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멩리 Apr 17. 2024

예상치 못하게 좋았던 하루

두려워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고 기대하지 않았던 일은 예상외로 만족스럽다. 그냥 들어간 가게에서 괜찮은 물건을 발견하고 흘러가는 대로 들었던 음악이 내 애창곡이 된다. 꽉 쥔 주먹은 아무것도 잡지 못한다.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받아들이자 불안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파스텔빛 하늘 아래 서핑하는 사람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숫자로 환산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게 성적이든, 은행 잔고든, 몸무게든,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든 간에. 정말 중요한 것들은 숫자가 아니다. 이를 테면 진심이라든지, 사랑이라든지, 하는 것들.






불안하고 우울할 때도 있지만 사랑의 힘을 믿는다. 선함이 불러오는 나비효과를 믿는다. 21살, 피시방 알바를 할 때였다. 새벽 1시 반, 손님 바지에 콜라를 쏟았다. 무려 흰 바지였다. 그는 웃었다. 내가 정말 미안해하고, 그럼에도 줄 것이 없어서 안절부절못할 때 그 사람은 쿨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밥을 사준 선배가 "고마우면 너도 후배들한테 밥 많이 사줘." 했을 때부터였을까. 2년 반동안 온전한 사랑을 경험했을 때부터였을까. 뉴스에선 끔찍한 소식이 매번 나를 슬프게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과 친절은 존재한다고. 다정함은 정말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다.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담배 회사에서 일하고 싶진 않다. 누군가를 도우며 살아가고 싶다. 살면서 예상치 못한 호의를 많이 경험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는 것.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는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더 사랑하는 해가 되길 바라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