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었니, 너희들!

필사의 노력 (다감한 남편 되기)

by 박점복

시흥시 관곡지 널따란 늪지가 만개한 연꽃 보러 오라며 우리 부부를,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부뚜막 가마솥만큼이나 큼지막한 연꽃들이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잎사귀 크기 또한 미루어 가늠하고도 남을 만큼 넓적 넓적하다. 얼핏설핏 보았던 작은 늪지의 연(蓮)과는 달라도 어쩌면 그렇게나 다른지.


내리쬐는 햇살에 따가운 게 다소 아쉽긴 했어도 아파트 살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힐링과 위로를 누렸으니 호사였음을 인정한다.


연꽃이 만든 자연 식물원을 관람하면서 예상 밖 옛 추억까지 덤으로 선사받았으니 구시렁거리며 마지못해 아내 따라나선 걸로 치면 효과 만점이었다.


눈에 띄지 않아 녀석들이 영영 우리 곁을 떠났나 했었는데, 사실은 인간들의 이기심과 욕심에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못한 채 쫓겨난 거였다니.......



밀잠자리와 방아깨비, 송장 메뚜기들이 발가벗고 뛰놀던, 아련히 멀어진 그때를 소환시켜 주었다. 왠지 젊음까지 되찾게 하는 데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내쫓을 땐 언제고 그립다며 변덕을 부리는 나를 속으로 얼마나 원망했을까. 멀찌감치 이사는 와야 했지만 그래도 싫은 내색 하지 않고 반갑게 손 내미니 부끄러웠다.


박제된 채 안타까운 모습으로 만나는 진열장 속 곤충들과, 밀당하며 함께 뛰놀던 방아깨비, 송장 메뚜기, 밀잠자리의 그때가 어찌 같다 할 수 있을까?


아파트 떼의 공격에 속수무책 또 터전을 빼앗길 수도 있을 텐데 어쩌면 좋을까? 함께 살 방도는 진정 우리 인간들의 똑똑한 머리에선 나오지 않는 걸까?


밀잠자리, 방아깨비, 송장 메뚜기가 우산처럼 활짝 펼쳐진 잎의 보호 속에 예쁘게 핀 연꽃들과 더불어 목청껏 외치는 소리, "같이 살아요! 우리"가 그나마 들릴 때 늦지 않게 귀 기울여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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