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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Apr 16. 2024

나 홀로 살아남기

고양이 두 마리만 데리고 왔다고, 조금만 있다 갈 것도 아니고 평생 여기서 살 거라고, 온 지 두 달 차에 얘기하니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진짜 용감하구나."


사실 난 내가 그리 용감하다고,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릴 때부터 미국 드라마를 보고 자랐고 영어를, 미국을 참 좋아했다. 소수에 대한 한국의 시선이 갑갑하고 불편할 때가 많다. 왜 내 바운더리를 침범하는지, 왜 내 표정에 대해 지적하는지, 왜 '정상'을 규정하고 조금이라도 다르면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지 속상하고 힘들 때가 많았다. 미국이 천국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모든 한국인이 그렇다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파란 하늘을 보며 눈을 뜨는 것이, 따사로운 햇볕 아래를 걷는 것이, 마주치는 사람에게 웃으며 말을 거는 것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가방 예쁘다고 칭찬을 건네는 것이 행복하다. 





아무리 좋아도 외로움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럴 땐 동네를 둘러보러 나가거나 친구를 사귀곤 했다. 지금부터 미국에서 친구를 사귀는 법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1. Meetup 어플 

https://apps.apple.com/us/app/meetup-social-events-groups/id375990038

- 관심사 (law of attraction, language, 지역 등)를 정하고 모임 참석 신청하면 된다.


LA 뉴비를 위한 모임이다.

- 온라인으로 만나는 모임도 많지만 정말 친구를 사귀고 가까워지려면 오프라인으로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2. Hellotalk 어플

https://www.hellotalk.com/?lang=en

- 언어 교환 어플이다. 데이팅 앱은 아니고 언어를 배우는 게 목적이지만 여기서 만나기도 한다는 얘기는 들었다.

- 위치 기반은 아니라 영국, 호주 등 미국 외 사람들도 많았다.

- 온 지 일주일 차쯤 이 어플을 깔았는데, 한 친구와 얘기를 많이 했었다. 그날은 내 친구가 지인을 소개해 준다고, 타코를 먹으러 가자고 했었다. 그래서 hellotalk 친구에게 "나 오늘 타코 먹으러 가. 친구가 자기 친구 소개해 준대."라고 말을 했는데, 그 친구가 "어 나돈데? 우리 만나는 거 아니야?" 하며 웃었다. 정말로 우리는 만났고 타코는 맛있었지만 더 이상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 



3. Bumble 

https://bumble.com/

- 미국인이 사랑하는 어플 중 하나다.

- 특이한 점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말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bff 모드, 연인을 사귀고 싶다면 date 모드, 네트워크를 넓히고 싶다면 bizz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 모드 간에 자유롭게 넘어갈 수 있다.

동성 친구를 만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 관심이 가는 상대에게 하트를 보내고, 그 사람도 내게 하트를 보내면 대화를 할 수 있다.

- 하지만 하루에 하트를 보내는 횟수가 정해져 있고, 내게 하트를 보낸 사람을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

- 결제 유도가 심한 편이다.



4. Hinge (데이팅)

https://hinge.co/

-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추천하는 앱이다.

- Hinge는 '가볍기보다는 깊은 만남'을 추구하는 앱, 그리고 '언제든 지울 수 있는 앱'이라고 강조한다.

- 그래서인지 그냥 사진만 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가치관, 신념, 생활에 대한 질문을 답하게 한다.


- 미국 데이팅 앱을 시작하려고 프로필을 만들다 보면 헷갈리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 먼저, pronoun을 선택하는 칸이 있다. '그he/him'로 불릴지 '그녀she/her'로 불릴지 '그들them/they'로 불릴지 정하면 된다. 나는 she/her/hers를 선택했다 

- 그리고 또 생소한 부분이 있다. 'monogamy'인지 'polygamy'인지 선택하게 되는데, monogamy는 전통적인 일부일처제다. 나와 내 파트너, 둘이서만 하는 사랑을 원한다면 전자를 선택하면 된다.

- 아이가 있는지, 아이를 원하는지, 반려동물이 있는지, 종교는 무엇인지, 정치 성향은 무엇인지, 인종은 무엇인지, 성적 지향은 무엇인지도 체크하면 프로필이 얼추 완성된다.

- 범블과 달리 나에게 관심을 표한 사람을 볼 수 있고, 결제 유도가 심하지 않다.

내 프로필 중 일부

- 술, 담배, 대마, 마약을 하는지 선택하는 란이 있는데, 나는 술은 그렇다 쳐도 담배, 대마, 마약을 하는 사람은 제외했다. 

- 서로 매치된다면 이야기를 하다 만나면 된다. 나는 텍스트보다는 만나는 걸 추구하지만 미국인지라 많이 조심해야 한다. 대낮에 카페 등 번화가에서 만나기를 강력 추천한다.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하니까.

- 서로 만났고 마음이 맞는다면 계속 데이트를 하다 더 깊은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미국은 서로를 남자친구/여자친구로 부르기까지 정말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참 복잡하다..


우선 texting/talking stage를 하다 마음이 맞으면 실제로 만난다(대부분 남자가 데리러 갈지 묻는 게 매너인 듯하다). 그리고 서로 호감이 있다면 또 만나서 hang out 하며 논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우리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꺼낸다. 그러면 우리 이제 다른 사람이랑 데이트하지 말고 둘만 놀자, exclusive 한 관계가 되자는 약속을 한다. 그러다 정말 '확신'이 들면 그때부터 사귀는 거다. 이제부터는 boyfriend/girlfriend가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exclusivity를 논하기 전에는 내가 이 친구와 얼마나 깊은 데이트를 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든 간에 나는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할 수 있고 그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매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서로 깊은 얘기를 터놓더라도 exclusivity를 논하기 전에는 아무 사이도 아니다. 이렇게 공식적이지 않은, 자유로운 관계를 Situationship이라고 한다. 


이 머리 아프고 복잡한 문화를 싫어하는 젊은 세대도 많고, 꼭 이 공식을 따르라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가 나를 너무 좋아하고 나와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해서 우리가 연인은 아니고, 상대는 다른 사람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혼자만 진심이었다 상처받지 않았으면 해 조언한다.


하지만 정말로 'relationship' 단계에 들어서면 한국보다 훨씬 진지해진다. 가족과 친구를 소개시켜주고 정말 내 인생의 파트너처럼 대한다. 신중히 고른 만큼 이 사람을 내 미래 배우자로 생각하고 관계에 올인한다.






언어 실력을 빠르게 향상하는 방법은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많고, 모국어라도 내가 조금 느리고 서투르게 말해도 잘 알아듣는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일단 집 밖으로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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