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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면 Apr 26. 2024

검은 새

어떤 꿈을 꾸고 깨어났다

낯선 침대에서 일어났다

물을 마시고 나니 

내 몸이 이제야 내 것 같았다


창밖엔 나비 대신 까마귀가 날았다

사람 머리통만 한 까마귀가 나를 응시했다

묻고 싶은 말이 많은 눈빛이었으나

아무것도 대답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어떤 꿈은 흔적만 남았다

꿈을 기록하는 데엔 또다시 실패했다

물로 적시고 나니 안에 든 것이 드러났다

몸 안에 든 것은 까마귀들이었다


몸 안 까마귀는 매일 자라고

낯선 까마귀를 매일 잘라냈다

어떤 꿈은 거울에 흔적을 남겼다

세면대에 검은 흔적이 뚝뚝 떨어졌다


내 것이 아닌 것 같다고

함부로 잘려나간 까마귀들이

늦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수시로 찾아와 철새가 되었다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만 있고

돌아오고 싶은 마음은 없는 새들은

하늘 끝 너머 우주까지 날아올라

별과 별 사이에 검정이 되곤 했다


성간물질을 정의하고 분석하고 이용하려고

꿈만 꾸는 날들만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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