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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점복 Sep 07. 2024

무슨 일 있었구나, 너구리야!

다시 못 만날 것 같기도 하고

아파트 숲에는 단일 종(種), 회색 나무들만 볼품없어 삐죽삐죽 들어차 있다, 그래도 현실을 감안하면 그러려니 체념하듯 어쩔 수 없음을 덥석 받아들여야잖은가. 최근엔 다양성 추구한다며 모양새도, 색상도, 게다가 묘하게 영어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이름까지 다양해지긴 했지만.


온통 자연(自然)이 친구였던 세월을 산 세대는 잘 모르는, 아파트가 집인양 사는 요즘, '라테'는 유물(?)처럼 역사책에서나 봄직하단다. 부러 꾸민 인공(人工) 물길이 아닌 천(川)이 흐르고 있는 것만 해도 복은 제대로 받은 거다.


한참 푹푹 찔 때도 개근상 받는 모범생처럼 천변을 산책하거나 자전거 라이딩으로 '까짓 더위' 이겨내는 이웃들 천지였는데 아침저녁 선선해진 요즘이야 '닐러 무삼'할까?


천변 건너 저쪽은 요즘 핫(hot)한 맨 발로 직접 흙과 만나는 건강 비법 실천해 내고야 말겠다며 조성된 흙길 맘껏 활용 중이기도 하다.


부쩍 시원해진 저녁 무렵, 천변을 산책하다 너를 만난 건  1등 당첨 확률 정도, 아니 그보다 훨씬 대단한 확률 테니 어떻게 써 내려가야 그나마 '기본은 했네! 소리라도 들을 수 있을는지. 


반백년을 더 살고 진 내가 태어나서 처음 너, 너구리를 야생에서 만났으니 말이다. 그것도 도심지 아파트로 밀집된 곳, 그 옆을 흐르는 학의천 산책로 바로 옆에서.


이거 이렇게 비교하면 너무 유난 떤다 비난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살아생전 다시 못 만날 우주쇼, 헬리 혜성이 지구 옆을 가장 가깝게 스쳐 지나간다며 천문대며, 방송국이며 별을 연구하는 학자들, 전 세계인들이 난리에 법석이었던 사건이 벌어졌었던 기억 생생하잖은가.



야생 너구리가 우리 동네를, 천변을 찾았는데 이게 어찌 '세상에 이런 일이' 아니고 뭐란 말이던가?


예고 물론 없었다. 학문적 연구 뒤따랐던 거 아니었으니 이런 너구리와의 깜짝 만남을 만하에 알리지 않고 어떻게 무덤덤하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입 다물고 있겠는가, 하여......


'스스슥' 야속하게 어디론가 사라진 널,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암튼 뭔 일 당하지 말고 부디 네게 주어진 건강한 삶 살고 지려무나. 너희들 사는 곳 마구잡이로 뺏은 우리네 인간들 너무 탓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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