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인가

by 스완

[계획은 늘 계획으로 만 끝나.]


이제 아이들이 다닐 학교를 정하고 이메일로

확답을 받았다.

디파짓을 보내 아이들의 레벨 테스트도

받아두었다.

우선 살 집은 다시 와서 살면서 결정하기로 정하고

우선 살 만한 동네의 컨디션과 안전상태를

최선으로 계획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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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니 이미 이곳에

이주한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다니

하루하루 사용한 금액, 이곳에서 사는 분들의

이야기, 아이들 학교 다닐 때의 주의사항과

신경 써야 하는 부분,

아이들의 학업에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물어물어 들었다.


'이곳도 지구인데 살다 보면 살아지겠지.'


남편도 잠깐씩 한국에 다녀오면 되니

우리는 또 새로운 곳에 발을 옮기기로 결정을 하고

한국에 돌아오기 전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었다.


이렇게 여행객으로 오는 시간이 지금이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둘은 서운하면서도 긴장도 되고 살짝의 기대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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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의 새해맞이는 특별했다.

매일 밤마다 폭죽이 터지고 행사들이

이곳저곳에서 크게 이어졌다.

좁은 도로에 차들이 빵빵거리고 다니고

줄지어 행사를 했다.

시골 풍경 같은 곳의 이색적인 행사들이

재밌기도 했다.


행사 기간엔 아이들도 학교를 가지 않아 아이들과

이곳에서 열리는 열기구 행사에 갔다.

세계각지의 열기구들이 줄지어 있어 신기하기도

재밌기도 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열기구에 너무 신나 하며

이른 시간에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여

열기구를 타보았다.


열기구에 올라타며 무섭고 떨리기도 했지만

하늘에서 바라본 땅은 평온 그 자체였다.

땅 아래에서 보는 것만큼 열기구 안에서의

시간은 아름답지는 않고 뜨겁고 무서웠다.

하지만 스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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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잠깐 근처의 섬으로

여행을 가기로 예약을 하고 배편을 예약하는 중에

카톡이 왔다.


<그곳에 마스크 있어?>


뭐지?


인터넷을 열어 뉴스를 봤다.

숙소에 티브이가 없어 한동안

뉴스를 보지 않았는데 뭔가 이상이 있나 보다.

친구의 카톡을 보고 근처 약국으로

불이 나게 뛰어갔다.


이곳에 숙소를 잡아준 분에게 전화가 왔다.

한국에 돌아갈 때 공항에서 사용할

마스크를 준비했으니 저녁에 아이들 라이딩하면서

가져다주시겠다고 하셨다.



페낭에서 며칠을 지내면서 약국과 편의점에서

마스크는 찾아볼 수도 없고

소독약도 동이 나버린 상태이다.


말레이시아는 문틈으로 벌레들이 많이 들어와서

이곳에 사는 중국인들이 매번 통으로

몇 개씩 늘 사서 집에 비치하는데

이번사태로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갑자기 멘붕이 왔다.


어떻게 돌아가지?

마스크도 몇 개 없는데. 가서는 어떻게 하지?

이곳으로 오는 건 이상 없겠지.


한 번도 이런 일이 없던 우리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한국에서 친구가 마스크를 보냈다며 우체국으로 찾으러 가라고 했다.

며칠 만에 도착한 마스크를 찾고 집을 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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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다시 돌아올 거니까

이곳에서 쓰던 생필품은 잠깐 맡기기로 했다.

많지는 않지만 시장을 오가며 사용하던

물건들과 잠깐씩 아이들이 사용하던 운동기구들을

숙소를 예약한 분께 맡겼다.


우리의 두 번째 나라

모험의 나라가 된 말레이시아

익숙하지 않지만 익숙해지고 싶은 나라이니 다시 곧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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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낭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와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그곳에서 유학을 하는 꼬마 아이가

잠깐 한국에 갈 일이 있어 우리와 함께 한국으로 가기 위해

경유하고 기다리다 다음번엔 와서 할 것들을 이야기했다.

부모가 없이 아이들만 보내 아이들끼리 지내는 곳이 많은 이곳에

아이들이 그래도 한국보다는 행복하니까 이곳으로 왔을까?

궁금했다.


"너는 이곳이 왜 좋아?"

"그냥 재밌어요. 공부도 재미있지만 힘들기도 하고 다 같이 다양한 것을 할 수 있으니 너무 좋아요"

"집에는 안 가도 되는데 이번엔 일이 있어서 꼭 오라고 해서 가는 거예요"


이곳에서 지낸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우리 아이들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겠지

마스크를 쓰고 긴장된 가운데서도 아이들의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이 조금씩 기대됐다.


몇 시간이 지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를 하는데 싸한 공기가 전해졌다.

뭘까? 마스크가 이유겠지?

이렇게 독감이 심한가?


긴 시간 검사를 하고 힘들게 다시 돌아오기 싫었던 한국에 왔다.


[집밖으로 나가시면 안 됩니다]

[모임이 금지됩니다.]

[00일부로 공항이 셧다운 됩니다.]



..........


갑자기 몸이 우주 어딘가 블랙홀로 떨어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혼란 속에 버티고 버텼는데.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고 애썼는데.

집을 바리바리 싸두고 해외 이사방법을 서칭 중에 있었는데


온몸에 힘이 빠졌다.


이건 뭐지.... 그냥 여기서 살아야 하나?

못 가게 된 이유가 있을까?

다시는 그곳에 내 아이들을 보내고 싶지 않아.


......


계속해서 들리는 뉴스에 공포도 긴장도 힘도 빠지고 감정의 빛도 빠져버렸다.

블랙홀에서의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다 이유가 있을 거야. 그렇지.

또 다른 계획이 있겠지.



그렇게 모든 것들을 하나씩 되돌리며 동공이 멎은 상태로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내 계획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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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긴 글을 썼어요. 아이와의 힘든 사투를

다시 기록하며 처음엔 너무 힘들었지만

써 내려갈수록 덤덤해지는 시간이 되었어요.

그 당시는 힘들었지만 다시 일어나는 시간을 만들었고

또 다른 폭풍과 마주하며 요동하지 않아도

폭풍에 유영하는 법을 배우며 살고 있어요.

평생을 또 다른 짐으로 가지고 갈 아이는

감사하게도 이전보다 건강해졌고

저 또한 마음의 감기를 끝내고

그림에세이를 발간하게 되었어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