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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Aug 25. 2022

직업 선택의 다섯 가지 체크 포인트

이직의 본질과 전략

Point 1: 내가 하고 있는 직업의 가성비를 따져보자

현재 당신의 보직을 유지하거나 앞으로 전진하는 데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한가? 1년 후 3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면? 통상 어떤 직업의 일이던 어느 정도 숙련 단계에 이르면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그 직을 유지할 수 있다. 통상 짧게는 1년 길면 5년 정도다. 그런데 평생 일관되게 처음과 똑같은 노력의 반복이 필요하다면 지치고 짜증 나고 효율적이지도 못하다. 예컨대, 막노동은 처음이나 숙련된 상태나 임금의 차이, 대우가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아무나 시작한다 하여 '막노동'이다. 사람은 반복을 싫어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직급도 오르고 임금도 오르면서 편하게 지내고 싶은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직업을 선택할 때 우리는 이런 속성을 미리 염두에 두고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즉, 노력 대비 가성비를 따져보는 것이다.


내가 첫 직업인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그만둔 것도 이런 이유였다. 국가자격증도 취득했고 당시 미래 유망 직종이었고, 그 방면 기술자로서는 나름 좋은 직장과 최고 등급을 유지했으니 자부심도 상당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미래가 장밋빛으로 보이지 않았다. 유망직종은 맞지만 컴퓨터 기술이라는 게 시대 흐름과 기술진보에 따라 계속 공부를 해 줘야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회의적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실력 유지하는 노력이 성공 속도 대비 과도하다고 본 것이다. 이 정도 노력이라면 장기적으로 다른 직업에 열정을 쏟는 게 더 효과적이라 판단했다. 결국 유망 기술인으로의 길을 접고 경영인으로 직업전환을 했다. 세월이 흘러 지금 결과가 어떻다거나 나의 판단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다만, 현재 여러분의 위치와 상황에서 어느 쪽이 더 노력 대비 미래 비전에 효율적일 것인지, 가성비를 잘 따져 판단하라는 뜻이다.

이미지=통로

Point 2: 직업에 대한 가치와 돈벌이 속도

 ‘극한직업’이라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말 고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막노동이 일당 10만 원이라면 고층 유창 닦기는 30만 원 정도다. 일당에 위험수당, 기피 수당이 추가된 정도의 차이다. 이런 3D, 막노동은 정말 성실한 사람들의 교과서적인 직업군이다. 힘들고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이런 류의 직업군에 몰려있는 이유는 뻔하다. 딱히 기술이 없어서, 아무 때나 원하는 때 일할 수 있으니까 등 배고프고 약한 자들의 선택 아닌 선택지다.


일부 중에는 나름 삶의 가치, 부도덕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 시선의 기피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진짜 돈벌이만을 위하는 일이라면 세상 곳곳에 그런 일은 널려 있다.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대행, 마약 운반책 등 불법, 탈법, 범죄에 관련된 일들이다. 이처럼 돈벌이 속도만을 위해 살다 보면 많은 유혹과 지뢰밭을 지나게 된다.  그럴듯한 직장, 공공기관 같은 조직에서도 그런 일은 존재한다.  많은 불법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은근슬쩍 관행의 유혹이 그것이다. 한 번만 눈감으면 나의 보직이 안전하게 유지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인사상 보상이 돌아오는 등 스리쿠션의 많은 유혹들이 도사리고 있는 게 우리네 직장과 사회의 일반적 구조다.  


 돈 버는 속도에 너무 몰입하거나 욕심내면 이성을 잃거나 그 조직. 사람들의 관성과 관계의 네트워크에 끌려갈 가능성이 커진다. 부정적 업종, 비리 유혹 소지가 있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런 유혹의 기미가 보이면 초기에 끊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하루하루 살기도 버겁고, 직업 구하기도 어려운데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업이라는 것이 한번 잘못 발 들여놓으면 평생 고생하거나 빠져나오지 못하는 굴레가 되기 때문이다. 구태여 거창하게 정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직업에 대한 “가치”는 꼭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명제다.  


결론적으로 돈 많이 주는 직업은 다음 중 하나에 해당된다. 아주 전문적인 일, 위험한 일, 불법적인 일, 나의 가치관이 손상되는 일, 부끄러운 일, 육체적으로 고된 일, 감정을 상하거나 소모하는 일 중 하나다. 그냥 편하게 돈 버는 일은 없다. 돈은 정직하고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큰돈을 빨리 벌려면 남다른 노력을 하거나, 크게 희생해야 한다. 


그렇다면 (돈 버는) 속도에 치중할 것인가? 아니면, 좀 더디더라도 가치를 우선할 것인가? 화끈하게 일하고 좀 쉬다가 다시 일하는 프로젝트성의 직업을 택할 것인가? 꾸준히 한 걸음씩 내딛는 성실을 요구하는 직업을 택할 것인가? 결과를 중시할 것인가? 과정을 중시할 것인가? 각자 스타일의 문제다. 하지만 속도가 ‘과하면’ 항상 넘어질 수 있는 가능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반면 속도가 느리면 삶의 의욕이나 생동감이 떨어진다. 이 또한 직업 선택의 딜레마다.

이미지=통로

 Point 3: 혹 이 직장에 숨겨진 이데올로기는 없는가?

특정지역, 특정 종교, 이데올로기(이념)가 내재되어 있는 직업이 있다. 대개는 소속 기관의 명칭으로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경우가 많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기관도 많다.

- 특정지역을 표방하는 고교 동문회, 향우회, 특정 대학 동문회 사무실 등

- 미션스쿨이나 특정 종교단체 재단의 학교로 연세대학교(기독교), 동국대학교(불교), 선문대학교(통일교), 서강대학교(천주교) 등

- 특정 이념을 추구하는 사단법인, 자선단체, 신문, 잡지, 방송사(불교방송, 기독교방송, 천주교 방송, 원불교 방송 등)

- 특정 종교가 생활화되어있는 일반주식회사, 특정 종교재단의 언론사 등


이 같은 단체나 기관의 직원으로 근무할 경우 그 기관과 본인의 지역, 이념이나 종교가 일치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본인의 정체성과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요즈음 같은 시대에 설마 직장에서 이데올로기를 강요 할리가 있겠나 싶겠지만,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한다. 


본 란에서 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종교적 색채가 비교적 뚜렷한 일반 회사다. 직접적으로 이데올로기를 강요하지는 않지만, 직 간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 특히 고위직으로 승진할수록 그렇다. 하위직일 때는 느끼지 못하다가 입직 한참 지난 나중에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게 되면, 심한 정체성의 갈등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고 그때는 이미 늦었다. 대개는 현실에 굴복한다. 이런 점을 미리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연륜이 좀 있는 경력자들은 주변 소문이나 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사회 초년생들 중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설마가 사람 잡는 경우가 있다. 소규모 중소기업도 있지만 상장회사, 코스닥 등록사 중에도 종교적 색채를 띤 회사가 꽤 있다. 이들 회사는 규정상 그런 규칙을 명문화해 놓지는 않지만, 실제 근무에서 기도나 행사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으니 입사 전 이점을 꼭 염두에 두고 지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Point 4: 호칭에 혹하지 말자, 직업의 본질을 보자

 지점장, 실장, 매니저, “xxx스트”, 이사 등 명칭, 명함만으로 만 보면 멋진 직업, 꽤 높은 보직처럼 보인다. 요즈음 신종 직업 중에는 이렇게 겉만 번드르르한 듣기 좋은 단어로 직업명을 포장한다거나, 허드레 일에 불과한 단순 잡부를 자격증으로 위장한다거나 알아듣기 힘든 외국어로 교묘히 포장함으로써 멋있는 직업인 양 둔갑시킨 직업들이 여럿 있다. 실제 하는 일들을 보면 가게를 본다거나, 운전을 한다거나, 단순 손님 서빙일 뿐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것 까지는 좋지만, 포장이 지나친 감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허울 좋은 이름에 현혹되어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서 큰 오류를 범하는 이들이 많다.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 취준생 등 어린양들이다. 과다한 은유와 말의 성찬에 현혹되어 직업의 본질을 보지 못하면 평생 고생한다.


또 하나는 거느리는 직원도 없는데 과장, 부장, 실장 등의 ‘완장’으로 눈을 멀게 하는 경우다. 사실 과장의 원뜻은 ‘○○과’라는 조직의 ‘長’즉 책임자를 의미한다. 부하나 조직이 존재하는 ‘長’이다. 그런데 요즈음 이런 완장이 남발되는 바람에 실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명함만으로는 그 사람의 실체를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완장’은 승진이나 연봉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회사가 던져주는 망토에 불과하다. 좋은 일 실속 있는 보직에 ‘완장’을 더하는 경우라면 금상첨화라 좋을지 모르겠지만, 자칫 실속 없는 완장이나 꼭두각시놀음에 빠져 으스대거나 직업의 본질을 잘못 판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사회 초년생, 승진 욕구가 강한 중간 간부들이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예나 지금이나 회사라는 조직의 구조나 직원들의 관계, 일의 종류, 범위는 크게 변함이 없다. 다만, 시대가 변하여 직원을 존중하는 분위기와 개인별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한 시대의 트렌드가 달라졌을 뿐이다. 좋은 일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직함을 높이거나 직무를 과하게 미화하는 따위의 이런  눈속임이나 말의 거품을 가려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미지=통로

 Point 5: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잘하는 일을 할 것인가?

가장 이상적인 것은 ⓵좋은 직장에서 ⓶내가 좋아하는 일을 ⓷잘하고 사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 말하는 ‘좋은 직장’이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직장이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직장이다. 즉 외견상 급여, 복지 등 돈 많이 주고 폼나는 회사를 말한다. 현실에서 ⓵ ⓶ ⓷의 그런 이상적인 자리를 꿰차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회사의 복지, 급여 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돈벌이는 크게 되지 않지만,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거나 일 것이다. 이게 직장인의 가장 큰 딜레마다.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잘하는 일을 할 것인가? 좋은 회사를 택할 것인가?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은 ‘좋은 회사’를 택한다. 돈이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선택은 수단이 목표를 가리는 선택이다. 통상 사람들은 일도 일이지만 시간적 여유와 자유도 함께 원한다. 그래서 이 직업의 선택으로 내가 가질 수 있는 '자유'의 폭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한다. 당연히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맞다. 


그러나 그 선택으로 인해 가난, 가치관 등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하거나 감수해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효과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게 장기적으로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통상 사람들은 자기가 잘하는 일을 통해서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 만의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벌어들인 그 돈으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별도의 일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전업 작가로 일하고 싶지만, 원고료 수입만으로는 아직 생활비가 전액 충당되지 않는 경우라면 생계형 직업(돈벌이)을 가지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잘하는 일이나 짧은 시간에 돈벌이가 되는 가성비 높은 알바를 택하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아는 작가 중 몇몇은 건설현장 일용직(막일), 고층 건물 벽 청소, 커피점, 편의점 알바, 대리운전기사 등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사람 중에도 있다.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 1804)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15년 동안이나 생계형 강사 생활을 했다. 일주일에 20시간 가까이 강의를 했고, 강의 과목도 천문학, 수학, 물리학, 역사, 시학, 논리학, 형이상학, 윤리학, 수사학, 광물학, 지리학 등 다양했다. 생계형 강사답게 재치 있고 요약도 잘하여 마을 주민은 물론 다른 도시 국가 학생들도 수강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가장 인기과목은 세계지리 강의로 엄청난 독서량 덕분에 런던 쓰레기 통 놓인 간격까지도 꿰고 있어 런던 출신으로 오해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먹고살기 위해 프로강사로 강단에 섰지만, 그가 정작 하고 싶었던 것은 오직 ‘철학 공부’였다고 하니 그의 학문에 대한 집념이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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