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즐 아니죠, 토토토!

항암의 시작

by 나로살다


"은우 어머니~항암 스케쥴표 나왔어요~ 잠깐 설명드릴께요!"


6인실 병실에 입원한 다음날 드디어 1차 항암치료가 시작되었다.

간호사가 가져온 종이에는 날짜와 항암제가 영문으로 적혀있고

그 밑에는 항암제와 동반해서 투약되어야 하는 각종 약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항암제들은 부작용들도 끝이 없었다.

오심, 구토, 설사, 피부발진, 소화불량, 변비, 탈모.....


드라마나 영화에서 항암치료하는 환자들이 토하는 모습을 보기는 봤는데,

현실에서는 모든게 갑자기 느닷없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조금 구역질을 하는 것 같으면 비닐봉지를 준비해야지...라고 생각하던 순간

준비할 새도 없이 은우의 그 작은 입에서 토사물이 그야말로 콸콸콸 쏟아지는 것이었다.

아이도 생전 처음 겪어보는 몸의 상태에 놀라고, 나도 너무 당황하고 놀랐다.


이렇게 하는구나 토를.


침대시트와 바닥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어있고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아이를 먼저 달래야 할지

바닥을 먼저 치워야 할지

시트를 먼저 갈아야 할지

옷을 먼저 갈아 입혀야 할지


뭘 먼저 해야 할지 판단이 안되고, 순간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멍하니 서있던 것 같다.


그 때, 옆 침대에 있던 엄마가 눈을 맞추며 다가오더니

"놀랐지? 약 먹으면 괜찮아. 약 먹으면 한시간 있다가 괜찮아."

말투가 낯설어서 자세히 보니 베트남 분이었다.

상냥한 눈빛과 표정으로 다가와서 초보 엄마 초보 환자를 안심시켜주고는

"아기 안녕~! 안녕~!!!" 하고 밝게 웃어주었다.

반대편 침대의 엄마는 콜 버튼을 눌러 바닥을 치워달라고 요청해주었다.

"콜 했으니까 바닥은 치워주러 오실거에요~"

"아...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겨우 정신줄을 잡은 나는 침대 가드를 올려놓고 황급히 달려가 새 침대시트와 환자복을 가져왔다.

은우의 상의가 완전히 다 젖어있어서 아이옷을 갈아 입히는데,

수액과 항암제 라인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쉽지가 않았다.

고군분투 하는 사이 옆 침대 엄마가 침대 시트를 펴서 깔아주는 것이었다.


"어머, 두세요~ 제가 할께요~~"

"아니야 아니야~"

몇십번은 해본듯 익숙한 솜씨로 완벽하게 침대 시트를 깔아주고는

"괜찮아요?" 한다.

"아 네...너무 감사합니다."

그제야 나는 조금 웃을 수 있었다.


은우도 언제 토하고 울었냐는듯 새 옷입고 보송한 시트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기들은 정말 회복이 빠른 것 같다. 몸의 상처도, 마음의 상처도.


"선생님~ 은우가 토를 많이 했어요~"

"아 어머니 제가 가볼께요~"


침대 뒤에 달려있는 간호사 스테이션 콜 버튼을 눌러서 얘기하니 금방 온다고 한다.

"어머니~ 토 많이 했어요? 진토제 드릴까요?"

"진토제요? 그거 맞으면 토 안해요?"

"네~ 좀 나아져요~ 그런데 8시간 가격으로 맞아야 해요"

"아 네 바로 좀 놔주세요~ 곧 저녁먹어야 하는데...먹고 또 토할까봐요 ㅠㅠ"

"네~ 준비해올께요~"


진토제가 들어있는 커다란 주사가 폴대에 꽂히고 시간당 들어가는 양이 셋팅된 후 천천히 약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둘러보니 각 폴대에 매달려있는 기계들이 다들 두세개 씩은 되고 시간이 되면 삐삐-- 하는 알람이 돌아가며 울려대고 있었다. 소리가 나면 콜 버튼을 눌러 알려주어야 한다.


베테랑 엄마들은,

"선생님~ 약 다 들어갔어요~"

초보 엄마들은,

"저... 기계에서 소리가 나는데요?"

간호사들의 대답은 모두 같다.

"네 가볼께요~"

그래서 간호사들은 항상 어딘가로 가고 있다.


한 병실에서 도와주는 엄마들, 버튼만 누르면 바로 달려와주는 간호사들,

병동에 상주하는 전문의와 교수님들.


그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나와 은우의 병원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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