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
바나나에 숨겨진 "두 가지 비밀!"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아니 이제는 여름 복판에 서있다.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 하면, 달큰한 과일이 떠오른다. 딱딱한 복숭아, 물렁한 복숭아의 대결이 치열해지기도 하고, 상큼함 자두에 침이 절로 고이기도 한다. 보랏빛 포도를 먹으며 씨를 톡톡 뱉기도 하고, 샤인 머스캣을 찾기도 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빨간 속을 가진 수박으로 목을 축이기도 하고, 아삭한 참외를 먹기도 한다. 여름은 과일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한참 생각하다 끄트머리에 가야만 생각나는 과일이 있다. 가장 극적인 신분 변화를 거친 과일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테다. 검정 고무신이라는 애니메이션 주인공 기영이가 정말 잘 표현했다.
"한 입 베어 물 때 부드럽고, 달콤하고, 참기름처럼 고소하고, 아카시아꽃향기가 나면서. 하늘땅 하늘 땅땅땅 만큼 맛있어요!!"
뭘까? 바로 바나나다. 그렇게 바나나를 느낀 이유는 추억이라는 양념을 친 탓이라 생각했다. 지금 먹는 바나나는 부드럽긴 하지만 팍팍하고, 흔한 단맛이며, 고소한 맛은 없고 아카시아 향기 따윈 찾을 수 없으니 말이다. 다양한 경험에 노출된 탓이라고 생각했다. 풍요롭고,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고, 추억도 없으니 어른들과 내가 느끼는 맛이 다르리라 믿었다. 정말일까?
여기서 바나나에 비밀 첫 번째.
어른들이 먹었던 바나나와 지금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다른 종이다. 맛 또한 다르다. 1950대에 바나나를 먹었다면, 그건 '그로 미셸'이라는 바나나다. 그럼 지금 먹고 있는 바나나는? 캐번디시 종이다. 그로 미셸은 향이 강하다. 맛은 지금 먹는 바나나와는 사뭇 달랐던 모양이다. 굳이 따지자면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를 떠올리면 된다고 한다. 다른 장점으로는 껍질이 두껍다. 그로 미셀은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긴 여행을 하더라도 상품 가치는 유지된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세계의 바나나 시장은 그로미셸 지배했다. 다만, 성장이 느리고, 생산력이 떨어진 모양이다.
농업이 기업화가 되어, 생산효율에 몰두했다. 그때 마침 '파나마병'이 돌았다. 푸사륨이라는 곰팡이가 물과 흙을 따라다니며 바나나 뿌리에 문제를 일으키는 병이다. 한번 병이 돈 지역에는 몇 년이 흘러도 바나나를 재배할 수 없었다. 바나나에게 치명적이다. 대처 방법은 없다. 그로 미셸은 저항성이 없으니 집단 폐사했다. 퍼져나가며 농가들을 쓰러트렸다. 바나나로 먹고 사는 이들은 생존에 몰두해싿. 다른 품종을 찾았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캐번디시 종이 선택되었다. 기업의 생산 효율화와 치명적인 병이 종을 바꾸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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