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제의 사례에 등장하는 인물은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몇몇의 사례에서 보편적으로 관찰된 것을 각색하여 재구성한 인물임을 알려드립니다#
엄마가 읽어주면 좋아하지만 절대 스스로는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엄마들의 경우에는 빠르면 7세 늦어도 9세 정도면 혼자 책을 읽었으면 한다. 당연히 소리 내서 책을 읽어주는 게 상당히 힘들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시달리다 온 엄마들 경우에는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쪼르르 달려오는 게 기특하면서도 살짝 겁이 나는 일이기도 하다.
2학년이 된 효원이는 절대 혼자 책을 읽지 않는 여자아이였다. 집에서도 엄마가 읽어준다고 해야 책을 본다고 한다. 아니 효원이는 책을 듣기만 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도 책에 그다지 관심 없어 보였다. 책을 읽어보라 하면 책을 홀딱 덮어버리고 딴짓을 한다.
허용적인 분위기에서 큰 아이라 자기 고집이 세고, 어른의 지도력이 잘 먹히는 아이도 아니었다. 아이 잘못에는 엄하게 대처하는 내 앞에서도 아이는 당황할지언정 절대 기죽지 않으려는 듯 턱을 치켜드는 당돌한 아이였다. 그것도 머리가 상당히 비상해서 더 만만치 않은 이 아이와 나는 수업을 시작했다.
효원이는 역시나 소리 내서 읽기를 거부했다. 그래서 내가 읽어주었다. 그런데 관심 없다는 듯 앉아있다가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 몸을 기울여 책을 뚫어지게 본다. 그리고는 귀를 기울이고, 뭐가 이상하다니 이 사람은 이래서 그런 거라니 책 인물의 행동이나 상황에 훈수를 두기 시작한다. 나는 이런 아이를 빙그레 쳐다보았다.
오라~ 책을 좋아하는 아이구나. 그런데 왜 혼자서는 책을 왜 읽지 않을까?
어느 날 소리 내서 읽어주다가 선생님이 목이 아파서 그러는데 한쪽만 대신 읽어달라고 아이에게 슬쩍 엄살을 부렸다. 그랬더니 아이는 마지못해 한 페이지의 분량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싸! 2학년인데 효원이는 아직 문자를 수월하게 읽지 못하고 있었다. 더듬더듬 읽는 것은 물론, 처음 보는 어휘는 글자를 바꿔 읽기도 했다.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한글을 떼지 않은 채 입학을 했다고 했다. 요즘엔 보기 드문 경우였다.
효원이가 책을 혼자 읽지 않은 이유는 문자를 수월하게 읽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림책 한 권 읽는데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래서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는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갈 경우에 책 읽는 재미는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안 읽게 되고, 안 읽으니 더 못 읽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책을 수월하게 읽지 못한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더욱 책에 관심 없는 척한다.
어릴 때는 보통 부모에게 책을 읽어달라는 아이들이 많다. 사람은 언어를 먼저 들으면서 배우고, 그 언어를 입으로 따라 하며 습득한다. 그래서 듣는 이해력이 읽는 이해력에 비해 월등히 좋고 쉽다. 어른들의 경우도 스스로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보다, 책 내용을 강의로 듣고 책을 보는 게 이해가 빠르며 별 힘이 안 드는 이치와 같다.
그래서 모국어 습득의 결정적인 시기인 8, 9세까지는 당연하게 책을 읽어주는 게 좋다. 더구나 아이들이 문자를 수월하게 읽더라도 책에 담긴 모든 어휘를 다 이해하며 읽는 것은 아니다. 전래동화 같은 경우에는 지금은 쓰지 않는 물건들과 어휘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아이들이 혼자 책을 읽을 경우에 그런 어휘들을 그림에 의존해서 읽는다. 이게 이거구나 연결시켜서 읽으면서 어휘 뜻을 어림짐작하여 읽는다.
이럴 경우 잘 읽는 아이들도 있지만 잘못 추측하고 오독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망부석 재판> 같은 이야기에서 사또와 같이 일을 하는 '이방'이 직책이 아니라 사람 이름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심청전> 경우에 심봉사 역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봉사'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아이들로서는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간다. 그래도 글을 읽는데 별 지장이 없다. 그래서 어른이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에게 생소한 어휘들을 간단히 설명해 주거나, 그림과 문맥을 통해 그 어휘를 알맞게 추측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부모가 꾸준히 책을 읽어주고, 그 책을 자기 힘으로 다시 읽는 게 좋다. 그렇게 하면 부모가 읽어준 기억으로 책이 쉽게 읽힌다. 그러다 보면 아이 읽기 능력이 올라가고 어느새 부모가 읽어주는 속도가 답답하여 자신이 스스로 읽겠다는 날이 온다.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한데, 부모가 읽어주는 속도가 느려 빨리 읽고 싶은 아이들은 내 읽는다면서 책을 뺏어간다. 그런 날은 아이마다 다르게 온다. 그래서 아이가 읽어달라고 할 때까지 읽어주는 게 좋다.
그런데 문자를 수월하게 읽음에도 10세가 넘어도 자신은 한 권도 읽지 않고 책을 읽어달라고만 한다면 그건 부모와 책 읽는 그 시간이 아이에게는 '부모의 사랑을 느끼는 시간'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책을 정말 잘 읽어주는 부모들이 있으니까. 마치 성우가 된 양 인물마다 다르게 감정을 넣어서 진짜 열심히 읽어주시는 부모라면 아이 입장에서 자신이 읽는 것보다 훨씬 실감 나고 재밌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부모의 정성이 담긴 따뜻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사랑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이런 이유들이 아니라면 난독증이 아닌 이상 아직은 책 읽는 힘이 부족하고 귀찮아서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일정 양은 미리 정해서 부모가 읽어주고 나머지를 스스로 읽는 것을 유도하거나, 한 페이지씩 번갈아가면서 읽으며 차차 혼자 읽는 연습을 시키는 것을 권한다.
꾸준히 반복하는 것의 힘은 세다. 가치 있는 것들은 대개 반복의 힘에서 얻어진다. 그것 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문제는 꾸준히 반복하는 것은 매우 지루한 일이다.
더군다나 목적을 가지고 하면 더 지루하고 반복하기 힘들다.
아이의 배경지식을 넓히게 하려는 목적, 독해력을 높이려는 목적은 일단 미뤄두자. 말했듯이 목적이 앞서면 꾸준히 반복하는일이 더 힘들어지기때문이다.
동화의 세계는 광활하여 지루할 틈이 별로없다. 매일 들러도 늘 새로운 세상이니 의식하지않고 꾸준히 반복할 수 있다. 그러니 매일 동화세계로 내 아이와 밤마실을 꾸준히 다녀보는건 어떨까. 아이보다 내가 더 즐거울수 있으니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