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에서 마주한, 작고 소중한 하루의 기록
#서평단 #도서일기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지만 감상은 철저히, 정말로, 주관적입니다.
나는 때로 고된 하루를 끝내고 깊은 심해 같은 무력감에 빠져들곤 한다.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그래도 어딘가 부족한 기분이 들고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이 스며든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고군분투를 시작한 지금, 이 책은 나에게 가장 가까운 이야기를 건네왔다.
선택의 기로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무게,
그리고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라는 질문.
<어쩌다 마트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는 그 물음 앞에 멈춰 선 나를 조용히 다독여주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정말 내가 바라던 삶일까?
그 고민에 하루가 길어진 날,
이 책은 나의 불안한 시선에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너도 그렇지 않냐고.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너도 사실 잘 모르고 있지 않냐고.
그리고 정말, 이 책은 내 얘기 같았다
1. 꿈과 현실 사이, 29.2%의 육지
학생 때는 꿈을 좇는 일이 삶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 꿈이 언젠가 나를 빛나게 해 줄 거라고, 조금만 더 가면 닿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사회에 첫 발을 딛는 순간부터,
선택은 점점 좁아지고 ‘타협’이라는 말이 자꾸 나를 부르게 되었다.
세상은 꿈을 펼치라며 광활한 지구를 내어주지만, 정작 우리가 설 수 있는 곳은
육지인 29.2%뿐이다. 우리는 바다를 꿈꿨지만, 바다를 밟을 수는 없었다.
오랫동안 사랑했던 꿈은 여전히 내 안에 있었지만,
그 꿈을 당장 ‘일’로 삼을 수는 없었다.
나는 그저 주어진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다.
이 책을 쓴 작가님도 나와 같은 그 갈림길 위에 서 있었다.
“원래 하고 싶던 일이 아니었다”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에는 담담하지만 확고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마트에서 보낸 시간 속에서 그가 발견한 감정들, 그 모든 기록은 내게도 아직은 미처 내딛지 못한 용기를 건네주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멋진 이력보다,
“나, 오늘도 살아냈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이 더 간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사실을 나는 이 책 속 사람들과 함께 조금씩 배워나갔다.
2. 평등이라는 말의 이면
“직업에 귀천은 없다.”
우리는 그 문장을 너무 자주, 너무 쉽게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문장을 믿지 않으며 산다.
어떤 꿈은 아예 꿈이 되지 못하고, 어떤 직업은 꿈이 되지 못한 채 초라한 일상 속에 갇히곤 한다.
이 책은 그 '평등'이라는 껍질을 조용히 찔러낸다.
마트 안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그러나 동시에, 가장 쉽게 무시당하는 존재들.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꾹꾹 눌러왔던 불편함이 이 책을 읽으며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릴 적, 아버지는 흔히 말하는 '막노동'을 하셨다. 하지만 어느새 부모님의 직업을 쓰는 칸에
부모님의 지시대로 “회사원”이라고 적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분명 학교나 가정에서 배웠던 도덕은 현실 안에서 뭉개져 진심과 함께 멀리 떠돌고 있었던 것이다.
초등학생 시절, 공사장에서 마주친 아버지를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야”라고 아무렇지 않게 소개했던 날.
그날 아버지의 눈에서 스치듯 보였던 눈물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는 몰랐던 그 표정의 의미를 이제야, 이 책을 통해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그 눈빛 안에 있었던 미안함, 부끄러움, 사랑 같은 것들을.
3. 마트는 작은 세계이자 가장 사회적인 공간이었다
나는 마트를 그냥 ‘사는 공간’으로만 여겼다.
필요한 물건을 사고, 줄을 서서 계산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곳.
그런데 이 책은 마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상품을 진열하고, 청소를 하고, 고객 응대를 하고, 무례한 말을 듣고도 웃음을 지어야 하고, 퇴근하고, 다음 날 또 출근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안에 ‘내가 있었다.’
마트가 ‘사회적인 공간’이라는 말이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피부에 와닿았다.
사회의 가장 예민한 온도가 가장 먼저 전달되는 곳.
불매운동, 사재기, 팬데믹, 구조조정…
모든 변화가 가장 먼저 흔드는 곳.
그 안에서 하루를 ‘버텨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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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누구보다 조용히, 그러나 누구보다 단단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꿈을 꾸다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꿈이 아니어도, 화려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빛나는 하루일 수 있다는 것.
그걸 이 책이 처음으로 내게 알려줬다.
이 책에 나오는 그 누구보다도 빛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 문장을 오래도록 전하고 싶다.
“어디에 있든, 지금 이 순간 역시 언젠가 누군가의 자랑이 되기를.”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날보다, 지금에 머무르고 싶은 날이 더 많아지기를.
그 말은 이 책 속 누군가에게만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하루를 살아내는 나 자신에게도 건네고 싶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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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 처음 현실과 부딪힌 사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 걸까’ 고민해 본 이
비정규직·계약직·알바 등, 오늘을 버텨내고 있는 사람
일상의 의미를 다시 붙들고 싶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