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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괴물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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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로운 Nov 13. 2023

나의 모든 두려움에게

내 아이의 병명은...

텀이 좀 길어지는가 싶었는데.

일주일도 안돼서 증상이 나오고 말았다.

다행인 것은 기존보다 약하게 발현했다는 건데

빈도가 중요한지 강도가 중요한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렇다 

나는 의사가 아닌 것이다.

한때는 의사도 이 병을 모르리라 단정했다

아니 최소 내 아이는 그 들이 처방하는 '약'이 아니라

'생활 습관' '마음 가짐' '기초 체력' 등이 더 중요하며

엄마가, 아빠가, 우리 가족이 똘똘 뭉쳐서 최선의 방향을 이끌어내면

아이의 병은 없어질 거라

믿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증상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초기처럼 발작의 형태를 띠지 않고

맥박이 빨라진다든지, 열이 나는 증상을 보이다가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되듯 멈추는 현상이 나타난다.

집에 산소통을 두고 사는 심정이 어떤지 굳이 타자를 두드려 표현하고 싶지 않다.



2년 전에 썼던 글(비공개)에서 보인 결의는 없어졌지만

우리는 아직 결투 중이다.

그리고 내 마음의 구멍은 열심히 메워보았지만

손가락 하나만 툭 찔러도 뻥 뚫리는 얇은 한지 수준이라

추운 겨울을 보내기는 턱도 없는 것 같다.


2년의 세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평소에는 컨디션이 아주 좋다는 것이다.

밝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낸다.

그렇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습관성 경련은 막을 도리가 없다.


잠이 안 오는 어느 날 밤

나는 결심했고

다음날 남편에게 "00이 병원 데려갈 거야"

통보만 하고 대학병원에 예약을 걸었다.

워낙 이 분야 명의로 소문이 나서 진료 보려면 앞으로 7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남편과 3일 연속 말다툼을 했다.

지금 까지 최선을 다해왔고 아이 컨디션도 좋아졌는데

왜 그런 독한 약을, 치료제도 아니고 억제하는 약을 먹어야 하냐며

남편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상의도 없이 진행하고

'자기는 반대할 거야'라고 단정하고 본인을 대한게

화가 난다지만

사실 나는 그가 지금까지 해온 것에 반(反)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성향인걸 알고 있었다.


내게 모든 것은 두려움이었다.

다른 치료를 선택하는 것도,

내 주장을 남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아픈 아이가 나을 기회를 놓치고 이대로 어려운 삶을 살게 될까 봐.

그 선택의 기회를 우리가 (엄마 아빠가) 무슨 근거로 무슨 확신으로 지울 수 있을까.


끌어당김의 법칙이니,

긍정의 마인드니

다 좋은데,


병원에 가는 게 왜 그리 어려운 발걸음이었는지 나는 이제 잘 모르겠다

(물론 일 년 동안 매주 한의원에 가서 치료받으며 한약을 지어먹었다)


2년 전 우리 아이는 뇌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었다.



당신은 지금부터 남은 평생 동안 어떤 일이 생기든 간에 행복하기를 원하는가?


오늘 내가 남긴 질문이다

나 역시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YES



YES



YES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그저 사건일 뿐이다.

그것에 마음을 뺏기지 않으면 된다.

마음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끊어내고

내맡기고 놓아버리자.


두려울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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