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목요일, 기념할 일이 생겼다. 드디어 면허를 땄다. 물론 큰 실수를 해 감독관이 화를 엄청 냈지만, 3번째 시도라는 걸 알아서 그런지 합격을 시켜주었다. 드디어 나도 운전면허 보유자가 되었다. 홀가분하면서 기대된다.
토요일에는 총을 쏘러 shooting range에 갔다. 솔직히 뭐 별거 있겠나 싶었다. 우리는 양궁의 민족이니까, 총도 잘 쏘겠지 하는 근거 없는 기대도 했다. 귀마개를 했음에도 총소리는 정말 무서웠다. 벽을 사이에 두고 있을 땐 몰랐는데, 입장하니 저절로 몸이 튀어 올랐다. 3cm 정도 하늘을 난 것 같다. 조금 진정하고 총을 쥐었다. 설명해 주는 사람도 없어서 동행한 친구가 차근히 가르쳐주었다. 자, 떨지 말고. 이건 포크랑 똑같아. 포크로도 사람 해칠 수 있잖아. 근데 잘 사용하면 괜찮아. 꽉 쥐고, 조준할 땐 방아쇠에 손 걸지 말고, 방아쇠는 당기는(pull) 게 아니라 쥐는(squeeze) 거야.
드디어 총을 쏜 순간. 귀청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다음은 기억이 잘 안 난다. 총을 던지듯 놓고 뒤로 멀리 떨어진 것 같다. 너 쏘고 나서도 총 잘 잡고 있어야지, 친구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 쏠 때마다 무서웠다. 덕분에 친구도 좀 불안해했다. 내가 사고라도 칠까 봐.
한 10발 정도 쐈는데 과녁에 하나 맞췄다. 가운데도 아니고 가장자리에. 나 못 쏘더라. 내 옆에 있는 15살짜리 아이가 더 잘했다.
이미 뿌리 박힌 생각은 바뀌기 힘들다. 25년 동안 총을 본 적도 없고, 매번 총기사고로 사람이 수십 명 죽었다는 뉴스만 보다 보니 총을 만지는 것만으로 손이 떨렸다. 저번에 만난 텍사스 출신 군인 친구는 그랬다.
"총으로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데, 미국처럼 안전한 나라가 어디 있어?"
그때는 어이가 없었는데, 지금은 알겠다. 여기 사람들은 공권력을 그리 믿지 않는다. 남자친구는 누누이 강조한다. 경찰을 믿으면 안 돼. 누군가가 나를 보호해 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안 돼. 내 몸은 내가 지키는 거야. 그러니까 총을 쏠 줄 알아야 해.
세상이 넓어졌다. 운전을 하면서 평일에도 바다에 갈 수 있게 되었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총도 다시 연습해 볼 생각이다. 공부를 시작하려 책상과 의자를 주문했고 밥솥 등 주방용품도 구비했다. 낯선 땅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