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8개월의 마무리 중급 졸업공연

by 혜은

중급 강습에 들어서며


어느덧 지터벅, 초급, 초중급을 지나 중급 강습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제는 익숙한 동작들도 많아졌고, 소셜 시간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중급을 시작하자마자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은 난이도에 직면하게 되었다. ‘나는 춤이 맞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이 다시금 스쳐 지나갔다. 단순한 동작에서 벗어나 두 시간 동안 복잡한 루틴을 배우고, 이를 기억해야 했다. 단순한 암기와는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다. 몸이 저절로 기억할 정도로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했지만, 주말에만 연습하는 나에게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이러한 부담감이 쌓이면서 졸업공연은 더더욱 하고 싶지 않았다. 중급 강습의 도우미였던 J군을 만나기 전까지는, ‘졸업공연은 절대 안 한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뒤풀이 자리에서 찰스턴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찰스턴이 너무 어려워서 배우지 않았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했다. 모두가 어이없어 했지만, 당시의 나는 그저 찰스턴을 회피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중급에서도 찰스턴은 빠질 수 없는 동작이었고, 지터벅 때 배웠던 동작들은 그저 기초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이때부터 오기가 생겼던 것 같다. ‘찰스턴을 좀 더 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졸업공연을 앞두고


중급 졸업공연은 초급 때보다 더 어려운 과제였다. 함께 공연할 멤버들은 모두 나보다 훨씬 경력이 많았고,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이었다. 초수강생인 나는 그들과 비교될 자신이 없었고, 결국 졸업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다른 동호회의 소셜에 놀러갔다가 J군과 뒤풀이를 하게 되었다. 새벽 3시까지 이어진 설득 끝에, 결국 나는 J군과 파트너를 한다는 조건으로 중급 졸업공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돌아보면 ‘왜 그렇게 쉽게 마음을 바꿨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때는 이 도전을 이겨내지 않으면 더 이상 춤을 추지 않게 될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그리고 J군이 내민 손을 잡고 연습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주어진 시간은 단 일주일. 안무를 외워야 했고, 동작을 정확하게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J군은 프로 도우미이자 경력자로서 초수강생인 나를 이끌어주었고, 덕분에 나는 점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안무가 조금씩 몸에 익숙해졌고, 공연을 위한 준비가 차근차근 이루어졌다.


공연의 순간


드디어 졸업공연 당일. 연습 때는 한 번도 실수한 적 없던 첫 동작부터 틀려버렸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긴장감이 풀리면서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지금까지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구나.’

그동안의 졸업공연에서는 긴장감 속에서 틀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앞을 보며 춤을 추는 것조차 어색했고, 완벽함을 추구하려다 보니 오히려 즐거움을 잃어버리곤 했다. 분명 재밌어서 웃고 싶은데 영상을 보면 웃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실수를 했기에, 오히려 그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연습할때 한번도 틀리지 않았던 부분에서 실수를 하는 순간 웃음이 터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틀려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자 춤이 더욱 즐거워졌다. 나는 중급 공연을 하고 나서야 진정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졸업공연 이후: 성장과 새로운 도전의 시작


공연이 끝난 후, 나는 무대에서 내려오며 또 하나의 중요한 경험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급 과정은 단순히 춤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이걸 해냈다’는 성취감이 남았다. 그리고 더 이상 졸업공연을 피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찰스턴을 피해 다니던 나는 이제 더 이상 도망가지 않기로 했다. 어려운 동작이든, 부담스러운 루틴이든, 연습을 통해 익숙해질 수 있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스윙댄스는 완벽하게 동작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와 함께 순간을 즐기는 것이니까.

8개월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그저 춤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싸움 속에서 성장하고 있었음을, 이제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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