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 주사 팔에 꽃은 채 학교에......
미안해! 얘들아!
80년대 후반 50여 명의 아이들이 뚜렷한 공동 목표를 향해 정진하며 이심전심 노력을 경주하던 모습이야말로 참으로 가상하고 아름다웠다. 학기 초 욕심껏 아이들과 함께 결연한 실천을 다짐하며 목표를 정했다. 한 달이, 한 학기가 지나면서 힘없이 무너져 내렸던 아픔 또한 수도 없이 경험하지 않았던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3월 초, 최고로 소중히 여기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꼭 달성해내고 말리라는 목표를 정했다. "무결석 학급 만들기" 반환점을 돌 때까지 지켜낸 뿌듯함에 자신감까지 최상이었다.
벌써 무너져 버린 다른 목표들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 가며 최후의 보루 이것만은 꼭 달성해 보상받겠노라는 불굴의 의지와 더불어 고지가 바로 코 앞까지 다가 온 11월까지도 굳건히 지켜내고 있었다. 마지막 한 달 12월만 잘 보내면......
"진인사대천명"의 교훈처럼 마지막 투혼을 다하고 있을 즈음, 한 친구가 전학을 오게 되었고 기쁘게 맞으며 보물 단지처럼 애지중지 하던 우리 반 목표를 다시 상기해 보았다.
그런데 전학 온 지 20여 일쯤 지났을까, 이게 웬 일이란 말인가? 심한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는 데 맹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은영(가명)이에게.
'무결석 반 만들기'가 와장창 깨지는 아픔의 순간이었다. 아이들의 실망하는 모습이라니. 결승 테이를 끊기 전까지는 겸손해야 함을 하늘이 우리 모두에게 새삼 일깨워 주었다.
내일 수술을 받게 된다며 링거 주사를 팔에 꽂은 채 학교에 온 은영이, 아쉬움과 안타까움 부담감이 오죽했을까? 친구들의 실망하는 모습 또 얼마나 눈에 아른거렸을까?
링거 주사 팔에 꽂고서라도 출석해야 한다는 의지와 함께 혼신의 노력을 다했던 은영이의 최선을 아이들에게 전하며 모두가 승리자임을 자랑스러워하며 힘을 얻었다.
비록 결승 지점 바로 앞에서 쓰러지는 아픔이었어도, 최선을 다한 사랑하는 우리 반 아이들 모두에게 승리의 월계관을 씌우는 데 어찌 주저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