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목된 채 썩어가는 나무 밑동을 뛰어 넘으며
코를 틀어 막아도 풍겨 오는 악취를 맡으며
신발 밑창에 들러 붙은 끈적한 진액을 떼어내며
바람은 하소연처럼 낮고 음울하고
햇빛은 그저 견딜 수 없이 뜨겁기만 하고
내리기 시작한 빗물이 모든 것을 부패시키고
네게 베인 상처가 참을 수 없이 아린 순간
나무 밑동에서 불현듯 송진향이 나는 것 같아 뒤돌아 보면
밑동 구멍 가득히 사슴벌레가 축제를 벌이네
모여든 나비가 아름답게 춤추네
갓 성충이 된 장수풍뎅이가 부부가 되네
고통이란 무엇인가
어찌할 수 없는 도끼는
누구 손에 도끼질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