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먼저 양육자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반드시 부모는 '자신을 먼저 돌보고 사랑하는 것'이 '아이를 사랑하는 것' 앞에 있어야 한다. 부모라는 환경이 건강해야 그 환경 속에 자라는 아이가 건강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런 기본 바탕이 잘되어 있는 환경에서는 그 어떤 교육을 해도 잘 된다. '아이와 같이 책을 읽으면서 책을 통해 공부하는 교육을 하고 싶다'고 결심했다면 그리고 이것이 진짜 부모의 가치관이라면 그 다음에는 본질적인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바른 방향 설정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본질적인 방법이다.
사실 한국인들은 학창 시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공부를 배운 적이 없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뜻이 있는 부모가 사다준 어떤 책, 특히 꽤 비싼 전집을 아이를 위해 선뜻 사준 부모의 사랑이 계기가 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게 되었고, 지금은 자신의 아이에게 책을 권하는 부모가 자연스럽게 된 경우가 많다. 자신이 좋았던 경험 혹은 만약 자신이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 경험을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게 부모들의 방식이니 말이다. 그것 중 하나가 바로 '책읽기'다.
우선 책 읽기가 가능한 '기본 환경설정 3가지 모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선행되어야 할 전제같은 것이어서 이것을 해야 책 읽기 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이 3가지 환경적 조건은 서로 맞물려 있어 어떤 상황은 다른 상황을 불러 일으키고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환경설정만 잘 해놓아도 책 읽는 아이를 만드는 일의 그 절반은 성공한다. 거기다 나머지 '재미있는 책' 고르는 안목만 기른다면 100% 성공한다고 장담한다.
책이라는 매체는 아이가 즐거움을 느끼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아이들은 감정이나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지루함을 잘 참지 못한다. 그러니 책을 봐도 만화나 학습 만화를 보는 것이다. 그림이 주는 즉각적인 즐거움과 적은 글자로 피로도가 적으니 말이다. 그림이 없고 글자만 가득한 책을 읽고 즐거움을 느끼려면 예열과정이 필요한다. 독서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그 힘이 길러지지 않았기에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이다.
아이를 심심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책 읽기는 우선순위에서 맨 마지막이다. 아이들은 1순위는 친구와 놀기, 2순위는 게임이나 영상보기, 3순위 안하면 안되는 학원 숙제, 4순위 그림그리기나 레고 조립 또는 만들기, 5순위 만화책, 6순위 그냥 책.. 어른들의 중요도와 상관없이 아이들 마음 속 우선순위는 이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현실에서 아이에게 책을 권하고 읽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실의 아이들에게 책은 '심심해 죽을 지경이 되야 들춰보는 것'쯤으로 여긴다고 생각하면 맞다. 그래서 대체로 부모가 붙잡고 읽어주거나 수업 형태로 넘어가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면 6순위에 있던 책이 3순위는 안하면 안되는 학원 숙제로 중요도가 올라가기때문이다.
책은 스마트 폰을 이기기 힘들다
스마트 폰은 21세기 '도깨비 방망이' 같은 것이다. 정말 많은 것을 대체할 수 있어 유용하고, 너무나 재밌어서 위험한 물건이다. 특히 어린아이들과 청소년에게는 더욱. 이런 이야기를 하면 고지식하네, 꼰대네, 이런 말들을 한다. 조절해서 쓰면 아무 문제 없다고 큰소리친다. 요즘 시대에 잘 사용하는 것을 가르쳐야지 원천적인 금지를 이야기하는 것에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하지만 난 미성년에게는 스마트 폰을 금지시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컴퓨터를 사용하고 노트북이나 테블릿을 갖는 것을 말리지는 않는다. 그것으로 게임을 하고, 재밌는 영상을 보고, 인강을 보거나 자료를 찾는 것은 상관없다. 문제는 이 어마어마하게 재밌는 스마트 폰은 늘 몸에 지니고 다닌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수시로 내 시선과 관심을 뺏아가 집중력을 흐트려뜨린다.
또한 24시간 몸에 지니고 다니니 언제든 내가 원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제공한다. 그래서 스마트 폰은 술과 담배처럼 중독성이 있다. 실제로 스마트 폰을 사용할때마다 도파민이 분비되어 중독되도록 한다는 것은 많은 연구 결과에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 심지어는 공지사항을 스마트 폰 앱으로 전달하는 교사들이 다수다. 그래서 안사주고 싶어도 사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생긴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타협해버렸다.
더욱이 아이들에게 스마트 폰보다 더 재밌는 것은 '친구와 놀기' '부모와의 즐거운 대화 그리고 여행' 정도다. 그래서 친구가 없거나, 부모와 관계가 나쁘거나 혹은 어떤 학업적 스트레스가 과도한 아이들은 더 스마트 폰에 몰두한다. 보통의 아이들 역시 절대로 스스로 알아서 스마트 폰 사용량을 조절할 수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부모가 늘 사용시간을 감시하며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스마트 폰을 책은 이기기 힘들다. 책은 아이들 입장에서 매우 느린 매체이며 쾌락의 강도가 스마트 폰보다 약하다. 그래서 이미 스마트 폰 사용양이 과도하고, 그것을 통해 게임과 많은 영상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된 아이들에게 책을 권한다는 것은 어른들이 담배나 술을 끊고 운동을 권하는 일과 같다.
책을 읽을 준비를 하려거든 전자기기를 이용한 모든 게임과 영상 노출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집마다 규칙을 정하되 초등생 기준 하루에 매일 1시간- 1시간30분으로 하거나, 평일에는 아예 금지하고 주말에만 허락하는 형태로 규칙을 정해도 좋다. 어떤 집의 경우 초등 고학년인데 30분 사용을 허락했더니,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스마트 폰 사용에 더 많은 갈망을 느끼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그러니 정해진 시간만 잘 지킨다면 아이가 그 시간에는 충분히 죄책감없이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도록 허락해주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아직 스마트 폰을 사주지 않았다면 최대한 미루는 것을 권한다. 일단 늦게라도 스마트 폰을 갖게 된 아이는 책을 놓고, 그 동안 하지 못한 총량을 채우려 들 가능성이 높다. 아이와 이 문제로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왜 스마트 폰을 천천히 사주려고 하는지 부모님의 의도를 충분히 설명해주고 아이가 납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아이는 조절 능력이 좋고, 책을 무엇보다 좋아하며 게임과 영상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부모들도 있다. 아이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은 자기 조절이나 통제력이 어른과 같지 않으며 학년이 올라갈 수록 학업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한국 아이들에게 스마트 폰은 휴식과 같은 역할도 하고 있으니 장담하긴 어렵다. 특히 스마트 폰 사용은 어른 조차도 통제하기 어려운 경우를 집 구성원 중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은가? 어떤 아이의 이 고발성 발언은 비단 이 아이 집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선생님 우리 엄마 아빠는 나한테 책 읽으라고 하고, 자기들은 스마트 폰 만 봐요. 내가 이 책 재밌다고 하는데도 맨날 무슨 정보나 뉴스 찾는다며 스마트 폰만 봐요. 단 한번도 내가 재밌다는 책을 읽은 적이 없어요"
바쁜 스케줄을 정리해야 한다
한국의 학생들은 유치원이나 초등 저학년부터 고등학생때까지 학교와 함께 학원을 병행한다. 이미 한국 아이들에게는 필수 코스가 된 것이 각종 학원이다. 특히 학습과 관련된 학원을 다니는 것에 지친 중고등 아이들 중에서 학교나 학원 중에 하나만 다니면 안되느냐고 푸념하는 아이들도 있다. 학교에서 수학을 배우는데 시험은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어렵게 내니 수학학원은 필수고, 영어도 배우는데 별 효과가 없으니 별도로 배운다.
그리고 초등 저학년은 부모 퇴근 시간까지 돌봄의 역할을 해줄 음미체 학원을 돌고, 초등 고학년은 상급학교 준비를 시작한다. 고등학교는 대학을 잘 가기위한 내신 공부나 수능을 위한 학원을 돈다. 대학을 가면 끝인 줄 알았는데 취업을 위한 학원을 다니고, 취업을 하면 진짜 끝인 줄 알았는데 자기 계발을 해야 살아남는다고 해서 또 학원을 다닌다.
그런데 진짜 학원을 안다니면 공부를 못할까? 무슨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학원부터 찾는게 한국사람들의 기본 습관인 듯 보인다. 요즘은 1타 강사의 인강을 저렴하게 들을 수 있고, 양질의 컨텐츠가 넘쳐나는 유튜브만 잘 찾아도 좋은 선생을 찾는 것은 쉽다. 책을 안 읽는 시대라지만 이상하게도 과거보다 양질의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도 학원을 찾는 것을 보면 학원 중독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도 이상할게 없는 나라다.
하루에 학원을 3개씩 4개씩 도는 아이들을 많이 본다. 이런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기가 참 민망하다. 이미 아이 마음은 포화 상태라 곧 터질 것 같은 풍선처럼 보이는데 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에너지가 강해서 또 받아들이고 자신의 마음 공간을 늘린다. 아무리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한계라는 게 있는 법.
가끔 진짜 번아웃된 아이들이 오곤하는 데 이 아이들은 몸만 내 앞에 있을뿐 정신은 딴데 가 있다. 똑 같은 질문을 해도 "엥? 뭐라구요?"를 반복한다. 겨우 다시 정신을 붙들고 잘 이해하며 읽는지 읽은 내용을 물어보아도 방금 읽은 내용도 저장되어 있지 않고 휘발되어있다. 사실 글자만 읽은 것이다. 에너지가 바닥 난 아이들은 그냥 영혼없이 가방만 들고 수많은 스케줄을 소화할 뿐이다. 이유는 하나다.
"엄마가 이렇게 해야 좋은 대학가서 좋은 데 취직해서 돈 많이 번다고 했어요"
"그래도 힘들면 하기 싫다고 말해. 공부는 엄마가 하는게 아니라 네가 하는 거잖아"
이런 엄마들에게 아이 대신 내가 학원을 줄이고 책 읽을 시간을 주어야한다고 말하면 대체로 기가 막힌 답이 돌아온다. 학원가 학원 사이, 학원 차안에서, 스케줄을 다 돌고 저녁 먹은 뒤에, 주말에 책 읽을 시간은 충분하단다. 하지만 사실 아이들 입을 통해 들어보면 저녁 먹고 난뒤에는 졸려서 학원 숙제하기도 버겁고, 주말에도 역시 주말에만 가능한 학원 스케줄이 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생님~ 책 읽을 시간은 충분해요"
"절대적인 시간이야 있겠지요. 그런데 어머니 한번 생각해보세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열심히 공부를 한다는 생각을 전혀 안하시는 것 같아요. 만약 어머니께서 지친 상태로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셨는데, 또 투잡 뛰러 쉬지도 못하고 바로 다른 일을 해야하는 일상이 반복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떠실 것 같은가요? 그리고 돌아와서는 밀린 집안일을 해야한다면요? 그리고 주말에는 친정이다 시댁이다 부모님 케어를 하러 또 나가야 한다면요? "
이렇게 바쁜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아니 읽을 수가 없다. 그러니 마음에 여유가 없는 한국 아이들과 찰떡 궁합인게 스마트 폰과 만화책인것이다. 학원과 학원 사이 스마트 폰을 하는 것이 휴식이 되고, 대충 읽어도 되는 만화책을 읽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속독과 통독의 문제가 따라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긴 호흡으로 그림이 적은 줄글을 깊게 읽을 수 있단 말인다. 언감생심. 결코 그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