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책을 써야 하는 이유

사장의 책 쓰기

by 최송목

요즘처럼 SNS라든지 언론이 발달한 상황에서는 말 한마디가 리더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정치가들의 말은 진의와는 상관없이 일파만파 분란을 일으키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숙고하지 못하고 뱉어내는 말 습관 때문이다. 대개의 리더들은 권력이나 힘을 가졌으니 남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거침없는 갑의 일상이 몸에 배어있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마피아 보스 같이 어둠의 리더라면 상관없을지 몰라도 양지에서 활동하는 많은 지도자들에게는 조직이나 대중들의 분위기를 파악해 가면서 표현을 가려해야 한다. 정제된 말을 하려는 습관이 몸에 배게 하는데 글쓰기만큼 좋은 방법도 별로 없다. 바로 이 지점이 사장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조금만 훈련을 하면 전문가는 못되더라도 대언론이나 평소 말하는 부분에서 상당히 절제된 언어의 기술 습득이 가능하다.

말은 즉흥적이고 편리하여 표현이 쉽지만 물리적으로 미치는 범위가 좁고 산만할 수 있으며, 휘발성이 있어 취소나 정리가 곤란한 취약점이 있다. 요즈음은 동영상의 발달로 촬영이나 재생이 비교적 용이하다고는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검색과 가독성에 한계가 있다. 반면에 글은 전달범위나 속도가 빠르며 증거로 남길 수도 있다. 그래서 사장의 글 표현 능력은 그의 전체 다른 능력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사장은 정리된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고 그를 설득해서 따라오게 해야 하는 사람이다. 짧은 말, 간단한 기획은 머릿속 샘법으로 가능하겠지만, 긴 말, 복잡한 논리전개는 글쓰기가 수반되어야 가능하다. 일, 사람, 시간을 고려하여 우선순위를 정하고 사람을 배치하는 등의 기획에서 말로만 지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시하는 사장이나 지시를 받는 직원이나 둘 다 기억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 엉뚱한 말의 실수를 사전 예방할 수 있고, 여러 경로의 전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차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글이다. 그래서 글과 문서가 필요하다. 따라서 사장은 자기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글을 써야 생각이 정리된다. 생각을 정리하려면 글을 써야 한다.


예컨대, 전화나 말로만 무척 바쁘게 일하고 난 후 기록과 정리가 되지 않으면 실속이 없다. 통상 사장 미팅 후 누군가 그 미팅건에 대하여 세부 조사를 한다거나 결과에 대한 후속작업(문서화, 계약서 작성 등)을 별도로 해야 한다. 특히 사장의 경우 실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뱉은 말의 확인이 필요하고 모호함을 제거하기 위한 2차 추가 미팅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한다. 이때 사장이 어느 정도 핵심내용에 대해 미리 글로 표현해 준다면 명확한 소통과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직원이 많거나 전국각지, 해외 등으로 산재해 있는 경우 사장의 메시지나 글은 매우 편리한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글은 여러 명의 직원을 한 번에 상대할 수 있고, 오프라인으로 자주 대면이 어려운 원격지 직원들에게 정확한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 글은 말과 달리 거리 제약과 시간의 제약을 넘어 소통의 갭을 메울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글쓰기란 한마디로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다. 즉, 관찰하고 생각하고 사색하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쓰는 것이 글이다. 우리 조상들이 동굴에 그림을 그리고 대나무에 글을 새기고 , 문자를 만들고, 종이와 인쇄술이 발전해 온 것도 생각을 후대에 남기려고 한 결과다. 글쓰기는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일종의 두뇌 운동이다. 다소 힘겨운 운동을 해야 근육이 키워지듯 때로는 긴 호흡의 글이나 함축적 문장을 써야 생각의 근육이 자란다.


사장이 책을 써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장은 생각과 사색(思索)이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려면 사색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사장(社長)은 사장(思長)이 되어야 한다. 思자는 ‘생각’이나 ‘심정’, ‘정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인데, 囟(정수리 신)에서 비롯된 글자로서 사람의 ‘정수리’를 그린 것이다. 머리(囟)와 마음(心)으로 깊게 생각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글 쓰는 작가란 말 그대로 뭔가를 "작(作)" 즉, 만들어 가는 ‘창작자’다.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작가가 아니다. 이 책 저책에서 모아 짜깁기만 한다면 '편집자'일뿐, 작가는 아니다. 사장은 자기 주도적으로 뭔가를 추구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장은 중간중간에 자기의 의식이나 생각을 체계적으로 흐름을 정리하고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능력 있는 사장이 되려면 반드시 글쓰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1층의 단층 가건물은 설계도 없이 머릿속 스케치만으로도 금방 건축이 가능하다. 그러나 5층이상의 건물은 설계도는 물론 하중 등도 고려해야 한다. 글쓰기 책 쓰기도 이와 같다. 짧은 글과 긴 글의 차이다. 단순 글쓰기와 책 쓰기의 차이다. 구멍가게 사장과 대기업 큰 회사 사장의 차이다.

드로잉=최송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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