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권조 Jan 30. 2022

오늘의 성취 : 바람개비

종이 접기가 하고 싶어요

종이 접기에 재능이 없다. 재주가 있는지 알아본 일도 없으나 어려서 또래와 비교하면 접을 줄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누구는 개구리를 접어 폴짝폴짝 띄우고, 학도 접던데 나는 비행기나 접으면 다행이었다. 능력과 달리 종이접기 대마왕이 되고 싶은 마음을 품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종이접기를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 되니 접지 못했던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어진 건 아니다. 별 이유 없이 평생 접어본 일 없는 바람개비를 접어보기로 했다. 아마 '오늘의 성취'라는 이름으로 발행된 다른 글을 보았다면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시답잖은 이유로 보통 시작한다. 오늘도 그렇다.

오늘의 재료 : 전통과 꽃

예전에는 여유가 있으면 양면 색종이, 용돈이 부족하면 단면 색종이를 샀으나 이제 그런 걸 따지지 않는다. 무려 전통 무늬 색종이와 꽃무늬 색종이를 한 세트씩 사며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접는 방법은 블로그 등을 통해 배우고 싶었으나 생각보다 흔치가 않았다. 과연, 바람개비 접는 방법으로 글 한 편을 쓰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은 모양이다. 희소성이 증가했다.


여기저기 헤맨 끝에 유튜브에서 '선생님연구소'의 '제일 쉬운 방법 바람개비 만들기, 바람개비 만들기, 8 날개 바람개비/ pinwheel origami'를 보고 따라 하기로 했다. 친절한 설명, 새로운 세계였다. 쓰는 중에 생각이 나서 좋아요도 누르고 왔다.


뻥튀기가 아니라 테이프

풀을 바를 곳에 시작부터 테이프를 붙인다. 풀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테이프는 가까이 있었으니까.


접는 과정을 사진과 함께 모두 설명하면 유튜브 영상이나 접는 방법에 대한 표절이 될 테니 자세한 과정은 생략.

갑자기 예쁜 거 등장

어린 시절부터 농축되고 증폭된 바람개비 종이 접기에 대한 갈증이 폭발하여 무려 날개가 8개인 바람개비를 만들어냈다. 눈으로 본 것보다 사진으로 보니 더 화려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문구점에 가서 색종이를 사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압정과 수수깡을 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문구점에 수수깡이 없다. 요즘에는 안 쓰나?


그래서 요리에 쓰는 조그마한 꼬챙이를 쓰기로 했다. 바람개비 가운데 붙인 스티커가 튼튼해서 바늘로 먼저 구멍을 내고 거기 꼬챙이를 넣어 꿴다.

혼자 소도시 전력 다 책임지는 풍력발전기 스타일

만들고 보니 생각보다 잘 돌아간다. 들고 있는 모양이 좀 우습지만. 본래 계획은 바람개비만 한 20개 만들어서 흐드러진 꽃밭처럼 꾸미는 것이었는데 3개에서 포기했다. 생각보다 손이 귀찮다.

영혼을 쏟아부은 역작 3종

꼬챙이 하나에 3개를 다 꽂아서 돌리기도 했다. 그 결과 풍력발전기 스타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작품명 : 동심과 에탄올의 공존

결국 완성된 바람개비는 술병 진열장 신세가 되었다. 다른 성취에 비해 대단히 소소했지만 이상하게 사진은 화려하게 나왔고 어찌 되었든 바람개비를 접을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이전 08화 오늘의 성취 : 헌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