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바른 자세

콤플렉스 알아채기

by 오드리황

성악샘과 보컬샘 두 분 다 가장 먼저 중요하다고 알려주신 부분은 사실 자세였다. 바른 자세는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어깨를 곧게 펴고 천장에서 내려온 줄에 정수리 중앙이 연결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선 자세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꼿꼿이 서있는 자세가 소피아 샘이 말한 바른 자세였다. 자세, 호흡, 연결, 감정등 노래를 부를 때 신경 써여할 것들이 많지만 유독 자세는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서 자주 제외됐다.


나는 거북목, 라운드 숄더 그리고 굽은 척추를 가지고 있다. 굽은 것들만 펴지면 키가 1cm는 커질 것 같다. 나의 모든 신체가 굽어지기 시작한 시점은 2차 성징이 일어나기 시작한 청소년기였다. 준비 없이 맞이한 2차 성징은 많이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또래들보다 조금 빨리 발달한 가슴을 숨기느라 나는 옷을 여러 겹 입고 다니거나 몸을 숙이기 시작했다. 부끄러울 것 없는 당연한 변화인데 나는 이 변화를 유연하게 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키가 작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나는 올려다보게 된다. 요새는 나의 주내담자인 초등학생들이 나를 내려다보는 일도 많다. 그럴 때 나는 순간 위축될 때가 있다. 키가 큰 사람들 혹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들은 오히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나처럼 키에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은 그 부분을 크게 받아들이고 감정적 널뛰기를 크게 한다. 그렇다 나는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도 있다. 문예창작과를 지원했을 때 제일 가고 싶었던 서울예전이나 추계 예술 대학을 입학하지 못한 것이 나에겐 콤플렉스였다. 내가 최고가 되고 싶었던 마음은 사회나 학교에서 틀이 되어버린 줄 세우기 그리고 그것에서 비롯된 비교가 영향을 미쳤다.


결혼 후 가난이 나의 콤플렉스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 우리의 끼니를 걱정하는 일, 늘 사주던 사람에서 받는 사람이 된 포지션의 변화들이 일시적으로 콤플렉스가 되기도 했다. 어느 날 지인에게 이 상황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았다.


"늘 사주다가 마음껏 베풀지 못하는 삶이 참 답답해요."


"그건 교만이야. 너는 왜 늘 베풀어야 하니? 받을 줄도 알아야지!"


60 평생 가난과 투쟁하며 살아오신 분에게서 흘러나온 말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받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구나. 잘 받는 것도 겸손이구나.'


나는 겸손을 훈련하는 시간이라 여기기로 했다. 하지만 받는 것에 익숙해지니 공짜를 바라고 당연히 생각하는 거지 근성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시기도 맞이했다.


지금 미처 생각나지 않은 콤플렉스들이 많지만, 나는 그렇게 나의 몸과 마음을 자꾸 구부정하게 만들었던 많은 트리거들을 발견하고 과감히 이별하는 연습을 거듭해 갔다.


목표에 도달했을 땐 나의 감정을 다섯 칸쯤 뒤에 놓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는 나의 감정을 다섯 캄쯤 앞에 두고 있다. 성공했을 땐 실패할 때가 있을 거란 생각을 끄집어내 좀 더 고개를 숙이고 실패했을 땐 성공할 때를 바라보며 조금 더 고개를 들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보니 앞으로만 기울었던 나의 자세가 점점 펴지고 있다. 나의 노래도 나의 삶도 내 안에 오래 머물러 있던 잠재력이 밖으로 꺼내지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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