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다녀올께..조금 더 자고 출근잘해~"
새벽 6시반.
은우의 항암치료는 입원과 통원을 번갈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차 항암치료는 병원 1층에 있는 통원치료실에서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항암제를 맞고 귀가한다고 했다.
아침 8시까지 와서 채혈을 하고 항암제가 제조되어 전달되는 10시경부터 투약이 시작된다.
아침 8시까지 병원에 도착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출근시간이기도 해서 최소 1시간반 전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살살 깨워 기저귀를 갈고 안은 후
전날 싸놓은 무거운 통원 가방을 매고 카시트에 아이를 앉힌 후 강남까지 가는길.
그렇게 아이와 단둘이 어딜 가본 적이 없어서 너무나 긴장되고
한시간 넘는 먼 길을 가는동안 은우가 가만히 있어줄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대안이 없었다.
남편은 출근해야 하고, 시댁과 친정은 멀리 계시고, 코로나 때문에 오시기도 쉽지 않았다.
나 혼자서 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명확히 정리가 되니 마음은 편하더라.
통원 가방에는 내밥, 은우밥과 우유, 젖병, 기저귀, 태블릿, 장난감 등으로 꽉 찼다.
모든 아기들의 3대 스트레스인 졸림 배고픔 기저귀를 다 해결한 후 차를 태우면
큰 문제는 없겠지.
무사히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오후 4시까지 항암치료를 받았다.
집에 가기 전 점심 먹은지 너무 오래여서 단호박찜을 조금 먹이고 다시 차를 태웠다.
그 단호박 찜이 문제였다.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은우가 샛노란 단호박빛 토를 하기 시작했다.
폭포처럼 콸콸콸.
사이드 미러로 보니 상의가 다 젖어있고 아이는 울고 있고
집에 도착하려면 15분 남았고 고속도로라 차 세울데도 없고...
아, 단호박을 괜히 먹였어.
아, 진토제좀 놔달라고 할껄.
갓길에라도 차를 세워야 하나?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이 덮치면서 그냥 나도 울고 싶어졌다.
다 내려놓고 아몰랑
아이와 주저앉아 그냥 펑펑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여지가 없었다.
그 때였던 것 같다.
울지 않기로 한 것이.
앞으로의 일정동안 아무 것도 느끼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이.
울면 몇 날 며칠을 울 것 같고,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면 한없이 무너질 것 같았다.
슬픔 좌절 분노 고통...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를 덮쳐올 것이었고
그것들은 이미 내 맘 어딘가에서 또아리를 틀고 앉아
호시탐탐 나를 무너뜨릴 기회만 노리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그건, 은우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퍼질러 앉아 신세한탄을 하기에는
갈 길이 멀고, 해야할 일도 많았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하다.
무용한 감정 소모에 쓸 수는 없다.
우는 것도 사치다.
무너지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울 에너지로 나는 웃겠다.
나의 아기에게 웃는 얼굴만 보여줄 것이다.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도 나왔잖아
울음보다는 웃음이 훨씬 더 강력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