 잘 들어주고 대화를 했다. 그리고 차차 책과 관련된 이야기만 하도록 했고, 시간이 지나서는 한 챕터가 끝날 때까지는 대화 없이 책을 읽도록 했다. 이렇게 차근차근 책 읽기 훈련을 한 2년이 흘러 준성이는 미동도 없이 오롯이 책에 집중하는 아이가 되었다.
이렇게 요한이와 준성이처럼 책을 읽고 싶어도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럴 때는 3가지를 점검해 보면 좋겠다. 첫째 책 읽은 경험이 충분한가, 둘째 영상과 게임에 과몰입하고 있지 않은가, 셋째 ADHD이거나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현상은 같아도 원인은 다를 수 있다. 원인이 다르면 해결책도 조금씩 달라져야한다. 또한 아이들은 모두 다른 기질을 타고나며, 모두 다른 부모와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 아이가 가진 특징과 환경적 요인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올바른 방법으로 아이를 지도할 수 있다. 그저 '책에 집중해야지'라며 아이를 다그쳐서 될 일이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