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가 눈이 멈칫멈칫한다.
무슨 말인지 한참을 봐야 겨우 알아챈다.
막히는 단어 검색해 보고서야 겨우 '아하 이런 뜻이구나'
시인이 설치해 놓은 '단어 지뢰밭'이다. '난 말이야 이런 어려운 표현도 알고 있어'라고 뽐내는 거 같다.
실력이 되시면, 한번 잘 통과해 보시던가.
단어 지뢰 몇 개 제거하다 보면 쉬 지친다.
나는 김소월의 '진달래'를 좋아했다.
'...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는 이육사의 '청포도'도 좋아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두 시인의 시(詩)는 어렵지 않다.
그냥 술술 읽힌다. 치사하게 잘난 척 단어잔치도 없다. 그래서일까 매년 때마다 진달래 피고, 청포도 익어갈 즈음이면, 절로 이들의 시가 떠오른다.
시(詩)란 무엇인가?
자연이나 인생에 대하여 함축적이다. 메터포다.
그래서 되새김질하고 상상하고 감흥을 북돋운다.
상쾌하다. 머릿속에 상상의 나비가 날아다닌다.
그런데 요즈음 시(詩)는 왠지 읽기가 겁난다. 내 무식이 탄로 날까 봐 두렵다.
보면 볼수록 되새길수록 머리가 아프다
그들의 현학에, 잘난 척에 심사가 뒤틀린다.
심사평도 가관이다. 시보다 해석이 더 어렵다. 관중은 안중에 없고 자기들만의 의식에 도취되어 경기 중이다. 그들만의 잔치에 그들의 언어와 울타리, 그들만의 소통. 그들만의 리그다.
나는 어느덧 먼 나라에서 방금 도착한 이방인.
언어의 미아가 되어 시속을 헤맨다
어렵게 부풀어 오른 나의 상상은 바위에 부딪혀 흔적 없이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