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한가 짠하지 않은가

학원을 많이 다니고 숙제가 많은 아이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by 대치동 비둘기
4세, 7세 고시는 아동학대.. 바람직하지 않아
금지 법안 협조해야
- 교육부 장관(2025.12.15) -




"요즘 아이들 참 짠하다."

이미 아이를 다 키운 지긋하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또는 아직 어린 아이를 키우는 어른들이 학원을 뺑뺑이 도는 아이들을 보면 조심스레 꺼내는 한마디. 학교를 마치고 여러 학원들을 가방을 챙겨 이리 저리 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시선은 연령별로 무척이나 다르고, 자기 상황에 따라 무척이나 다르다.



4세에 영유 입학을 위해 알파벳을 외우고, 자기 이름을 쓰고 영어로 대화할 줄 아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고액과외를 하거나 엄마표 영어로 엄마의 시간을 갈아넣는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좋은 학원에 다니기 위해 레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7세, 11월이면 차가운 계절만큼이나 냉정한 7세 고시를 통과해야한다. 마치 주기별 통과의례처럼 요즘 아이들은 특정 기간이 되면 몹시도 분주하고 바쁘다.



과연 이런 현상을 학부모들의 과도한 욕심 때문이라고 치부할 것인가. 사실은 뇌가 스펀지같이 빨아들이는 시기에 외국어를 접하는 것은 언어적 발달에 무척이나 도움이 된다. 그리고 혀가 굳어버리기 전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의 외국어 발음은 원어민을 뺨치며 자신감도 풍부하게 영어를 구사할 줄 알게 된다. 보통 첫째를 안 보내더라도 둘째는 보낸다는 말처럼, 결국에는 '따라 잡아야 할 대상'이 되어버린 영어는 더이상 외국어로서의 가치보다 교과 과목 중 하나로 자리잡은 듯 하다.



학원 숙제 하며 사이가 안 좋아져요



보통 수학 학원이나 영어 학원의 기본 스케쥴이 1회 2~3시간이기 때문에, 학원을 마치고 가정으로 보내는 숙제 양도 그와 비례하여 늘어난다. 물론, 예습과 복습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학원에서 배운 양과 버금가는 숙제를 아이를 책상에 앉혀 할 때면, 무척이나 현타가 오는 것이 사실이다. 어르고 달래서 하면 다행이지만, 엉망으로 해가면 학원 수업도 따라가지 못하고 계속 안 한 숙제가 누적되어 큰 부담이 된다.



아무리 미루고 미뤄도 초등학교 3~4학년 때는 수학도 영어도 꽉 찬 스케쥴로 학원을 채울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모습을 보고 '짠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동네에서는 조금 이상한 눈총을 받는다. 알 거 다 아는 사람들끼리 왜 이러냐는 그 눈빛에는 '뿌린대로 거둔다'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듯 하다.



둘째는 무조건 첫째보다 빨리 시작한다


주변을 보면, 첫째는 '짠하다'거나 또는 '아직 필요하지 않아서' 늦게 시작하던 사교육 선행을 둘째 때는 빨리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첫째는 수학학원을 3학년이나 4학년 때 보냈다면(물론 그 전에도 배우지만 교과 과정 진도가 빠른 학원) 둘째는 1학년이나 2학년 때 미리 시작한다. 결국엔 '따라 잡아야 할 대상'이 되어버린 앞서가는 아이들의 속도도 차츰 빨라져서 일단은 빨리 시작해야 덜 고생한다는 마음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니까 지금 편하게 놀고 있다가 나중에 고생하느니, 지금 조금 더 시키고 나중에 덜 고생시키는게 낫다는 논리인데 그 이야기도 꽤나 설득력있다. 왜냐하면 아이가 자기가 가장 수학이나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거나(심지어 현행 교육과정 상에는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험 공부를 하는데 더 오래 걸리고 실수가 많아지는 상황이 생겼을 때는 훨씬더 힘들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일 전, 친한 친구 엄마와 이야기하다가 앞으로 3학년, 4학년이 되면 좀 짠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둘째한테는 전혀 그런 생각이 안든다는 말이 돌아왔다. 아이가 하나라 아직은 이해할 수 없지만, 다들 입을 모아 이왕 할거면 빨리 시작해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걸 보니 나혼자 딴 세상에 있는 느낌이다. 물론 나도 발등에 불 떨어진 사람처럼 아이의 교과 진도를 빼고 친구들을 따라잡느라 땀을 뻘뻘 흘리게 될지도 모르지만.



아동학대


image01.png 아동학대건수


아이들에게 과도한 선행과 사교육을 시키는 것을 보고 '아동학대'라고 지칭하는 국회의원들, 교수진들, 교육 전문가들의 일부는 본인 자녀도 그런 교육을 시키고 있다. 실제로 비인가 국제학교에 보내기도 하고, 특목고 준비를 시키기도 하고, 대입의 다양한 전형을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자녀를 가장 좋은 곳에 입학시키고 가장 적절한 곳에 취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교육에 의존해야하는 교육 시스템의 문제가 당연히 존재하지만, 하루 일과가 이르게 끝나는 초등학교 교육과정 시간과 맞물려 학부모들은 가장 좋은 방법들을 찾아나서고 있는 중이다. 4학년이 될 때까지 보통 오후 1시 40분, 2시 30분에 마치는 일과 이후에 맞벌이 가정의 경우 학원 밖에 대안이 없을 뿐더러, 6시 이후에 퇴근하여 집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아이를 안전하고 책임감있게 맡아줄 곳은 거의 없다.



차라리 공부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사실 아동학대에는 '방임'도 들어간다. 종종 식당이나 놀이 시설 등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 스마트폰에 중독된듯이 앉아 있는 가족들이 있다. 또는 아이들은 저 만치 멀리 모여 자기들끼리 게임을 하는데 엄마들이나 아빠들끼리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 일이 종종 있으면 다행이지만, 집에서도 따로 시간을 보내며 아이가 무엇을 하고있는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누구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그러한 행동과 과도한 간섭 중 무엇이 더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만약 학원을 가지 않는다면 친구들도 별로 없고(다 학원가있는 현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밖에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게임 중독에 빠지기도 쉽다. 특히 남자 아이들은 학원을 많이 다니면서도 게임을 하는 스마트함을 보여준다(엄마와 게임 시간과 숙제 사이의 거래를 하기도 함). 놀이터에서 마주친 아들 둘 있는 엄마는 차라리 학원 가서 공부하는 게 낫다며, 둘째는 그냥 1학년 때부터 형 다니는 학원 다 보낼거라고 이야기했다.



'아동 학대'라는 말을 쉽게 사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만약 학대 급으로 힘들다면 이상 증상을 보일테고, 아마 부모도 그것이 아이의 그릇이 아님을 분명 알테니까. 학원을 보내는 많은 학부모들이 학대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데 각종 매스컴에서는 사교육 시장을 일방적으로 나무라고, 학부모들을 일방적으로 손가락질한다.



나 역시도 요즘 초등학생들이 참 짠하고 안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대안이 있냐고 물어보면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누군가는 그 대안을 준비하고 있길 내심 바랄 뿐이다.



짠하긴 짠한데 어쩔 수 없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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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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