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꿈을 꾸고 깨어났다
낯선 침대에서 일어났다
물을 마시고 나니
내 몸이 이제야 내 것 같았다
창밖엔 나비 대신 까마귀가 날았다
사람 머리통만 한 까마귀가 나를 응시했다
묻고 싶은 말이 많은 눈빛이었으나
아무것도 대답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어떤 꿈은 흔적만 남았다
꿈을 기록하는 데엔 또다시 실패했다
물로 적시고 나니 안에 든 것이 드러났다
몸 안에 든 것은 까마귀들이었다
몸 안 까마귀는 매일 자라고
낯선 까마귀를 매일 잘라냈다
어떤 꿈은 거울에 흔적을 남겼다
세면대에 검은 흔적이 뚝뚝 떨어졌다
내 것이 아닌 것 같다고
함부로 잘려나간 까마귀들이
늦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수시로 찾아와 철새가 되었다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만 있고
돌아오고 싶은 마음은 없는 새들은
하늘 끝 너머 우주까지 날아올라
별과 별 사이에 검정이 되곤 했다
성간물질을 정의하고 분석하고 이용하려고
꿈만 꾸는 날들만 잦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