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입니다 Jan 24. 2024

겨울 뉴욕_뉴욕 공립 도서관과 모차르트 악보

다들 여기 오면 공부하고 싶다는데 저는 역시 집공이 좋습니다.

마지막 뉴욕의 아침이 시작됐다. 방문했을 때 이만하면 다 봤다고 생각되는 도시는 떠날 때 아쉬움이 덜하지만 뉴욕은 떠나기엔 무척 아쉬운 곳이다. 아직 반에 반도 못 본 것 같은데! 브루클린도 더 봐야 하는데!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은 이제 여기보단 따듯한 곳으로 간다는 것. 지난주 폭설로 모든 세상을 얼릴듯한 추위가 우리 떠날 때 되니까 누그러졌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패딩에 히트텍에 플리스까지 껴입고 오후 2시 34분 숙소 밖을 나선다. 아쉬운 것 치고는 상당히 늦은 출발이지만 이번 여행은 “또 올 것처럼” 다니고 있다.

귀여운 사자

오늘은 네네가 인도하는 곳으로 간다. 첫 번째 목적지는 공립도서관. 모차르트 친필 악보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이런 기회는 놓칠 수 없다. 공립도서관을 찾기란 상당히 쉬운데 브라이언트파크 가는 길에 사자 석상 2마리와 수많은 사람들이 계단에서 사진 찍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뉴욕 도착한 다음 날 네네는 집에서 자길래 막내랑 둘이서 아침 산책을 하면서 여길 지나갔는데 그때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사람 많으니까 나중에 네네랑 같이 오면 그때 사진 찍자” 그리고 오늘 더 많은 사람을 보고 말았다.

짐검사를 하고 들어간 도서관은 익숙했다. 익숙한 외관이 아닌데 너무 낯익어서 별생각 없이 들어갔다. 나중에 다른 사람이 올린 도서관 사진을 보니까 놀랄만했는데... 이날은 사진이고 뭐고 없는 날이다.

1623년이라니? (모차르트 악보 사진이 없네요)

모차르트 악보가 있는 전시실로 가려면 먼저 키오스크로 예약을 해야 한다. 예약을 하고 남은 시간 동안 먼저 스토어에도 들어갔다가 저쪽 복도까지 걸어갔다가 이제 전시실 들어갈 시간이다. 푸와 친구들 오리지널 인형도 있고 독립선언문도 있다. 보물 같은 자료들이 많았다. 네네는 여기서 꼭 봐야 할 리스트를 보고 한 개씩 찾았다. 보물찾기 하듯 하나씩 다 찾아보고 4시가 넘어서 밖으로 나왔다.

저 주스 마시고 머리가 띵한 기억
저는 크림치즈를 안 좋아해서 항상 이렇게 먹는데, 베이글 좋아하세요?

뉴욕에서 마지막 날인데 베이글을 안 먹을 순 없지. 베이글 가게는 문을 일찍 닫는데 다행히 PIO BAGEL은 5시까지라 먹을 수 있었다. 뜨끈하게 먹고 싶어서 치즈와 계란을 넣은 베이글을 주문하니 딱 좋다. 마지막 손님이라 그랬을까 직원도 친절하셔서 더 맛있게 먹고 나왔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다음 코스인 영화관으로 간다.

CGV가 그립잖아요(콜라 라지에 7달러 넘는 건 좀...)

어딘가를 크게 수리하고 있는 영화관으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괜찮았다. 네네가 선택한 영화는 아바타 2였다. 나랑 막내 둘 다 아바타 1을 안 봐서 네네가 어제부터 우리에게 계속 교육을 해준 결과 이해하고 볼 수 있었다. 감동적인 엔딩까지 보고 이제는 저녁을 사서 숙소에 짐 싸러 간다. 시간은 밤 9시 30분. 이럴 때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타코벨이다. 키오스크 주문이라 먹고 싶은 메뉴 다 든든하게 담는다. 10분 만에 도착한 숙소. 우리의 뉴욕여행이 끝났다.

평온한 타코벨? 사실은 전혀 아니었다. 옆에서는 지금...

4년 전에 LA에서 뉴욕으로 여행했을 때 네네는 뉴욕이 제일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여행에서 마지막 순간이 기억에 잘 남는 줄 알았다. 이번 여행은 반대로 뉴욕에서 LA로 갔는데 이번에도 다들 뉴욕이 기억 남는다고 한다. 여행의 처음인지 끝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뉴욕이라서 각인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더 현실 같지 않은 곳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뉴욕은 며칠쯤 여행해야 아쉬움이 없어질까? 분명 막상 여행할 때는 이번에는 왜 어딜 꼭 가고 싶고 그런데가 없을까, 이제 여행에 흥미가 덜한가, 여행에 너무 익숙해진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다. 돌아와서 보니까 체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여행은 평상시에 만들어 놓은 근육으로부터...

누가 지금까지 본 최고의 원화는 무엇입니까? 물으면, 나는 Pooh라고 말할 것이다.
상당히 신선한 오렌지
자이언트 콜라(7달러임...)

추신

1. 공립도서관 열람실에서 공부하고 싶다면 백팩이나 아이패드를 들고 가시면 된다고 합니다.(관광객 열람실 입장 제한)

2. 공립도서관은 365일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3. 한겨울에 베이글 먹으며 프레시주스를 시키신다면 부디 아이스크림 헤데이크를 조심하세요.

이전 05화 뉴욕 겨울_쿠퍼 휴잇 디자인 뮤지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