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 쓰고 난 후 놀랐던 다섯 가지
사장의 책 쓰기
나는 2017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최근 5년 동안 4권의 책을 냈다. 초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다행스럽게도 출판사 사장이 좋아할 정도의 작가가 되었다. 출판사가 손해 보지 않는 매출 수준의 책을 냈다는 뜻이다. 4권의 책을 쓰고 난 지금, 정리글을 쓰면서 스스로 다섯 가지 정도의 사실에 놀라고 있다.
첫째 “나도 쓸 수 있구나”하고 놀랐다.
국어국문학과 등 관련 전공을 했거나 공부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고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비전공이고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내가 책을 냈다는 사실이 자금도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나이도 그렇다. 만 60을 넘긴 나이에 첫 책을 쓰다니. 괜히 하는 말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첫 책을 냈을 때도 그랬고 네 권 출간 후인 지금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둘째, 내 글에 대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이었다.
나는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일면식도 없는 그들이 감동을 받아 후기를 올리고, 나를 만나 보고 싶다는 연락이 오는 걸 보고 놀랐다. 나는 그저 내경험 치를 근간으로 담담하게 쓴 글에 불과한데, 책을 낼 때마다 꼭 만나보고 싶다는 독자가 몇 있었다. 그게 뭐 대단한 거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기돈과 시간을 내 책을 읽고, 한발 더 나아가 그 저자를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결되어 의도적으로 연락을 취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보통은 그냥 좋은 책 잘 읽었다는 정도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동안 여러 가지 책을 좀 읽었지만, 저자를 만나보려고 일부러 연락처를 찾는 노력은 해보지 않았다.
셋째, 나만 느끼고 아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비슷한 글들이 너무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
대개의 작가들은 사전 조사를 통해 비슷한 부류의 책을 참고하고 조사한 후 책을 내는데, 나는 거꾸로 책을 낸 후 그런 경쟁 도서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내가 그런 시장조사의 필요성이나 의미를 몰라서 그리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많이 알거나 더 전문적이라는 오만한 생각으로 그런 건 더더구나 아니다. 다만, 나의 의도적인 외면 때문이다. 나는 정보 흡입력이 강하고 귀가 팔랑귀라 쉽사리 남의 글에 동화되고 설득당하는 사람이다. 나는 누군가의 글을 읽고 감동하면 한동안 그에 심취되어 그 책에 적힌 그 프로그램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나 자신을 잘 알기에 남의 글을 읽고 참고하다 보면 자칫 너무 몰입하여 나의 오리지널과 방향성을 잃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나서 생각해 보니 무모하고 서투른 시도였다. 그래서 내 글만이 유니크한 글이고 이 방면의 특화된 전문가인 줄 착각했다. 그런데 알고 나보다 더 특별한 이야기, 더 유니크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았다. 내가 책 쓰기 정석대로 미리 그런 책을 두루 살폈더라면 아마도 출판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십중팔구 자신감 상실로 자괴감에 빠져 내 글을 스스로 삭제하거나 꽁꽁 숨기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지나서 생각해 보니 그 책을 안 본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한편 다행이고 한편 무식했던 게 부끄럽기도 하다. 하기사 비단 글 쓰고, 책 쓰는 일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네 인생의 다른 분야도 그런 무지와 착각이 대부분 아닐까 생각해 본다.
넷째, 출판시장 전체적으로 매월 4천 권의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문득, 우리나라에서 매년 약 5만 권 정도 출간되는데 그중에 내 책이 낄 수 있다니 정말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많은 발간 책 중에서 베스트셀러 딱지 한 번 붙어 봤다는 자부심이 그동안 풀 죽어 있던 자존감에 상당한 위안을 주었다.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 내가 모래알에 불과한 미물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래도 출간이 자존감을 일으켜줬으니 작은 조약돌 정도는 된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해진 것이다.
다섯째, 사람들이 책 쓴 사람, 저자를 우러러보고 존경하는 태도에 놀랐다.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어느 자리를 가나 대개는 ‘작가’로 소개되고 불린다. 그리고 대우가 남다르다. 책을 쓴 저자에 대한 환상과 우대가 좀 지나칠 정도라는 데 놀랐다. 내가 회사 사장, 다른 좋은 감투 때도 이런 대접은 받지 못했다. 그게 의례적이라면 이건 진심이다. 일반적으로 책을 쓴다는 게 무척 어렵다고 생각하다 보니 저자에 대한 대접이 이렇게 남다르지 않을까 짐작한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책 저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지나치게 높게 바라보는 것 같다. 해보니 실은 그게 아닌데 말이다.
그림=최송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