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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Aug 25. 2022

직업에 귀천 있다, 직업의 속성

이직의 본질과 전략

그림=최송목

1) 직업에 귀천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라는 말은 내가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말이다. 하지만 살면서 이 말은  다소의 가식과  정치적 위로가 담겨있는 말로 다가왔다  가진 자들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비천한 직업의 사람들에게 위로 삼아 해주는 말이다.


이론적으로 모든 직업은 각기 존재가치가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존재가치일 뿐   분명히 귀하고 비천함의 차이는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강도 높은 지식습득과 경쟁을 통해 보다 편하고, 폼 나고, 돈벌이 잘되는 직업을 갖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직업의 귀천 때문이다.


직업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가장 많이 고민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을 '직업'이라 부른다.


요즈음은 취업이 어려운 때라 찬밥 더운밥, 앞뒤 가리지 않고 돈만 보고, 자리만 나면 몸을 던지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직업을 돈의 크기. 돈을 모으는 생활의 수단으로만 보는 것이다. 대학교 홍보 선전물에도 “취업률 100% “가 흔히 등장한다. 어떤 회사, 어떤 직업의 ‘품질’이 아니라 그냥 ‘입사’하기만 하면 좋다는 ‘양(量)’만 강조하는 세태의 반영이다. 대학도 큰 학문을 가르치고  배운다는 본질에서 벗어나 사회진출을 위한 직업 양성소가 된 지 오래다. 대학 다니는 학생들도 이런 현실의 실용성을 대학의 본질인 양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현실이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지만 이렇게 돈을 중심으로 실용성과 현실만  의식하고 몸을 던져도 되는 걸까? 직업이라는 게 한번 발 내디디면 빠져나오기 힘든 속성이 있는지라 몇 가지 정도는 체크하고 지나가는 게 직업의 귀천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 직업에는 주() 종()이 있다. 

주업(主, Main)과 보조 역할을 하는 종업(從, sub)이다. 종업이란 주업(Main)이 작동해야만 가치를 발하거나 존재가 가능한 직업이다. 골퍼와 캐디, 마라토너와 페이스메이커, 의사와 간호사 또는 약사, 교수와 조교, 국회의원과 보좌관, 대통령과 비서관, 가수와 백댄서 등이다. 그들은 보조자일뿐 주가 아니다. 그 출발도 보조고 끝도 보조다. 독자적으로 뭘 결정하거나 추진할 수 없는 위치다. 주가 움직여야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종속적 구조다.


예컨대, 골프선수가 우승을 했다 하더라도 그 캐디는 승리를 손뼉 쳐 줘야 하는 보조자에 그칠 뿐이다. 약사가 아무리 환자 상태  잘 안다 해도 의사의 처방전을 벗어나 약을 제조해 줄 수 없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장관급이지만 일의 속성은 비서이고 대통령 보좌라는 종업(從, sub)이다.  


하지만 시골 구멍가게 사장은 아무리 작아도 주업(主, Main)의 주인공이다. 문 닫고 싶으면 닫고 열고 싶으면 연다. 돈벌이가 신통찮은 뿐 거의 완벽한 주도적 의사결정자다. 국회의원, 판검사가 직업으로서 인기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공인이면서도 독립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아무리 고위 공직자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종속적인 틀 속에 얽매여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판사 개개인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누구의 구속받지 않는 자유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권력까지 있으니 그래서 다들 기를 쓰고 배지를 달려고 안달이 아닌가 싶다.  


3) 직업에는 정점이 있다

 모든 직업, 일의 성취에는 과정이 있고 정점이 있다. 그리고 대개 그 정점에서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특히 보조역인 종업(從, sub)에서는 그 정점에서 정체성 갈등을 겪을 수 있다. 업의 정점에서 업에 대한 정체성과 다음 발걸음에 미래가 예견된다면, 입직하기 전에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단지 생계수단이나 성공사다리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그 일이 인생에서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 목표라면 필히 고민해봐야 할 주제다.


예컨대, 사병으로 출발하면 병장이 정점이 될 것이고, 장교라면 정점은 장군이 될 것이다. 간호사로 출발하면 정점이 수간호사지만, 의사라면 병원장, 교수가 될 것이다. 유망직종, 취업이 용이하다 해서 함부로 덥석 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직업에는 분명 귀천도 있고 상하도 있고, 임계점도 있고,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직업의 방향성

직업의 방향성에 대하여 이야기 한 사람이 있다. 오스카상 수상 영화 <블랙 팬서>(2018)의 주인공 채드윅 보스만이다. 그는 지난 2016년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고 투병 중인 가운데에도 2018년 '블랙 팬서'를 촬영하며 열정을 불태웠고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기존 할리우드 관습을 넘어선 복합적이고 진취적인 흑인 상을 보였던 보스만은 2018년 모교 하워드대 졸업 축사에서 “졸업생 여러분, 직업이나 경력보다 목적을 찾아라. 목적은 훈련과 교차한다. 목적은 당신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것이 역사적으로 이 특정한 시간에 여러분이 이 행성에 존재하는 이유이다. 고난들은 당신의 목적에 맞게 당신을 빚는 과정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20년 8월 28일 43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직업은 단순히 돈의 크기. 돈을 모으는 생활의 수단을 넘어 자기 인생 목적과 조합하여 복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일과 업의 본질을 보라는 것이다. 당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라. 이 직업이 주업인가 종업인가? 경력개발 경로상 정점은 어디이고, 언제쯤 도달 가능할까? 이 업의 한계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정점에서 어떤 갈등과 마주하게 될 것인가?


4) 모든 직업에는 명암이 있다

모든 직업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동전의 양면같이 존재한다. 하나의 직업에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인 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①먼저 남이 잘되는 일, 기쁜 일로 돈벌이하는 직업이다. 예컨대 결혼식장(웨딩홀, 돌잔치), 이벤트 관련 직업, 가수 등이다.

②반대로 남이 힘들어하는 상황을 비즈니스 대상으로 하는 직업이 있다.

- 주검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 장의사, 염하는 사람, 장의 소품, 보험의 일부 업 등

- 남의 고민(이혼, 다툼, 사기, 범죄,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직업: 변호사, 판사, 수사 담당경찰, 고민상담사

- 육체적 정신적 아픔/고통을 근간으로 하는 직업: 의사, 약사, 치료사

- 더러움, 불결함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 청소부


특히 부정적인 상황을 근간으로 하는 직업들은 봉사, 책임감, 직업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이나 의식이 부족하면, 남이 힘들수록 돈벌이가 되는 구조 때문에 수익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 또한 이런 종류의 직업은 주관적으로 대가를 산정함으로써 정량적 계측이 어려워 부의 축적이 용이하다. 자칫 악덕업자가 되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 쉬운 직업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종사자들은 나름 히포크라테스 정신과 희생, 봉사정신으로 무장하여 건전한 사회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③ 같은 회사/ 같은 업종에 있으면서도 정반대의 업무를 담당하거나 명암 두 가지가 뒤섞여 있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보험회사 보험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신청을 도와주는 담당자와, 보험금 청구금 심사 담당자는 반대 입장이다. 전자는 고객의 청구를 많이 잘되게 도와주려 하지만, 후자는 고객의 청구금을 의심하고 줄이려고 노력하는 부정적 시각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직업의 명암에 관한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본 글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이 직업에 대한 시각의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 사례를 제시한 것일 뿐 달리 오해 없기 바란다.

 

<참조>

1. http://mksports.co.kr/view/2020/1262493/

2. https://sbsfune.sbs.co.kr/news/news_content.jsp?article_id=E10010013041&plink=ORI&cooper=NAVER

3. http://www.kcjlogos.org/news/articleView.html?idxno=15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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