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 정재승 박사는 인간에게 원래 작심삼일은 당연한 거라고 말한다. '새해 결심은 왜 그토록 지켜지지 못하는가'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있는데, 그들의 논문의 결과에 따르면 약 77%의 사람이 새해 결심을 딱 1주일 지킨다고 한다. 또 19%의 사람만이 그 결심을 2년 동안 유지하면서 산다고 하니 어떤 결심을 습관으로 만드는 일은 이루기 힘든 것이라고 뇌과학을 근거로 말한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목표를 즐겁게 추구하도록 디자인되었고, 동시에 습관이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디자인되었다고 말하면서 이것이 뇌가 우리가 생존하기 유리한 전략을 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뇌는 상당한 에너지를 쓰는 기관이기에 항상 에너지를 덜 쓰는 쪽을 선호해서 뭐든 습관화시키고 그걸 매일 반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습관은 한번 형성되면 리셋하기가 힘드는데, 아무리 강한 결심을 한다 해도 금방 무너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설명한다.
정재승 박사가 제안하는 습관을 새롭게 하려면 2가지 조건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죽을병에 걸리거나, 하나는 이민을 가거나. 극단적인 예시인데 이것의 의미는 이렇다. 죽을병에 걸린 것과 같은 '절박한 마음' 그리고 이민과 같은 '새로운 환경에 놓이기'. 이것으로 우리의 뇌는 비로소 리셋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제 결심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고 의지박약이라며 자책하는 것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것이다. 또 내 아이의 공부 결심이 그토록 쉽게 무너지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절박함과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을 이용하면 우리의 뇌는 그 환경에 다시 적응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고, 책을 읽힐 때는 절박함이 통하지 않는다. 공부를 안 하고 책을 안 읽어서 생기는 문제로 인해 절박한 것은 부모이지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방법은 별로 먹히지 않는다.
그러면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하여 아이가 책을 읽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 앞서 이야기했듯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부모가 바뀌면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라는 환경이 바뀌니 가능한 조건이 형성된다. 그러니 절박함은 부모가 갖고 아이의 새로운 습관 형성을 위해 환경설정을 새롭게 하면 어떨까? 아이는 자연히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뇌의 또 다른 특징으로 아이는 즐겁게 적응할 것이다.
먼저 앞서 제시한 책 읽기에 적합한 3가지 환경 설정 모드를 기억하자. 심심한 일상을 만들고, 스마트 폰을 없애고, 바쁜 스케줄을 정리하는 것. 이 환경에 놓인 아이는 저절로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 연습을 하기 전 링크장 밖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김연아 선수 영상을 찍던 중 그녀에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질문을 들은 김연아 선수는 별 이상한 질문을 다한다는 듯이 스트레칭을 멈추지 않으며 실소를 머금고 이렇게 말한다.
"생각은 무슨 생각을 해요. 아무 생각 안 해. 그냥 하는 거지."
질문을 한 사람은 김연아 선수 정도되는 사람은 남다른 어떤 특별한 포부를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오늘은 다양한 스핀들을 한 번씩 연습한 뒤에, 트리플 악셀의 완성도를 더 높이려고 해요'라든지, '요즘 제가 약간 게을러진 것 같아서 오늘은 조금 더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라든지, ' 다음 대회에서는 꼭 우승을 할 겁니다'라든지.
어린 시절의 평범한 추억과 맞바꾸고 피겨를 위해 살고, 다시없을 업적을 세운 그녀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약간은 허무한 답이 나왔을 때 질문자는 적잖이 당황해서 웃었다. 그리고는 재차 진짜 아무 생각 안 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는 역시 쿨하게 '아무 생각 안 해요. 그냥 해요'라고 말할 뿐.
그런데 이 짧은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를 떠돌며 우연히 그걸 접한 사람들에게 알 수 없는 묘한 감동 같은 것을 준다. 그녀는 어떤 유명 인터뷰 방송에 나와서도 자신의 이 대답에 대해 그럴듯하게 포장하거나 부연 설명하지 않는다. 진짜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연습을 한다는 것이다.
매일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열심'은 특별한 일이 아닐는지 모른다. 대체로 누군가 내세우는 슬로건은 그 사람이 지키지 못하는 것들일 가능성이 100% 아니겠는가. '운동하자'가 슬로건인 사람은 운동을 안 하는 사람이고, '살 빼자'는 사람은 살이 쪄서 고민인 사람이고, '부지런해지자'라는 사람은 게으름으로 문제가 생긴 사람들일 테니까. 책 읽는 게 일상인 사람이 새삼스레 '책을 읽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우진 않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같이 세계 1등을 한 사람들의 하루, 그들의 연습량과 식이조절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평범한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은 그것을 소화해 내는 특별한 마인드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그 특별한 마인드는 특별한 것이 아닌 오히려 아주 단순하고 평범한 것이어서 놀라운 것이다.
그냥 매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그렇다. 생각해 보면 그게 제일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그게 쉬운 사람도 있고, 그것이 어려운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다. 하던 일을 그냥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은 아주 쉽다. 하던 대로 하는 거니까. 그런데 새롭게 결심한 것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니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떡 벌어지는 하루를 김연아 선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연아 선수는 이미 그게 습관이 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독서가 습관이 되지 않은 아이를 책을 읽는 아이로 만들려면 습관을 만드는 기간이 필요하다. 어떤 것이 습관이 되기까지의 최소 시간을 어떤 사람들은 21일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66일이라고 한다. 솔직히 둘 다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닌가 싶다. 살아온 시간이 긴 사람들일수록 20년의 시간을 21일에, 4-50년의 시간은 66일에 습관을 바꾼다는 게 와닿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온 시간은 고작해야 10년 남짓이다. 아직 나쁜 습관이라 할 것이 어른이 비하여 별로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라는 환경이 바뀌면 아이는 놀랍도록 빨리 바뀐다. 하지만 요즘 같이 쾌락의 유혹거리가 많은 시대에 22일이나 66일 동안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아이들이 주 5일 이상 부모와 또는 선생과 또는 혼자라도 과제로 주어진 책을 꾸준히 1년 이상을 읽는다면 비로소 책 읽는 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 책 두께와 종류는 상관없고, 아이가 재밌어하는 책을 매일 한 권씩 읽으면 된다. 매일을 꾸준히 읽게 하려면 처음에 이 두 가지를 꼭 지키는 것이 좋다. 첫째 책이 재밌어야 한다. 둘째 두께는 얇고 만만해야 한다. 이렇게 매일 재밌는 책을 한 권씩 한 권씩 완독 하는 경험을 하는 아이는 책을 읽는 자신감이 생긴다. 또 완독 하는 책이 늘어갈수록 성취감이 쌓인다.
하루하루 이렇게 즐거움과 작은 성공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매일 꾸준히 읽기의 핵심이다. 차차 책 읽는 능력이 좋아지면서 읽는 것이 더 즐거워지고, 예전에는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으면서 아이 스스로 알게된다. 자신의 독서 수준과 능력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문해력이 올라가고 공부 능력이 올라간다는 것을 아이 자신도 부모도 체감하는 시간이 오게된다.
시험공부를 했을 때 성적이 더 잘 나오는 것은 늘 덤이다. 그 다음은 자연스럽게 선순환이 이뤄진다. 책을 읽고, 문해력 올라가고, 혼공하게 되고, 좋은 성적 나오고, 사교육비 줄어들고, 그 돈으로 여행가고 다시 책 사서 읽고, 아이는 더 높은 문해력과 공부 능력으로 고등학생이 되어도 인강만으로도 공부 가능하고, 막대한 사교육비 줄어들고. 사랑스러웠던 아이가 더욱더 자랑스럽기까지 한 순간을 경험 해보고 싶지 않은가.
가급적이면 1년이란 시간도 잊어버리고 김연아 선수의 말을 곱씹어 보는 걸 가장 추천한다. 1년은 사실 최소시간이니 말이다. 자~ 김연아 선수를 떠올리고, 그녀의 말을 주문처럼 읊조리며 아이와 매일 밤 자기 전에 책을 읽을 준비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