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월급이 스쳐지나가는가
경기가 침체되어도 가장 마지막으로 지갑을 닫는다는 학원비에 대한 기사가 연일 도배되고 있다. 저조한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시장은 더 커져가고 있고 초등학생 1인당 드는 사교육비가 꽤나 부담이 된다는 기사들이다.
기자는 정확한 수치를 알고 쓴건가요
1인당 40~ 50만원의 사교육비를 쓰고 있다는 기사 댓글에는 기자분이 현실을 조사는 했냐는 풍의 냉소적인 내용이 가득했다. 물론, 전국 평균을 계산한 것이라면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나 역시도 내가 알고 있는 금액과의 괴리가 너무 커서 의아했다.
과목당 30~ 40만원 선
내가 대학생 때일 때 주 1회 과외비가 30만원이었던 것에 비추어보면, 사실 과외비 자체는 그리 오른 것 같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세분화된 학원 커리큘럼과 과목들을 비추어볼 때 1인당 50만원이 안된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1학년 영어 학원은 보통 주 2회~ 3회, 하루에 2시간~3시간을 수업하며 수업료는 4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한 과목만으로도 그런데, 만약 숙제가 많거나 부족한 점이 있어 서브학원이나 새끼 과외 선생님을 찾는다면 학원비만큼의 비용이 추가된다. 물론, 교재비는 별도이고 분기별로 꽤 큰 금액이 더해진다.
수학 학원도 과거에 그냥 한 군데를 다니면 되었다면, 요즘은 사고력 수학, 교과, 연산 , 경시 대비 등으로 세분화되어 한 군데로만 해결되지 않는 희한한 구조이다. 만약 사고력 수학만 다닌다면 연산을 위해 학습지를 하거나, 교과 학원을 추가로 더해야한다.
그러니 1군데 당 최소 30만원대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중시하는 국/영/수 학원이 각각 세분화되어 있어 이래저래 4~5군데를 선택해야만 하는 진퇴양난의 순간에 처한다.
안 보내면 되지 않느냐
결국엔 애들 다 알아서 한다며, 안 보내면 되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막상 학교에 보내보면(이미 유치원 때부터) 주변에 수학 학원을 2군데, 영어 학원은 어디를 다니고, 논술은 뭘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결국 '우리 아이가 훌쩍 저 앞에 달려가는 친구들을 쫓아가야하는 입장'이 되어 있다는 불안함과 걱정에 사로잡혀 밤잠을 설친다.
문제는 학원을 보내고 싶어도 '레벨테스트 불가' 등급이 나오는 불상사마저 생기는데 워낙 주변에 다들 열심히 해오고 진도를 빼고 있어서 가고 싶어도 정작 들어갈 반이 없다는(?) 희한한 면담과 함께 정신줄을 부여잡기 힘든 현실에 눈뜨고 나면, 어릴 때부터 하라는 선배 학부모들의 이야기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아이들 건강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체육 활동을 하는 학원을 더하고, 피아노도 더하고, 미술도 더하다보면 정말이지 총액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늘어난다.
예체능을 저학년이 아니면 할 시간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줄넘기, 태권도, 농구, 생활 체육, 피아노, 바이올린, 미술 등 갖가지 아름다운 과목들도 더해진다.
그러니 정말 숨만 쉬어도, 주요 과목 학원을 하나만 보내도 50만원의 허들은 훌쩍 넘어간다.
영어 유치원 다닐 때보다 돈이 덜 들어요
한 사립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동기가 학부모 상담 중에 들은 말이다. 월 200만원을 훌쩍 넘는 영어 유치원비를 생각하면 분기별로 그 돈과 비슷한 금액을 내는 학교가 더 싸다는 결론인데, 만약 공립 초등학교를 보낸다면 기관 자체에 보내는 돈은 0원이 된다. 방과후 수업을 제외하면 특별히 학교에 돈을 내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유아 시절에 차곡차곡 내던 교육비의 총량은 줄어들 추세 없이 현상 유지를 하거나 오히려 더 비싸진다. 3년 영어 유치원을 다녔다면, 그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좋은 학원에 보내야하고 수학에 재능이 있어 학원을 보내다 보면 더 높아지는 수준에는 그만큼의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막상, 학원을 보내지 않으면 다른 대안이 없다. 저학년의 경우 두 번의 4교시와 세 번의 5교시가 있는데, 4교시를 마치면 12시 40분 그리고 5교시를 마치면 1시 30분 경이다. 맞벌이라면 별다른 대안 없이 한 명이 퇴근하는 그 시간까지 아이를 보낼 곳은 학원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학원을 보내지 않고 엄마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넣어줄 수는 없다. 게다가 쏟아부어야하는 시간은 학교 일과 시간보다 훨씬 더 길고 아이랑 그 긴 시간 무엇을 해야하는지조차 막막하다.
이런 저런 핑계로 아니면 차선책으로 학원으로 채우자면, 과거 내가 학생 시절처럼 '*종합학원'이 있우면 정말 좋으련만 단과대학의 수강 신청도 아닌 것이 갖가지 쪼개진 학원들의 동선을 고려해 안성맞춤의 학원스케쥴을 짜야만 한다.
*종합학원 : 한 학원에서 국어, 수학, 영어를 모두 들을 수 있었던 학원
영어 유치원을 보냈다면 그 하한선이 원비가 될 것이고, 영어 유치원을 안 보냈다면 다양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의 주변의 상황에 비추어 하한선을 정하게 된다.
나만 월급이 안 오른건가?
아직 아이가 저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외벌이임에도 불구하고 비싼 원비를 아무 거리낌없이(타인의 입장에서) 내는 친구 학부모들을 보며, 논리적으로 따지고 계산기를 두드려 선택하는 내 자신이 초라해보인 적이 많았다.
정말로 내가 현실 사회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지 몰라도 평균 임금으로 따져볼 때 아이가 하나여도 둘이어도 월 200 이상은 몹시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 왜 나만 그리 보이는 것인가 하는 문제는 늘 나를 따라다녀왔다.
내 아이는 대치동 한복판에서 사교육비를 그리 많이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월 100만원은 이미 드는 듯 하다. 주요 과목은 영어만 다니고 예체능만 하고 있는데 이 정도이니 수학 학원을 2개 다니고 밤 8시 30분이 되서야 집에 온다는 친구들의 학원비는 적어도 그 2배 이상을 상회할 것이다. 비단 이 동네 뿐만 아니라 이전에 살던 동네도 마찬가지이다.
대치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차별화시켜 세분화한 학원들을 취사 선택하는 것은 학부모 몫이다. 하지만 한 곳에서 가르칠 수 있는 무언가를 쪼개고 쪼개 여러 과목을 선택하듯 만드는 구성은 가끔 너무 낯설고 어렵다.
그런 추세가 계속 된다면, 아이의 부족한 점만을 위한 학원을 고르는게 아니라 골고루 시키고 싶어 여러 곳을 골라야만 하는 상황에 학원비는 계속 계속 높아질 것이다.
진짜 월 500만원이 든다는 고등학생, 과외비 뒤에 0이 더 붙어도 시킬 수 밖에 없다는 고3, 재수생. 더이상 이 현실은 망상이나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학군지와 우리나라 아이들의 학창 시절 실제상황이다.
그 정도면 이민이 낫지 않나
솔직히 말하자면 매년 이런 생각이 자꾸만 나의 현실에 스며든다. 그 정도 돈은 외국생활에서도 들텐데 아이의 국적이나 영주권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면, 오히려 그게 더 가성비있고 실효성 높은 대책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은 요즘 많은 젊은 세대들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기사는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 가장 마지막에 허리를 졸라매고 매도 안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만 빼내는 학원을 이미 빼야하는 현실이라면, 정말 경제 상황이 많이 안 좋다는 반증이다. 누군가는 줄이지 않고 유지하거나 더 많이 보내겠지만, 결과적으로 무서운 것은 그 양 극단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합리적인 소비는 아이와 관련해서는 통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뿌리 박혀있고, 비쌀수록 프리미엄이 더해지고 신뢰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높아진 프리미엄이 거품이 아니라면 유지될 텐데, 만약 그것이 허상의 거품이라면 언젠가는 다같이 무너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가성비 교육 Tip
*엄마표
■ 국어 교과서 수록도서 도서관 대여
■ 일기/ 독서 일지 써보기
■ 규칙적으로 연산 학습지(구몬/눈높이)
■ 교육 영상/ 앱 활용하기
*주민센터/ 문화센터/ 방과후 학교(선택형 늘봄)
□ 주민센터 아동 강좌 신청
□ 백화점 문화센터
□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
*학원
- 회당/시간당 비용 계산(+교재비)
- 함께 해주기 어려운 시간 또는 과목 우선 결정
- 학교와의 동선 고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