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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Aug 25. 2022

지금 내 연봉은 적정한가?

이직의 본질과 전략

그림=최송목

1) 연봉의 의미

연봉은 내가 회사에 제공하는 노동'상품'의 가치에 대한 대가다. 연봉의 시장 가격은 고객(사장)이 임의로 결정하는 '주관적 가치'와 경쟁자(업계)들에 의해 결정되는 '상대적 가치'로 나누어질 수 있다. 연봉은 통상 상대적 가치(업계)를 기준으로 회사가 주관적으로 결정한다. 이때 기업이 기대하는 노동 가치를 내가 제공하지 못하거나, 내가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노동 가치를 경쟁자들이 나보다 싼 값에 제공한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높은 연봉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감지덕지 고맙게 생각하고 잠자코 있는 게 유리하다.


2) 연봉의 원가

연봉의 "원가"는 내가 투입한 노력과 시간 그리고 나의 영향력이다. 일반 상품의 가격결정이 그렇듯이 원가를 기준으로 마진을 붙이는 것이 상식이지만, 때로는 원가 이하에 팔야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먼저, 아직 실력이나 경험이 부족하여 개인'브랜드 파워'가 약한 경우다. 이때는 실력. 경력을 쌓기 위해 무보수나 저임금 등 손해를 보거나 인간적인 수모도 감수해야 한다. 예술, 문화계에서 도제 형태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다. 두 번째는 내가 가진 노동 상품이 너무나 일반적 업무라 전문성, 희소성이 떨어져 마진이 형성되기 어려운 경우다. 여기에는 전문직으로 입사했는데 현재는 많이 양산되는 바람에 일반 업무화 된 경우도 포함된다. 과거 전문직 변호사가 대기업에 취업하게 되면 부장이나 임원직이었지만 지금은 희소성이 떨어져 대리 정도로 입사한다고 한다. 회계업무도 좋은 유틸리티가 많이 개발 보급되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화되어가고 있다.  


3) 지금 내 연봉은 적정한가?

내가 받고 있는 봉급이 과하지 않는지? 적게 받고 있는 건지? 스스로 객관적 지표를 설정하고 메겨보기 바란다. 실력에 비해 급여를 과하게 받고 있다면 조직에 매이고 비굴해질 수 있다. 특히 그 높은 이유가 내가 간절히 원했거나 협상을 통해서 간신히 달성한 경우에는 나중에 퇴사하고 싶어도 말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급여가 다소 부족하다는 인식이 노사 상호 공유가 되어 있다면 평소 일할 때도 괜히 당당하고, 언제든지 퇴사할 수 있는 빌미를  가지고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 타사 동업계 대비 너무 많은 격차보다는 20% 정도의 갭이라면 견딜만한 상태라 생각한다.


4) 인간은 '욕망'을 자극하면 균형이 흔들린다

금권 만능주의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참으로 솔직하게 위력을 발휘한다. 시간의 경과 차가 있기는 하지만 후일 모자이크 짜 맞추기를 해보면 언젠가는 정황이 드러나는 것이 돈을 지불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의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즈음 뉴스에서 정치인, 고위공직자, 기업인 사이에서 주고받는 '대가성 없는 돈'이라는 표현과 일부 주장에 대해서 나는 동의하기 힘들다. 부모 자식, 형제간에도 '돈'에는 민감한 현실에서 비즈니스와 권력 간에 아무런 대가, 이유 없는 돈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직원과 회사 간에도 같은 논리와 구조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이직 시 연봉 협상에서 회사로부터 상식적인 수준보다 많은, 거절할 수 없는 금액을 제안받거나, 노력에 비해 과대한 급여가 주어졌을 때 당황하게 되고 평정심의 균형이 깨진다. 평소 없던 충성심도 발동한다. 능력 있는 전문직이나 영업자를 스카우트할 때 흔히 회사가 쓰는 전략이다. 상대를 흔들어 '욕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연봉은 많이 받으면 기분이 좋고 적게 받으면 아쉬운 것이 당연하다. 이런 전제하에 비즈니스 협상 상대를 가장 쉽게 제압하고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은 욕망의 '균형'을 깨트리는 것이다.


대개의 인간은 '욕망'을 자극하면 균형이 흔들린다. 이런 심리를 잘 아는 상대는 그런 균형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배고플 때, 생활고에 찌들어 있을 때, 욕망으로 가득 차 있을 때 효과적이다. 예컨대, 지금 동물원에 와 있는 대다수의 동물들은 그런 이유 때문에 사바나 초원에서 지금 동물원으로 오게 되었다. 당시 배가 무척 고팠거나, 평소 먹던 먹잇감보다 질 좋은 것이 던져진 걸 보고 덥석 물다 덫에 걸려 잡혀 온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활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한 번쯤은 다들 경험한 적 있는 일들이다.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은 다단계의 야심 찬 기획, 마약 전달, 보이스 피싱 같은 일은 단순하고 쉬운데 대가는 상식을 뛰어넘는 큰돈이 들어오는 일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범죄와 관련된 일들이거나 나중에 알고 보면 누군가의 검은 손길의 지렛대가 닿아 있는 경우다. 먹음직스럽고 큰 미끼는 반드시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런 논리를 연장하여 보면, 회사가 나에게 큰 연봉을 제시할 때는 반드시 그 근거나 이유가 있다.


회사는 이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이익을 내지 못하면 망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절박함 때문에 이익에 민감하고 필사적인 속성이 있다. 회사가 연봉을 많이 제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원하는 게 많다는 뜻이고, 그게 세상의 계산법이다. 이 세상 모든 돈에는 다 이유가 있고 등가의 법칙이 적용된다. 이직 시 반드시 생각해둬야 할 규칙이다.

그림=최송목

5) 연봉을 올려줄 때 직원들은 환호하고, 회사는 구조조정을 생각한다

 직장 근속자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통상 회사가 직원에게 연봉을 많이 올려줄 때, 직원들은 환호한다. “이익이 많이 났으니 연봉을 올려 주는구나”하고 말이다. 우리는 이런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연봉 인상은 당장은 기분 좋을지 모르겠지만 어두운 측면도 있다. 향후 실적이 좀 낮아지거나 동업계 대비 임금격차가 많이 벌어지게 되면 구조조정이나 업무강도가 세지는 빌미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실력 있는 인물로 내가 대체될 가능성도 있으니 긴장하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뜻이고 시간차는 있을지 몰라도 임금도 균형점을 찾아간다는 말이다.


그래서 연봉이 높은 것을 무턱대고 마냥 부러워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액 연봉에 가려져 있는 엄청난 업무강도, 피 말리는 스트레스, 프로들 간 치열한 경쟁에서 발생하는 굴욕감, 정상을 향한 인내심 등을 헤아려 보면, 지금 나의 부족한 연봉이 얼마나 다행(?)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 번쯤 해 봐야겠다. 물론 여러분의 지금 현재 부족한 연봉을 당연시한다거나, 고액 연봉을 지향하는 노력을 중단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받는 만큼 업무강도, 질, 양, 범위 등 능력의 보상 즉,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게 연봉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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