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회사가 내 얼굴의 간판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여기에 더해 입사 지원 여부를 결정할 때 오피스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까지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특정 업종의 회사들이 더 좋은 인재를 고용하기 위해 주요 업무지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출이 좋고, 향후의 성장까지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은 돈을 많이 들여서라도 입지적 우수성이 임대료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빌딩에 입주한다. 직원들이 접근성 좋고 상태도 괜찮은 오피스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나도 직주근접을 선호하지만 어차피 집 근처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면 당연히 도심, 강남, 여의도에 위치한 프라임 오피스에서 일하는 게 좋다.
일단 면적 자체가 커서 층수도 많기 때문에 건물 높이에서부터 웅장함이 느껴진다. 어떤 프라임 오피스는 지하철과 연결되어 있어 접근이 편리하기도 하다. 이게 뭐 그리 중요한가? 싶겠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며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중요할 때가 많다. 비나 눈이 오거나, 덥거나 추운 날엔 지하철과 건물이 연결된 것만으로도 직장인들에게 큰 복지가 된다. 태풍을 뚫고 우산으로 가까스로 비를 피하며 출근하는 직장인과 뽀송뽀송한 기분으로 사무실에 들어서는 직장인의 출근 후 기분이 절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프라임 오피스가 지하철과 연결된 것도 아니고, 설사 지하철과 연결된 건물이어도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이 복지는 무용지물이겠지만 이런 혜택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복지가 그렇듯, 복지의 혜택은 모두에게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내가 프라임급 오피스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수한 접근성이나 지하철과 연결되어 있는 건물도 있다는 장점 때문만은 아니다. 내 이유는 다소 엉뚱하고, 지극히 단순하기도 하다. 바로 선택지가 많은 음식점과 카페 덕분이다. 프라임 오피스에서는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없어도 리테일 층에 가면 아무거나 선택해서 먹을 수 있고, 특별하게 먹고 싶은 게 있다면 한식, 양식, 중식을 골라서 먹을 수도 있다. 물론 늘 맛이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빌딩은 절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도 그렇듯이 건물도, 기업도 끼리끼리 모인다. 그래서 프라임급 오피스 주변에는 동급의 오피스가 많다. 약간의 차이로 프라임급에 속하지 못했거나 한때는 프라임급이었던 A급 오피스도 존재감을 뽐내며 옹기종기 모여있다. 꼭 오피스 건물 내부의 음식점이 아니더라도 근처에는 소규모의 리테일 상점들도 많다. 대규모 오피스 상권 내에서는 무엇을 먹을지, 어떤 식당에 갈지, 유명 식당에 자리가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먹을 것이 없다고 투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주변에 맛집이 많다는 것도 큰 복지가 된다.
직장인에게 맛있는 것을 잘 먹고 다니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니까!
나는 프라임 오피스에 별 관심이 없던 사회 초년생 시절에도 프라임 오피스에서 근무했고, 중간에 몇 번의 이직은 있었지만, 지금도 프라임급 오피스에 위치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의도적으로 선택했던 건 아니었지만 이래저래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근무 환경이 마음에 드냐고? 당연히 그렇다. 건물 내에 맛집과 카페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건물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도 있고, 회사에서 몇 년 전에 새롭게 인테리어를 한 덕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회사의 오피스를 사랑한다. 인테리어와 오피스 레이아웃도 좋지만 직원들을 위한 캔틴이 웬만한 카페보다 크고, 미팅룸도 충분해서 좋다. 이런 인테리어는 꼭 프라임 오피스가 아니어도 가능하겠지만 프라임 오피스 안에 있기에 더 빛을 발하는 게 아닐까?
앞으로도 당분간은 회사가 입주한 건물과 회사를 사랑하며 다닐 것 같다. 프라임 오피스의 복지와 혜택을 맘껏 누리면서! 그 마음을 담아 브런치 연재북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