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어
갑자기 머릿속이 온통 부정의 감정들로 채워졌다.
뇌가 정지된 것 같아.
생각이 필요한 일이나 창조적인 작업을 요하는 일은 다 하기 싫어졌어.
이렇게 된 이유를 찾으라면 수만 가지도 넘겠지.
하지만 굳이 이유나 변명거리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
그냥 쉬라는 뜻인지도 몰라.
근데 쉴 수가 없어서 숨이 막혀.
곧 나아지겠지?
내일은 괜찮아지겠지?
내일이 아니면 모레라도??
<지대넓얕 무한편>에서 알려준 명상을 시도하다 몇 번이나 실패했다. 책에서 그랬다. 오늘은 실패해도 괜찮다고. 내일 다시 시도하면 된다고. 내일도 실패하면 또 그다음 날도 있다고. 계속 시도하다 보면 차차 나아질 거라고.
조용히 내면의 감정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책에 적힌 말을 믿어본다. 오늘의 이 슬픈 감정은 행복 여정 중에 찾아온 소나기 같은 거니까 내일은 괜찮아질 거라고. 내일이 아니면 모레가 있고, 그날이 아니면 또 다음 날도 있다고.
글을 쓰다 보니 벌써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 대체 글쓰기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걸까? 부정의 감정을 완벽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한 작업이었구나. 이렇게 글로 쏟아내고 나니 나아지긴 하는구나.
글쓰기의 위대함이 실감 난다.
그래, 이런 날도 있는 거야.
살다 보면 오늘처럼 힘든 날도 있는 거라고,
오늘은 내일보다 나아질 거라고,
그렇게 믿고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