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처
2022년 9월 5일 월요일
랄라가 두 달 반을 한국에서 보내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스톰과 단 둘이 지낼 때보다 집은 훨씬 더 어수선하고 어지럽혀져 있지만, 랄라가 있어서 우리 집은 한결 'Home'스러워졌다. 영어의 집을 뜻하는 단어에는 'House'와 'Home'이 있다. 그 느낌의 차이를 알려주는 예를 몇 개 들자면, 우리는 향수병을 'Homesick'이라고 하지 'Housesick'이라고 하지 않는다. 반대로 집 마련에 돈을 너무 많이 써서 가난하다는 표현으로 'House-poor'라는 단어는 쓰지만 'Home-poor'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그리고 손님에게 집처럼 편하게 있으라고 권할 때, 'Make yoruself at home'이라고 말하지 'Make yourselft at house'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처럼 'Home'에는 거주하는 곳이라는 물리적 '집'으로 만의 뜻이 아니라,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며, 정서적으로도 애정이 깃든 곳이라는 함축적 의미를 품고 있다.
영화 <노매드랜드>에는 펀이 보조교사로 일하던 시절 가르쳤던 학생 맥켄지와 우연히 마주치면서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Mackenzie: My mom says that you're homeless. Is that true?
Fern: No, I'm not homeless. I'm just houseless. Not the same thing right?
맥켄지: 엄마 말로는 집이 없으시다는데, 진짜예요?
펀: 집이 없는 건 아냐. 거주할 곳이 없는 것과 집이 없는 것은 다르잖니?
펀은 관객 모두에게 'House'와 'Home'에 대한 본질적 차이를 묻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저택에 살고 있으나 'Home'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노숙자의 삶을 살고 있으나 'Home'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있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에게 'Home'은 자연일 수 도 있고, 추상적인 공간일 수도 있고, 따뜻한 사람의 품일 수도 있다. 그러기에 무료한 다람쥐 쳇바퀴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다가도, 나의 존재를 감싸고 있는 이 고유한 공간이 주는 신비한 에너지에 마음을 다잡아 보기도 한다. 'Home'은 삶의 터전이며 나에게 안식을 주는 공간이다. 'House'는 부동산이 되어주고, 'Home'은 쉼터가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