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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토
오랜만에.
by
NFP
Feb 23. 2023
사람들은 "인생의 모토가 뭐야?"같은 무거운 질문을 서로에게 꽤나 가볍게 묻고는 한다.
인생의 모토[motto].
모토의 사전적인 의미는
"살아나가거나 일을 하는 데 있어 표어 나 신조로 삼는 것"
결국 이런 질문은
"너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예정이야?"같은
퍽 난해하고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아마도 고등학생 때부터 이런 질문에
매번 같은 대답을 한다.
"저는 웃는 상을 한 할머니가 될거에요." .
나의 외할머니는 엄격하고 매서운 분이셨다.
기억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키가 크고 체격이 다부지고, 미간에는 늘 인상을 잔뜩 쓰고, 우는 건가 싶은 심술궂은 표정으로 계셨다.
할머니의 넉넉한 곳간(?) 덕분에 만날 때마다
주머니 두둑하게 용돈을 챙겨주셨지만
그래도 어려웠고 무서웠다.
90년대 어느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다.
나의 취향으로 우리 집에는 꽤나 오두방정을 떨며 춤추는 산타클로스 인형이 있었다.
외할머니께서는 우리 집에 오셔서 신난 산타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 지시며
"이건 어디에서 사는 게냐" 물으셨다.
이유는 모르지만 화가 나셨다고 생각했다.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할머니.. 이거 올림픽 상가 꽃집에서 팔아요...."
외할머니는 가서 내 것도 얼른 사다 달라고 하셨다.
당신 집에도 장식을 해놓아야겠다고 하셨다.
"네....? 아 네! 사올게요!"
생각보다 소녀스러운 답변에 순간 얼어붙었던 기억이 있다.
그날 밤 자기 전 침대맡에서 엄마에게 물었다.
"할머니는 늘 화가 나신 것 같아요."
엄마는 대답했다.
"그건 할머니가 인상 쓴 주름이 많이 생기셔서 그래.
사람이 나이 들게 되면 평소에 많이 지었던 표정대로
얼굴이 굳어진단다.
할머니는 화가 나신 게 아니야."
그때 어렴풋이 알았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생긴다는 것을.
크면 클수록 더 정확히 알게 되었다.
왜 나이가 들면 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는지.
인생이 얼굴에 담겨있다고 하는지.
외할머니의 잔뜩 인상 쓴 이마는
남대문 시장에서 천을 팔며 7남매를 키워 낸 억척스러움이었고,
우는 것처럼 보이는 찌푸린 미간은
전쟁통에 두 아이를 스스로 땅에 묻어야 했던 절망이 남았던 거라고.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나는 외할머니의 얼굴을 이해했다.
나는 나이가 들면,
내 얼굴의 디폴트 값은 웃는 얼굴이길 희망한다.
그래서 인생의 모토는 '웃는 상 할머니가 되는 것'.
삶이 어디 웃을 일만 있겠냐만은,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훌훌 털어버릴 줄 아는 용기가 있는 인생이길 바란다.
미간보다는 눈가에 자연스러운
주름이
지기를.
이마보다는 입가에 온화한 주름이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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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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