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간 새벽 토끼

그것쯤 이라니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떡하니 막아서며 "돌아가"란다.

도돌이표 (:// )가, 처음으로.

"니가 뭔데 날 막느냐"며. 박박 우겼다간......

노래는 엉망진창,  "때~앵"만 기다린다

돌아가 2절 가사로.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다시 시작해야, 노래는......

외국 곡(曲)에 윤석중 님 작사(詞)하신, '옹달샘' 옛날을 소환했다, 아련하게 아프게.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순 없다지만, 운명의 방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 또한. 

1970년대 초, 어린이 노래자랑 라디오 경연에서의 '땡'이 아쉽다며 아픈 추억으로 웅크리고 있다가 잊을 만하면 툭툭 튀어나온다. 요즘 인기 절정 TV오디션 프로그램의 치열함과 견줘도 뭐 그리 빠지지 않을.....

야속한 세월의 몰인정. 다만 흘러만 가고. 때문에 가물가물 많이 아프다. '누가 누가 잘하나', 즉석에서 예, 결선이 동시에 진행되었던가, 희미하긴 해도.

첫 소절 마지막 마디 그 놈(?)의 도돌이표만 없었어도..... 선생님은 분명 콕 집어 가르치셨을 테다. 귓등으로 흘려 들었던 부족한 내 집중력 못내 후회스러웠다. 음정, 박자, 풍부한 감성 몽땅 '딩동댕'이면 뭘 하나.

질서가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마는, 결코 작지 않은 규칙 하나 못 지켜 그만 통과의 명쾌한 실로폰 소리 '딩동댕'과 인연을 맺질 못했으니.

어렵게 얻은 기회 '때 엥!'으로 놓친, 아픈 기억은 왜 이리도 생명력이 긴지...... 두세 마디나 불렀으려나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는데, '때 엥' 소리 어찌나 크던지.

'어어어! 왜 땡이지?' 어디 한 군데 빠진 데 없이 완벽했는데. 미역국의 이유는? 도돌이표 규칙 위반. 당해 본 자들만 아는 이럴 때의 허탈과 허망함. 

'옹달샘'이 어디선가 들려올 때면 늘, '딩동댕!'과 함께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성악가로 명성을 떨치는 공연 장면 몽글몽글 오버랩된다. 빠바로티처럼. 도밍고 같이.(어지간하시구려, 참! 주제 파악도 못하고......) 한데 인연이 아니었다니.

그렇게, 노래와 함께 자꾸 그때가 그리움의 두께를 더해간다. 비록 예선이었지만 출전한 것만 해도 어딘데, 무모하리 만큼 대범했던(?) 그 배짱 지금은 어디 꽁꽁 숨었을까.

한참이나 못 미치는 지금 실력으로 노래를 즐기다가도 문득문득 그때 만약(if) 도돌이만 했었더라도...... 한 여름밤의 꿈인 듯 얼핏 얼핏 스치곤 한다. 악보대로 정확하게 되돌아가 '목 축이러 새벽에 옹달샘 찾은 토끼'만 만났어도. 

거창하게(?)

우리네 인생살이, 그러기에 돌아서야 할 때 규정 따라 욕심부리지 말고 내려놓으며 다시 시작할 줄도 알아야 한단다. 미련 없이. 직진만 대수가 아니고.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거 하나 안 지켰기로서니......

-어허! 큰일 날 소릴 어찌 그리 아무렇지도 않게                     
하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