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으로 올라간다는 건
마지막 계단을 밟는 게 아니라
그늘이 없어진다는 뜻이었다
손잡이 끝에서 멈칫하는 나를
누가,
등으로 밀었다
아무도 없었지만
분명히 밀었다
나는, 바닥보다
가벼워지기로 한다
그게 날갯짓은 아니었다
무너지는 마음이
바람과 마주친 일이었다
발밑은 콘크리트였고
그 아래엔 자라지 않는 것들이 눕고 있었다
식지 않는 기억
잘못 핀 감정
내 이름을 잃은 순간들이
누군가 말했었다
새는 자유라고
나는 그런 적 없다
다만 부드러운 것을 갖고 싶었다
끝까지 가도, 상처나지 않는
부드러움
어릴 적
죽은 새를 주워 본 적이 있다
작은 털이 바람에 떨리고 있었지만
그건 살아 있는 떨림이 아니었다
눈을 감고 있었고
부리는 아주 조금, 열려 있었다
나는 그 틈이 오래도록 불편했다
말하지 못한 무언가가
그 안에 고여 있는 것 같아서
나는 그 새의 입을 꿰매주고 싶었다
아직 떠나지 못한 말들이
거기 남아 있을까 봐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그 새를
낡은 수건에 감싸 안고
나무 밑에 묻었다
손바닥보다 작았던 몸은
그보다 훨씬 더 조용하게 사라졌다
그날 이후로,
나는 부드러운 것을 오래 들여다보지 못했다
무언가 끝까지 열려 있는 것이
너무 아프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날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고
자유롭고 싶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끝까지 가도 상처나지 않는
그런 부드러움을 갖고 싶다고만
속으로 말했다
그래서 나는 팔을 열었다
날려는 게 아니라
흘러나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그늘은 없었고
그늘이 없으니
나도 없었다
그 순간, 나는
조금 공중이었다
조금 파란 것이었고
조금 잊힌 이름이었다
누가 불렀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나였으니까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나는 자주 떠 있었다
말 끝마다, 숨 사이마다
지면보다 약간 높게
그건 날개가 아니라
가벼워진 마음의 무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