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오후,
유리에 잔뜩 묻은
하늘빛을 닦아내며
도로를 다리는 차들을 내려 본다
둥근 행성이 편평해질 때까지
누군가 길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선명한 유리 너머
거리엔 반듯하게 잘라놓은 꽃덤불이
함부로 우거져 있고
오후를 잘 연마하면
꽃 피지 않은 유리에서도
자욱한 향기가 퍼져 나왔다
이 납작한 가슴 위
떨어지는 일 말고
둥그렇게 맺히는 일
애써 깨부신 유리가
또다시 원형으로 돌아오는 일
당신이 내게 가르쳤던 모든 일들
그러니까 고작
유리를 닦는 일
끄트머리에 금은
먼 미래
당신이 벌릴 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