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입니다 Jan 29. 2024

늦겨울 워싱턴D.C._자연사박물관과 초상화미술관

도시 전체가 캠퍼스 덜 추운 워싱턴D.C.


뉴욕에서 4시간을 달려 워싱턴디씨로 가는 날이 되었다.

마지막 아침으로 베이글을 먹으려고 했지만 아침 시간은 늘 그렇듯 부족했다.

짐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가자 은색 시에나가 기다리고 있다. 미리 예약한 2박 3일 투어로 미스터 신과 함께 여정을 떠난다.

미국의 고속도로는 또 처음이다.

투어 신청할 때 워싱턴디씨에서 1박을 어디서 할지만 정하고 나머지 일정은 워싱턴디씨로 가는 차 안에서 정하기로 했다. 워싱턴디씨에 가는 이유는 사실 다른 건 아니고 이번 여행을 갈 때 부모님께서 보스턴도 다녀오면 좋겠다고 했는데 보스턴투어가 단독으로 별로 없고 워싱턴디씨와 보스턴 투어로 되어있길래 가게 됐다. 한마디로 별 생각은 없었다.


특히 워싱턴디씨는 막내가 가면 좋을 것 같아서 가는 데라 전적으로 막내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래서 미국 역사 투어가 시작되었다.

미스터 신은 미국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건지, 가이드로서 이 정도는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인지 헷갈릴 만큼 대본도 없이 미국의 역사에 대해 술술 말씀하셨다. 또 듣다가 취침 시간도 주셔서 듣다가 이야기가 끝나면 자고 깨고를 반복하더니 점심때 도착하게 되었다.


워싱턴디씨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점심을 먹는 것이다. 미스터 신은 우리에게 몇 군데 선택지를 주었는데 우리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일식과 태국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선택했다. -미스터 신은 따로 식사를 하신다고 했다.-

밖에는 햇살이 따듯한데 가게 안은 희한하게 밝으면서 어두웠다. 노란색 벽과 반짝이는 나무 장식을 보니 이 동양적 분위기란. 우리는 시푸드 팟타이, 커리, 볶음밥을 시켰다. 음식이 나오기 전 주위를 둘러보는데 이 한산함이라니. 어제까지 뉴욕에서 느낀 분위기랑은 확연히 다르다. 워싱턴디씨의 첫인상은 학교 캠퍼스 같다. 여기저기 막 돌아다녀도 될 것 같은 그런 인상이다. 당근이 포인트인 음식들이 나왔다. 오래 차를 타고 와서 없는 입맛에도 잘 들어갔다. 밥을 다 먹고 나와서 미스터 신이 추천한 젤라또 가게로 가본다. 이런... 연말 휴가로 문을 닫았다. 우리는 햇살을 맞으며 시에나를 기다렸다. 곧 도착한 차를 타고 이제 백악관으로 간다. 가면 갈수록 여기 꼭 캠퍼스 같다. 아니면 평화로운 게임 속.

너도나도 관광객인 포토존을 지나서 링컨 메모리얼을 갔다 토마스 제퍼슨 메모리얼로 간다. 여기가 예상외로 좋았다. 앞에 호수도 있고 미국스러운 고즈넉함이 있다. 미스터신은 제퍼슨은 미국인들이 굉장히 존경하는 대통령이라고 설명하며 여기서 기운을 받고 가라고 하셨다. 제퍼슨 보다는 여기 풍경이 마음에 쏙 들었다.

이제 미국 역사 투어는 끝나고 워싱턴디씨 하면 빠질 수 없는 뮤지엄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간다. 오늘 가는 곳은 자연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과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으로 간다.

서울랜드 코끼리를 생각하면 귀여웠다.

자연사박물관은 뉴욕에도 있지만 여기에도 있다. 항상 어린이들이 많은 곳.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본 네네가 말해주었는데 영화에서는 여기에 있던 동물들이 공격한다고 했다.(영화의 배경은 뉴욕 자연사박물관이다.) 여기 아래층엔 워싱턴디씨에서만 볼 수 있는 새도 유리장 안에 가득 있었는데 우리 셋은 이미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나마 익숙해서 눈길을 끈 부분은 고대책들이었다. 더 클로이스터스와 쿠퍼휴잇에서도 뉴욕공립도서관에서도 고대 책들이 있는데 그림 풍이 비슷했다. 여행 내내 이런 그림들을 보다 보니 괜히 사진 한 번 더 찍고 지나간다.

Natyre of the Book까지 설명하는 자연사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나도 왔다.’에 100% 의의를 둔 방문을 마치고 이번엔 초상화를 보러 간다. 여기를 선택한 이유는 미스터 신이 여기가 7시까지 하기 때문에 여길 보고 밥 먹으러 가면 된다고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워싱턴에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여기엔 같은 건물에 반쪽은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 나머지 반은 초상화 미술관으로 쓰인다. 입구로 들어가서 먼저 포크아트를 보다가 위로 올라간다. 올라가면 미국 역대 대통령들 초상화가 있는데 우리가 오늘 보고 온 링컨도 제퍼슨도 있다. 초상화 크기가 꽤 커서 실사 입간판을 보는 것도 같고. 익숙한 이름도 있고 처음 보는 이름도 있다. 한참을 보다가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으로 간다. 가자마자 호퍼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폭설로 못 간 나이아가라 그림을 바라본다.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이렇게 절묘할 수가. 그림으로 본 폭포는 참 시원해 보인다. 역시 폭포는 여름에 가야지.

사진은 다녀 온 곳을 설명한다면 그림은 아직 못 간 장소를 갈망하게 한다.
매우 인공적이고 꽤 습하고 사진은 잘 나오는 그런 정원

한 바퀴를 돌고 내려오는데 이 건물은 1867년 완공이라는데 느낌은 그리스 신전 스타일의 신축 호텔 같다. 대리석이 많아서 그럴까 리모델링을 잘해서 그럴까? 아니면 이게 워싱턴 디씨 스타일인 걸까.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 네네와 막내는 주위에 없었다. 나는 내려가다 정원으로 내려와서 잠시 앉았다. 동생들은 어디 간 걸까. 배고프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은 그림 볼 때 어디서 먹을까 생각 안 하고 잘 있다. 이게 가이드의 힘인가. 일정 생각 없이 나는 시간만 잘 보고 약속된 시간에 입구에 잘 나가있으면 된다니 편하다. 그나저나 애들 찾으러 가야 되겠네. 정원에서 나가기 아쉬울 정도로 좋았다.

어찌어찌 동생들을 만나고 다시 은색 차에 탄다. 그런데 여기서는 돌발 퀴즈. 미스터 신이 여기서 저녁 뭐 먹을지 지금 찾아보면 거기로 데려다주신다고 한다. ‘저녁은 생각을 안 했는데!’ 네네가 재빠르게 찾는다. 네네가 버거 가게를 찾는데 Capital Burger가 있다고 했다. 우리는 들어가서 저녁을 먹었다. 다 먹고 나와서 미스터 신의 질문 “버거 맛있었어요?”

나는 “미국 맛이었어요.”라고 대답했다. 내가 치즈폭탄버거로 시켰는데 여기가 미국인 걸 잊었지 뭔가. 한국의 치즈 폭탄은 치즈 비비탄정도였다는 깨달음을 얻고 우리는 숙소로 갔다.

오늘 하루종일 차에서 하도 잤더니 잠이 안 온다. 이럴 땐 쇼미 더머니를 봐야지. 뉴욕에서는 TV 켤 시간도 힘도 없었는데 여기 오니까 여유가 생긴다. TV로 시원하게 즐기고 노래를 50곡 정도 듣고 우리는 내일로 향한다.

나의 치즈폭탄버거와 동생의 좋은 선택
제퍼슨 메모리얼에 가시면 이런 느낌입니다. 되게 평화로운 장소
모...형이었으면 좋겠다...
웹소설 주인공 같은 Abbott Handerson Thayer의 Angel(1887)

추신

1. 자연사박물관은 안 가기엔 아쉬운 핫플

2. 한 지붕 두 뮤지엄으로 유명한 초상화미술관과 아메리칸아트뮤지엄은 건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3. 뉴욕에 있다가 워싱턴디씨로 갔더니 역체감이 상당했습니다. 이렇게 상상 속 도시 같은 평화로움이라니.

4. 분량조절 실패로 다음 연재는 ‘워싱턴디씨의 국립미술관’입니다.

이전 06화 겨울 뉴욕_뉴욕 공립 도서관과 모차르트 악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