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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Aug 26. 2022

나는 어디까지 승진할 수 있을까?

이직의 본질과 전략

그림=최송목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기가 소속된 회사와 결부하여 자기 미래 위치를 가늠한다. 전문용어로 ‘경력개발경로’다. 언제쯤 어디(직급)까지 도달할 것인가를 가늠해 보는 로드맵이다. 현실적이건 허무맹랑한 상상이건 이런 생각은 직장인으로서 당연한 희망 본능이다. 이직할 때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승진은 명예와도 관련 있지만, 돈(연봉)과도 밀접하다. 지금 나의 상황에서 나의 미래 가능성을 점쳐보고 머물 것인지 나아갈 것인지를 가늠해보도록 하자. 


직군의 한계를 생각해 보자 

일반 회사에서 관리직은 말 그대로 매니저로서 장차 회사의 중추적인 리더로 성장을 예견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중심, 기술 중심의 IT가 본업인 회사라면 관리직은 보조역할에 불과하다. 당연히 승진도 기술직이 우선할 것이고 관리직은 들러리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런 회사는 기술직 석사. 박사로 입사하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직군 분류 방식도 중간간부까지 해당되는 말이다. 임원으로 진입하면 기술직과 경영관리직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기술자는 관리를 배워야 하고, 관리직은 기술을 공부해야 한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봐야 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그런 전문영역의 확대가 곧 실력이 되는 것이다. 기술자가 기술만 고집하고, 관리직이 관리만 고집하면 ‘기술이사’, ‘관리이사’가 최정점이 될 것이다. 전무, 부사장, 사장의 길은 없는 것이다.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금 우리 회사의 그런 자리에 있는 윗분들이 승진하는 양상을 관심 있게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들의 지금이 나의 미래인 것이다. 딱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대강의 그림은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회사 인사 성향을 파악하자

 회사의 오너가 선호하는 조직인사의 방향성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과거 삼성, 해태, 삼양그룹 등에서는 특정 지방색을 분명히 특정하는 바람에 특정 지방 인재들만 득세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경향은 꼭 나쁜 측면이라기보다는 기업도 본능적으로 망하지 않으려는 지속경영의 속성 때문이다. 핵심 충복들을 포진하여 방어적으로 경영하다 보니 생긴 인사 경향이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시스템이나 제도에 의존하면 충분히 조직 보호가 가능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일수록 시스템보다는 사람 의존도가 높고 인간관계 중심의 자기 조직 보호 본능이 강하다. 작은 조직, 중소기업일수록 아무래도 혈연, 지연, 학연 등의 틀을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요즈음 많이 이야기하는 ‘공정’만의 잣대로 함부로 단정할 수 없는 생존의 현실이 있는 것이다. 이런 기업의 본능을 이해한다면, 입직자의 경우 해당 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두 가지 중 하나다. 나와의 동질성이 별로 없거나 융합 가능성이 희박하면 가능한 한 빨리 소속을 벗어나야 하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어울리거나 시간을 인내하는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은 크던 작던 끼리끼리 문화가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 혜택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좋은 일이지만 아웃사이더라면 그 소외감은 학창 시절 “왕따” 그 이상일 것이다. 인간사회에서 완벽한 논리나 이성으로 만으로 구성된 조직은 존재하기 힘들다.  


내가 이직한 이유 

나의 경우 증권사 전산직으로 재직할 당시 사례를 들어 보겠다. 주식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증권사에서 전산 프로그래머는 주식 매매의 보조 기술직으로서 ‘전산실장/기술이사’가 나의 최정점, 한계점이라 판단했다. 더구나 당시 우리 회사 그룹은 사장부터 임원까지 특정 지방 출신의 특정고와 서울대로 요약되는 출세의 경로가 명확했다. 중간 간부급에 위치했던 나로서는 당시 선배들의 승진 추세와 미래 경력개발경로의 불확실성이 나의 퇴직(이직) 결심 속도를 빠르게 자극했다. 나는 출신지역도 그들과 달랐고 대학도 이류 대학에 보직도 기술직이라 보이는 미래가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퇴사 후 창업을 선택했다. 선택이라기보다 희망이 사라져 버린 거대한 성(城)에서 탈출한 것이다. 

그림-최송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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