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엄마들은 똑똑하다

미션을 클리어하듯, 일도 육아도 교육도 똑똑하게

by 대치동 비둘기

대치동에 이사오기 전, 그러니까 말로만 듣던 '사교육 시장 일번지'의 중심 핵으로 이사오기 전 막연히 드는 생각은 도대체 '거기' 엄마들은 왜 그렇게 아이에게 생각없이 쏟아붓고, 오로지 아이에게 올인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고 궁금했다. 공교육 기관인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로서의 시선과 나의 개인적인 교육관으로 보았을 때 도대체 이해가 안 될만큼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건지, 진짜 그런건지 의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주민등록지가 대치동이 된지도 벌써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동안, 가장 많이 깨닫고 배운 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분명 나는 어딘가 편협한 시선으로 대치동을 바라왔음을, 그리고 약간은 비판적인 시선으로 경험해보지 않은 길에 대해 가치를 판단했음을 깨달았다.



대치동 엄마들도, 다른 동네 엄마들이 그러하듯 다 자기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고, 또 진심으로 사랑한다. 게다가 얼마나 다들 열심히 사는지 정말 깜짝 놀랄정도로 부지런한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AI처럼 자신이 아는 분야 또는 학원에 대한 정보들을 분류하고 추론해 필요한 정보들을 취사선택하는 방법과 추진하는 방안까지도 꿰뚫고 있다. 가끔은 도대체 모르는 것이 무언가 싶을 정도로 오싹할 때가 있을만큼 철저하다.



이 근방에서 흥미롭고 놀라운 점 중 하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도 부모님에게 꽉 잡혀있다는 사실이다. 당근이든 채찍이든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인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아이같은 순진함을 가진 고학년도 많고 대부분 엄마 또는 아빠 말이면 듣는다고 한다.(혼나거나 맞기도 한다고 전해들었으나 사실 확인불가) 게다가 엄마들은 늘 자녀의 상황과 진도와 필요한 것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찾아보고 실천하는 듯 보였다.



물론 일부는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한느데 사춘기동안 극심한 갈등을 겪기도 하고, 공부 이외에 다른 것은 신경써주지 않아 자녀의 정서지능이나 사회성에 문제가 있어도 별 신경쓰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또 일부는 부모의 의무에 대해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학원을 남들 하는 만큼 +알파로 보내주는 것'까지라 생각하는 듯한 경우도 있다.





자녀를 키우는데 있어, 우리 아이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어떤 학원이 맞는지 수많은 비교를 거치고 평판과 다양한 요소를 분석한다. 어느 학원 선생님은 개포 엄마들은 돈을 잘 쓰는데, 대치 엄마들은 너무 따진다며 푸념 아닌 푸념을 쏟아냈다는 말을 들었다. 오히려 학원이 적으면 선택지가 없어 묻고 따지지 않고 보낼텐데, 수많은 부페 메뉴들처럼 넓디 넓게 펼쳐진 학원 메뉴판에서 신중한 맛보기 후 최적의 선택을 하는 모습이 까탈스러워 보였던 모양이다.



생각없이 남들이 좋다고 하면 다 보내는 줄 알았던 대치동 학원가는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복잡하고 다양했다. 수많은 검증과 평판, 자신의 자녀에게 필요한 수준 등을 모두 검토하여 정성껏 한 땀 한 땀 스케쥴을 짜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영어에 쓰기가 약하면 어디, 국제학교를 준비하면 어디, 원하는 학원 레벨을 높이고 싶다면 서브 학원은 어디 등 누르면 튀어나오는 수많은 정보들이 대치동 주변에는 가득하다.

이러한 대치동 엄마들의 선택과 소문 덕분에 학원들은 기관의 개성과 교육관, 교육 방식을 공고히 시키고 사교육 유행의 최전선에 올라가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아이들을 경쟁시킨다.



대치동은 똑똑한 엄마들과 함께 아이를 키우고 학교를 보내면서 오히려 부모인 내가 더 배우고, 그 부지런함에 감탄하고, 탁월한 선택과 추진력에 놀랄 수밖에 없는 동네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절대적으로 똑똑한 사람이 많다. 전문직이거나 한 분야의 전문가, 교수인 경우도 많을 뿐더러 아이를 위한 일이라면 뚝딱 금방 해내는 능력까지 갖춘 엄마들이 많다. 그리고 아마도 영어를 구사하는 능력도 영어 유치원을 2~3년 서포트할 정도라고 추정해볼 때 뛰어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추정된다.





엄마들은 아이를 보내고 싶어하지만 교사들은 근무하고 싶지 않은 곳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서, 대치동 인근이나 학군지, 강남서초 교육지원청에 근무하고 싶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엄마들' 때문이다. 교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교육 관련 정보와 그에 대한 기대치,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예. 법적 절차 등)의 차이가 교사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정말이지 너무 똑똑한 분들이 많기 때문에 교사의 교육관이나 교육 방법이 맞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머리가 아파오고 실제로 수많은 민원에 시달리고, 심하면 법적 분쟁에 휘말린다.



막상 학군지에 근무하는 교사로서, 그러니까 대학교 선후배들과 동기들이 다들 걱정해주던 '교사들은 근무하고 싶지 않은 곳' 중 하나의 학교에 소속된 교사로서 막상 학교 안에서 바라보니 똑똑한 엄마들의 대부분은 학교의 교육을 존중하고 협조한다. 비록 본인이 생각하는 바와 또는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할지라도 일단 학교 교문에 들어간 이후에는 학교를 믿고 학급의 교육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편이다. 그리고 진짜 아이에게 좋은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불만이나 비판을 무조건적으로 시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려하는 시선들처럼 '만약 자신의 교육관,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무언가'를 발견한 이후 돌변하거나 꾹꾹 눌러담아 참아왔던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생각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이 상황이 악화되고 학교를 뒤집어 엎어버리겠다는 다짐이라도 한 듯한 무서운 면모를 보인다. 그것이 객관적으로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내 아이를 위한 것'의 범주에서 벗어남을 느껴 위험 신호를 발견했다면 필사적으로 그것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래서 가끔 교사로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너무나 아름답게 눈이 부실 정도로 햇살이 반사되어 빛나고 편평하게 잘 얼어 있는 얼음판 위. 우아하게 지나가고 싶은데, 어디선가 금이 가기 시작하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고 가본 적 없는 얼음장같은 물 속으로 언제 빠질지 모르는 그 부담감. 숨을 쉴 수 없을만큼 힘들게 느껴지는 압박감과 극도의 공포가 밀려든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마음을 다독이며, 누가 봐도 아름다워 보이는 얼음판이 오늘도 무사히 깨지지 않길 바라고 바라면서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기분을 자주 느낀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도 '똑똑한 엄마'들의 무언가를 동경하며,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따라할 자신은 없다. 때로는 흐린 눈을 하고서, 못본 척 못들은 척 해버릴 때도 있어야 나도 마음이 편하고 덜 불안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얼음판에 새겨질 수많은 선들 중 하나 정도 덜 그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혼자만의 상상 한 스푼도 한 몫 한다.



어쨌든 정말이지 세상에는 똑똑한 엄마들이 낳은 똑똑한 아이들이 참 많다.

진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처럼 똑똑한 엄마들이 똑똑한 아이들을 키운다.

가끔은 압도적으로 엄마든 아이든 똑똑하다는 사실을 깨닫곤 하는데,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며 해마다 더 많이 느끼며 겸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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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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