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뭐 시켜먹을까?
나는 배달어플에 vip등급 이용자다. 나는 등급이 얼마나 되나~ 하고 들여다봤을 때 당연하다는 듯이 높아져 있는 등급에 혼자 소소히 놀랐다. 뭐 많이 시켜먹으니 그만큼 올랐겠지만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배달을 많이 시켜먹었나 싶다. 이것저것 해 먹어 보겠다고 사놓았던 꽉꽉 찬 냉장고와 냉동고를 생각하니 괜히 좀 창피하고 그렇다. 물론 자취하면서 요리하는 취미가 생긴 터라 음식을 안 해 먹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먹고 나서의 설거지, 음식물쓰레기를 생각하면... 음 오늘은 뭐 시켜먹을까? 하며 웃어넘기는 넉살이 생겼을 뿐.
말하기도 입 아프지만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는 전 세계의 생활패턴을 크게 바꿨다. 그거에 발맞춰 자연스레 배달 문화도 크게 부흥했다. 이제는 배달이 안 되는 음식점을 찾기가 더 보기 힘들 정도다.
친구와 함께 시켜먹기 좋은 화이타
별점 5점 줄 수 있는 맛..?
나는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도 미식가가 아니다. 먹는 걸 좋아하고 '맛있는'음식을 접하는 욕심이 있긴 하지만사람들이 말하는 미식가로서 "좀 덜 짰으면 더 좋겠겠군.", "이건 본연의 맛을 살렸어." 같은 판단을 (어쩐지 미식 가니까 저렇게 말할 것만 같다) 내리지 못한다. 솔직히 먹고 뱉을 정도가 아니고 평균치에 웃도는 가격이라면 그냥 먹는 편이다.
하지만 어느샌가 하루하루 먹는 거에 돈 쓰는 게 잦아진 만큼 내가 돈 주고 사 먹을 만한 음식인가에 대한 기준은 생겼다. 예를 들자면
다시 먹고 싶은가?
가성비가 좋은가?
서비스가 좋은가? (친절도와 포장상태 정도)
깨끗한가? (밖에서 먹는다면 가게 내부나 화장실의 청결도 정도)
근데 뭐 말이 기준이지 취합해서 다시 이 가게를 이용할 것인가? 가 포인트다.
또 내가 먹고 나서는 여러 사람들이 참고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으로 거의 포토리뷰로 별점을 남기곤 하는데 그게 막상 남기려고 하면 아리 송송 할 때가 많다. 나한테 별점 ★★★★★은 동네 사람들 이거 꼭 먹어보세요~~! 정말 정말 괜찮은 집이에요~! 사장님 대박 나셨으면 좋겠다~! 가게가 천년만년 있었으면~! 의 5점이다. 주접인 거 같지만 정말 그렇다. 하지만 다른 분들이 남기는 리뷰를 쭉 보고 있자면 그냥 간단히 맛있어요~ 하고 별점 5점을 꽝 박고 가시는 경우가 많다. 좋은게 좋은거다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팍팍 느껴진다. (간혹 정말 세세하고 정성스럽게 별점 5점 리뷰를 남겨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의 의견이 전적으로 더 신뢰가 가긴 한다.) 요즘엔 나도 그냥 괜찮으면 별점 5점을 스르륵 주고 지나가게 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게 사장님들에겐 별 하나의 무게감이 남다를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간혹 가다 왜 별점을 낮게 주었냐고 전화를 거는 무시무시한 일도 있었으니 말이다. 허나 그런 식으로 가벼이 남겨져 있는 리뷰는 나에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크게 맛없진 않더래도 다 먹고 나면 그저 배만 부르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진다. 먹는 즐거움이 사는 즐거움인 나는 그 상황이 전혀 반갑지 않다.
백종원의 골목식당만 보고 감히 내가 느낀 것은 음식 장사를 하시면서 성공하시는 분들은 음식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정성을 쏟은 음식은 고스란히 그 분위기를 담고 자연스레 맛이 좋다. 대단한 맛은 아닐지 몰라도 내 돈을 주고도 아깝지 않은 그런 음식이 된다. 그런 음식들이 나에겐 별점 5점의 음식이다.
무분별하게 찍어내는 5점은 오히려 '진짜 5점'을 선택하기 힘든 아이러니함까지 생긴다.
뭐 나는 맛있는데?
고르고 골라 시킨 배달음식이 배달 예상시간을 넘겨서 도착했다. 배달 음식임을 감안하더라도 늘어져 있는 미적지근한 음식을 마주하면 화 보다도 속이 상했다. 기다리는 시간만큼 기대감도 올라 있어서다. 왜 내 돈을 주고 사 먹고 퀄리티가 떨어진 음식을 먹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 음식을 먹기 싫어지는 울적한 상황까지 생기기도 한다. 그런 기분으로 음식을 먹으려 하는데 늦은 것이 미안했던 모양인 가게 사장님이 남긴 포스트잇과 작은 사탕 서비스가 눈에 보였다. 그 작은 종이에 단순한 나는 금세 속상한 마음이 사르르 가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 먹고 리뷰를 쓰려고 핸드폰을 들고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때 옆에서 배가 부른 남자 친구가 무심히 말하기를
"좀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집에서 먹으니까 맛있고 좋다 그지?"
순간 머리가 꽝 했다. 그리고 찬찬히 사장님이 보내셨던 포스트잇을 다시 살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한 순간에 이 가게를 판단하고 감정적으로 평점을 남길 뻔했다. 물론 이분이 정말 죄송한 마음이 아닌 순간에 모면을 위해 그러셨을지도 모르지만 그 의중이 어떻든 사과의 쪽지를 함께 보내셨다.
이미 타오르던 마음은 흐물흐물 물러져버렸다. 괜히 씩씩되었던 나의 소비자 심리만 약간은 쑥쓰럽게 남아있을 뿐이였다.
배달음식과 식당에서 먹는 음식은 장단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가게에서 음식을 먹는 건 나의 선택이다. 편리하게 내 손 앞에 맛있는 음식이 놓여져 있어도 그것이 내 그날의 만족감을 보장해 주진 못 한다. 또 같은 음식이어도 누구에겐 완벽한 별점 5점이 누구에게는 1점이 될 수 있다. 그 별점의 기준은 음식 맛뿐만 아니라 가게의 서비스 같은 것들이 녹아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별점이 정말 주관적임을 알고 있을 거다. 그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거르는 것도 나의 몫이다. 그러므로 나도 음식에 대한 내 느낀 점을 꾸밀 필요도 없고 과하게 비난을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맛있는 음식은 어떤 방면으로도 인정받고 어떤 방식으로라도 다시 찾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내가 찾은 맛집들이 내 맛집 리스트에 쌓이면 내 배달음식의 질이 늘어가겠지!
이것도 살면서 내가 풀어나가는 즐거운 작은 미션이 아닌가 싶다.
그럼 다음엔 뭘 시켜먹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