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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취 : 바람개비

종이 접기가 하고 싶어요

by 유권조

종이 접기에 재능이 없다. 재주가 있는지 알아본 일도 없으나 어려서 또래와 비교하면 접을 줄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누구는 개구리를 접어 폴짝폴짝 띄우고, 학도 접던데 나는 비행기나 접으면 다행이었다. 능력과 달리 종이접기 대마왕이 되고 싶은 마음을 품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종이접기를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 되니 접지 못했던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어진 건 아니다. 별 이유 없이 평생 접어본 일 없는 바람개비를 접어보기로 했다. 아마 '오늘의 성취'라는 이름으로 발행된 다른 글을 보았다면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시답잖은 이유로 보통 시작한다. 오늘도 그렇다.

KakaoTalk_20220129_004804780.jpg 오늘의 재료 : 전통과 꽃

예전에는 여유가 있으면 양면 색종이, 용돈이 부족하면 단면 색종이를 샀으나 이제 그런 걸 따지지 않는다. 무려 전통 무늬 색종이와 꽃무늬 색종이를 한 세트씩 사며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접는 방법은 블로그 등을 통해 배우고 싶었으나 생각보다 흔치가 않았다. 과연, 바람개비 접는 방법으로 글 한 편을 쓰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은 모양이다. 희소성이 증가했다.


여기저기 헤맨 끝에 유튜브에서 '선생님연구소'의 '제일 쉬운 방법 바람개비 만들기, 바람개비 만들기, 8 날개 바람개비/ pinwheel origami'를 보고 따라 하기로 했다. 친절한 설명, 새로운 세계였다. 쓰는 중에 생각이 나서 좋아요도 누르고 왔다.


KakaoTalk_20220129_004804780_01.jpg 뻥튀기가 아니라 테이프

풀을 바를 곳에 시작부터 테이프를 붙인다. 풀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테이프는 가까이 있었으니까.


접는 과정을 사진과 함께 모두 설명하면 유튜브 영상이나 접는 방법에 대한 표절이 될 테니 자세한 과정은 생략.

KakaoTalk_20220129_004804780_07.jpg 갑자기 예쁜 거 등장

어린 시절부터 농축되고 증폭된 바람개비 종이 접기에 대한 갈증이 폭발하여 무려 날개가 8개인 바람개비를 만들어냈다. 눈으로 본 것보다 사진으로 보니 더 화려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문구점에 가서 색종이를 사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압정과 수수깡을 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문구점에 수수깡이 없다. 요즘에는 안 쓰나?


그래서 요리에 쓰는 조그마한 꼬챙이를 쓰기로 했다. 바람개비 가운데 붙인 스티커가 튼튼해서 바늘로 먼저 구멍을 내고 거기 꼬챙이를 넣어 꿴다.

KakaoTalk_20220129_004804780_10.jpg 혼자 소도시 전력 다 책임지는 풍력발전기 스타일

만들고 보니 생각보다 잘 돌아간다. 들고 있는 모양이 좀 우습지만. 본래 계획은 바람개비만 한 20개 만들어서 흐드러진 꽃밭처럼 꾸미는 것이었는데 3개에서 포기했다. 생각보다 손이 귀찮다.

KakaoTalk_20220129_004804780_09.jpg 영혼을 쏟아부은 역작 3종

꼬챙이 하나에 3개를 다 꽂아서 돌리기도 했다. 그 결과 풍력발전기 스타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KakaoTalk_20220129_004804780_11.jpg 작품명 : 동심과 에탄올의 공존

결국 완성된 바람개비는 술병 진열장 신세가 되었다. 다른 성취에 비해 대단히 소소했지만 이상하게 사진은 화려하게 나왔고 어찌 되었든 바람개비를 접을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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